13일 서울 종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과 만나 이야기 중인 송시영 새로고침 노동협의회 부의장. 그는 서울교통공사 MZ노조위원장이기도 하다. [사진=연합뉴스] 

13일 '새로고침 노동협의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는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MZ노조위원장이 민주노총에 "왜 '효순이 미선이 사건'은 말하면서 천안함 사건이나 서해공무원 피격 사건은 언급하지 않나"라고 비판해 화제가 됐다. 이는 2030 세대가 민노총 등 전통적으로 노동 운동을 해왔던 집단의 행태에 염증을 느끼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현재 여러 노조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가입이 늘고 있고 앞으로도 그 추세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로 인해 차후 한국 노조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할 가능성도 높단 지적이다.

21일 서울 용산의 동자아트홀에서 공식 출범할 예정인 '새로고침 노동협의회'엔 8개 회사 노조가 가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 부산관광공사 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조, 코레일네트웍스 노조, 한국가스공사 노조,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노조, LG전자 사람중심 노조, LS 일렉트릭 사무노조다. 반면 가입하기로 했던  LIG넥스원 락앤락 노조 등 민노총 소속 2개 노조를 포함한 3개 노조는 빠졌다.

그외 '새로고침 노동협의회'에 가입을 타진하고 있는 노조는 SK매직 노조, 삼성그룹 계열 노조, 복수의 정보기술 대기업 노조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SK매직 노조의 가입이 특이한데, 여기엔 민노총 소속 노조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조(1400명)와 전국가전통신서비스 노조(700명)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민노총 소속 노조가 협의회에 가입하면 MZ노조의 명분과 정당성이 더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30 MZ세대는 왜 민노총과 거리를 두고 별도의 협의회 결성을 추진하고 있을까. 그에 대한 단초는 송 부의장이 지난해 7월 초 '더중앙'에 기고한 "방만경영 끝판왕...지하철 안전인력 부족, 그 뒤엔 민노총 있다[서울교통공사 MZ노조가 고발한다]"에 비교적 상세히 설명돼 있다. 

이 글에서 송 부의장은 서울교통공사가 시민단체 낙하산·계약직의 대규모 정규직화·부채를 무릅쓴 성과급 잔치 등으로 방만경영을 일삼는 조직으로 전락해버렸다며 그 원흉이 민노총이라고 밝혔다. 특히 낙하산 인사·정규직 전환 등의 정책은 故 박원순 시장과 노조세를 불리려는 민노총의 합작품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서울교통공사가 비효율적인 조직이 되자 그 폐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돌아가 근무환경과 복지가 오히려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민노총이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근무 환경 향상에 기여하지 않는 또는 기여할 생각이 없는 태도야말로 협의회 결성에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기존 노조의 문제점과 한계를 여실히 절감한 MZ노조는 설립 결의문에서부터 민노총과 차별점을 뒀다. 그 주요 내용은 ▲ 산업민주주의 실현-노동자대표제 기구 구성에 민주적 정당성 강화 ▲ 사회적 공감대 조성-시대에 부합한 다양하고 개방적 의견 수렴 ▲ 투명한 노동시장 조성-지속가능하고 투명한 노동시장 조성 ▲ 올바른 노동지식 전파-무노조 사업장, 예비 노동자 대상 지식 전파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 조성' 등의 조항을 봤을 때 협의회가 정치 투쟁 등 이념적 활동은 줄이는 대신 노사 협력을 추구하고 노동자의 실질적 권익 확보에 힘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민노총은 MZ세대 주축 노조가 별도의 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8일 협의회 구성에 대해서 "환영한다"라고 했지만 "아쉽다. 한국 사회에서 한미관계나 남북관계 등 정치적 사안에 개입하고 의견을 내지 않으면 노동자의 삶에 바뀌지 않는다. 한반도에 평화적 분위기가 확장돼 군비를 감축하면 남는 재원을 복지, 노동자 예산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Z세대로 일컬어지는 분들은 이 같은(효순이 미선이 사건) 대중적 반미투쟁 당시 아주 어렸거나 아예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시간이 흐르고 그분들도 노조 활동을 하다 보면 정치문제 개입이 결과적으로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바꾸는 데 중요한 의제라는 사실에 동의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노동권 향상을 위해 일정 정도 정치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전제에 일리가 있다 하더라도, 민노총이 20년도 더 지난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상기하며 반미·친북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MZ세대가 보기에 시대착오적이란 평가다. 더구나 MZ세대는 북한은 노동자의 권리는커녕 기본적인 인권조차 향유할 수 없는 곳인데 민노총이 종북적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맞냐고 지적한다.

민노총은 그런 문제의식조차 없이 북한 조선직업총동맹과 연대한 바 있다.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는 지난해 8월 13일 "로동자의 억센 기상과 투지로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무분별한 전쟁대결광란을 저지파탄시키자"란 제목의 연대사를 보내왔다. 민노총은 이를 바탕으로 조선직업총동맹과 공동결의문을 작성해 그해 열린 8·15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연대사와 결의문을 낭독하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민노총의 종북주의 논란이 촉발되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MZ세대 네티즌들은 "노동쟁의인지 간첩활동인지 모르겠다" "21세기에 아직도 종북주의냐" 등 도저히 민노총을 이해할 수 없단 의견을 밝혔다. 

현재도 연대사와 공동결의문은 민노총 홈페이지에 버젓이 게시돼 있다.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는 북한 조선직업총동맹의 연대사. [사진=민주노총]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게시된 민주노총과 조선직업총동맹의 공동결의문. [사진=민주노총]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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