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머틀 해변 인근에서 중국의 고고도 정찰 풍선을 회수 중인 미 해군 장병들. [사진=블룸버그통신]

중국이 정찰 풍선에 대해 양국 최고 국방부 관리 간 논의가 필요하다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미 국방부가 전했다. 미국은 전화 통화를 통해 중국과 정찰 풍선에 대해 의논하고자 했지만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두 국가 간의 관계가 최저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팻 라이더(Pat Ryder) 국방부 대변인은 정찰 풍선이 지난 4일(현지시각) F-22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직후 국방부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과의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거부됐다고 밝혔다.

라이더 대변인은 "불행히도 중화인민공화국(PRC)이 우리의 요청을 거부했다"는 표현을 했는데,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공식 이름인 '중화인민공화국'으로 지칭했다고 명시하면서도 그 이유를 특별히 설명하진 않았다. 미중관계가 현재 소원하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더 대변인은 그러면서 "우리는 책임감 있게 관계를 관리해나가기 위해 합중국(the United States)과 중화인민공화국 간의 열린 의사소통 라인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며 "양국 군 사이의 라인은 이런 때에 특히 중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워싱턴의 주미 중국대사관은 정찰 풍선 관련 미국의 전화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국방부 발표에 대해 '미국이 자국의 전화 요청이 거부됐음을 인정했다는 것은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의 관계가 정상적인 외관을 회복할 수 있단 희망을 꺾는 것(dash)'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대만 문제 등이 미중의 지속적인 갈등 요인인 상황에서 정찰 풍선 문제마저 리스크 관리가 되지 않으면 양국 관계가 회복 불가능으로 접어들 수 있단 경고라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진행한 논의의 목표 중 하나는 양국 군 사이의 연락 재개였다. 지난해 8월 초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후 미군과 인민해방군 간의 의사소통이 단절됐었는데 이를 복구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면서 두 정상간의 논의가 현재로서는 소용이 없게 됐단 평가다.

미국에 의해 수거된 중국 정찰 풍선의 모습. [사진=블룸버그통신]

중국이 미국의 '리스크 줄이기' 노력을 거부하면서, 미국도 중국에 점차 '강경' 자세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이 미진했단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미국이 보여준 가장 강경한 입장은 '영토 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 풍선을 격추하는 것에 대해 중국에 사전 고지를 할 의무는 없다' 정도였다.

공화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바이든 정부의 풍선 관련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은 지난 1월 말 정찰 풍선이 처음 발견됐을 때 바이든 대통령이 풍선을 격추시키지 않았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텍사스의 마이클 맥카울(Michael McCaul) 연방 하원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결의에 대한 시험에서 실패했다며 "중국은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정찰 풍선은 미합중국에 도발적인 한 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의) 약함을 보여주길 원했고, 그들은 내 생각에 어느 정도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민주당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찰 풍선이 통과했던 몬태나주 연방 상원 의원인 존 테스터(Jon Tester)는 7일(현지시각) 공개 브리핑을 열고 바이든 행정부에게서 확실한 대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테스터 의원은 몬태나주에 있는 탄도미사일 기지를 지나간 풍선을 격추시키지 않은 바이든 행정부를 지속적으로 비판한 인사이기도 하다.

이렇듯 정부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기에, 중국이 앞으로도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한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강경'을 넘어 '초강경' 자세를 이어갈 수도 있단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미국의 오판을 야기할 수도 있어 미중간 갈등은 앞으로도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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