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각) 사우스캐롤라이나 해변에서 F-22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정찰 풍선'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여전히 옥신각신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내 양국 최고위 외교 당국자 간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안보 회의(MSC, Munich Security Conference)에 참석하는 동안 왕이 전 중국 외교부장과 회동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단 '양측이 동의한다면'이란 조건을 단 것으로 봤을 때 조율이 된 상황은 아직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첫 비행체인 정찰 풍선이 격추되고 난 후 지난 5일-6일 사이로 계획됐었던 방중 계획을 잠정 연기한 바 있다. 미국 측은 이에 대해 '풍선이 여전히 영공에 떠 있는 동안 블링컨 장관이 방중한다면,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댔었다.

그럼에도 뮌헨 안보 회의에서의 논의 추진 소식이 나오면서, 미국은 여전히 양국 간 갈등을 대화로 풀어보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단 평가다. 미국 내에선 중국 감시 프로그램의 일환인 정찰 풍선 때문에 자국의 안보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단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로 척 슈머 미 연방 상원 의원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이 중국 풍선을 추적해 많은 정보를 얻었다"라면서도 "우리는 중국과 냉전을 할 순 없다. 그들과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중국이 뮌헨 안보 회의에서 블링컨 장관과 왕이 전 외교부장의 회동에 응할지는 확실치 않다.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데다가 13일엔 중국 외교부 성명으로 "2022년 이후 미국 풍선이 중국 영토를 불법적으로 10번 이상 침범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왕웬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풍선이 불법적으로 다른 나라의 상공을 침범하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봐야 하고 잘못된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관련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도 했다. 

왕웬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월스트리트저널]

존 커비 미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중국 외교부의 성명에 대해 미국은 중국 영공에서 비행 기구를 운영한 적이 없다며 부인한 상황이다.

한편 블링컨 장관과 왕이 전 외교부장의 회동이 실현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미중이 전혀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미국의 한 고위급 행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끊임없이 외교적 방안을 찾고 있지만 발표할 것이 없다'라고 답했으며 미 국가안보회의와 국무부, 주미 중국대사관은 논평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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