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75%가 평균 8.6kg 빠지는 ‘마두로 다이어트’ 신조어 낳아
美 석유 제재 예고…국제사회 제재 수위 높일 듯
외신 "마두로 대선 승리, 패배자는 베네수엘라"

식량부족으로 온 국민을 ‘강제 다이어트’시킨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20일(베네수엘라 시간) 텔레수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개표가 90% 이상 진행됐으며 마두로 대통령이 582만3728표를 얻어 67.7%의 지지율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엔리 팔콘 후보가 182만552표를 얻었으며 하비에르 베르투치 후보가 92만5000표로 그 뒤를 이었다. 헤이날도 키하다 후보는 3만4614표를 얻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대선 투표율은 46.1%로 집계됐다. 지난 2013년 대선 투표율은 80%였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우고 차베스의 정책을 계승한 좌파 성향의 정부로 지난 2013년 4월 집권했다. 공공 버스 운전사로 일하다 노조 지도자가 된 마두로는 차베스를 만나 국회에 입성한 뒤 차베스의 후계자가 됐다.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집권 이후 실정을 거듭한 데다 유가 폭락으로 재정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지난해 11월 사실상 국가 부도 사태(제한적 디폴트)를 맞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는 마두로 취임 이후 45% 감소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이로 이해 식량 부족 사태를 겪었다. 베네수엘라 언론에 따르면, 식량 부족 사태를 겪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2016년 기준으로 가구 구성원의 75%가 평균 8.62kg이 빠져 ‘마두로 다이어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식량난을 극복하고자 2016년 군부에 식량 수입 및 공급 전권을 맡겼지만, 군 고위당국자가 식량밀거래에 직접 참여하거나 리베이트를 받는 방식으로 부정부패를 저지르면서 이마저 실패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당선 확정 이후 자신의 승리가 “대중의 승리”라며 자축했다.

하지만 주요 후보와 야권이 대선 결과 발표 전부터 이번 선거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팔콘 후보는 이날 투표 종료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 과정은 타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선거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새로운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소에 1만3000명가량 정부 관계자들이 배치되는 등 불법 행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을 언급,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마두로 정권에 대한 경제 제재를 대폭 강화한 미국 정부는 제재 수위를 더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무부는 베네수엘라 대선 당일에 비합법적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원유 수출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강화를 예고해왔다. 지난해 8월에는 베네수엘라와의 금융 거래를 금지하는 단독 제재를 가했고, 마두로 대통령을 비롯한 베네수엘라 고위급 인사들의 재산을 동결하고 거래를 금지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발행한 가상화폐 ‘페트로’의 미국 내 거래와 사용도 전면 금지했다.

지난 14일 베네수엘라 정부에 조기 대선 강행을 취소하라고 최후통첩을 날린 이른바 '리마그룹'도 미국과 보조를 맞춰 압박에 동참할 태세다. 리마그룹은 베네수엘라 정국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캐나다를 비롯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미주 14개국이 지난해 구성한 외교 모임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마두로가 대선서 승리했지만, 패배자는 베네수엘라"라고 평가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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