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외부 조문객 이재용 삼성 부회장...10분간 머문 뒤 자리 떠
장하성, "존경받는 훌륭한 재계의 별...안타깝다"는 文대통령 애도사 전달
박용만·최태원·반기문·김성태·안철수 등 정·재계 인사 조문 이어져

20일 타계한 구본부 LG그룹 회장은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마다하고, 자신으로 인해 번거로움을 끼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고인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을 치르기로 했지만 정·재계에서 조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유족들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장례식장 3층 1호실에 조문객들을 위한 비공개로 빈소를 마련한 상태다.

조문객들의 방문은 20일에 이어 21일에도 이틀째 이어졌다. 

이재용 부회장 (연합뉴스 제공)

20일 LG가(家) 3세 경영인 구본무 회장의 빈소를 찾은 첫 외부 조문객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4시경 수행인 없이 홀로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약 10분간 머문 뒤 자리를 떴다.

그 뒤를 이어 범 LG가(家)인 인사들이 줄지어 빈소를 찾았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구본완 LB휴넷 대표·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과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등이 조문을 위해 빈소를 방문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구자학 아워홈 회장·구본걸 LF 회장·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과 허윤홍 GS건설 전무 등도 빈소를 찾았다. 올해 93세로 거동이 불편한 부친 구자경 그룹 명예회장은 천안 자택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규칠 전 LG상사 회장·이문호 전 LG 부회장도 빈소를 방문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제공)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날 오후 8시 30분경 빈소를 방문했다.

그는 조문을 마치고 나와 '문재인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말 존경받는 훌륭한 재계의 별이 가셨다. 안타깝다"는 문 대통령의 애도사를 전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방상훈 조선일보 대표이사, 홍석현 한반도 평화만들기 이사장 겸 중앙홀딩스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도 빈소를 찾았다.

별세 이틀째인 21일엔 할아버지(구인회-허만정)와 아버지(구자경-허준구) 세대에 이어 구씨가(家)와 허씨가 간의 3대째 동업자인 허창수 GS 회장이 구 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해외출장 중이었던 허 회장은 전날 추도문을 통해 "믿기지 않는 비보에 애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슬픔을 표한 뒤, 급거 귀국해 빈소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 등 40명의 LG그룹 임원단이 단체로 빈소를 찾았다.

차석용 부회장은 조문 뒤 빈소를 나가며 기자들에게 "황망하고 할 말이 없다"면서 "(구 회장이) 아끼지 않은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한 뒤 애통한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떠났다.

과거 같은 그룹 총수 자격으로 고인과 공식·비공식 행사에 수차례 함께 참석했던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연합뉴스 제공)

최태원 SK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았으며, 구자균 LS산전 회장과 강석진 전 GE코리아 회장,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등도 구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빈소를 방문했다. 구 상무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침울한 표정으로 빈소를 찾았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빈소를 찾아 "우리 경제계의 큰 별이 가셨다. 정말 안타깝다"며, 후계자인 구광모 상무에 대해선 "그분도 잘하시는 분이고, LG에 여러 중진이 많이 계시니 전부 도와주실 것이다. LG는 원래 화기애애한 그룹이다"라고 말했다.

정계에서도 추모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경 제일 먼저 빈소를 찾은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에 이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장례식장을 찾아 상주인 구광모 LG그룹 상무 등 유족들을 위로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와 손학규 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진영 의원(서울 용산구)도 이날 빈소를 찾았다.

안 후보는 "기업인 시절부터 알던 분"이라며 "아직 할 일이 많고 존경받는 분인데 너무 큰 상실감을 느낀다"고 추모의 마음을 표했다.

빈소에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정세균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등이 보낸 조화도 밤사이 잇따라 도착했다.

전날 밤늦게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본혁 LS니꼬동제련 부사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허세홍 GS글로벌 사장,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 등도 조문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LG그룹 측은 전했다.

고인의 뜻에 따라 유족들은 통상 빈소에서 눈에 띌 법한 조화는 받고 있지 않다.

다만 문 대통령이 보낸 조화와 LG·GS·LS·LIG 등 범LG가가 보낸 조화에 한해서만 수용해 빈소 내부에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관계자는 "조문을 정중히 사양하는 것은 자신으로 인해 번거로움을 끼치고 싶지 않아 했던 고인의 진정한 유지인데, 빈소를 방문하는 조문객들을 돌려보내기는 어려워 매우 난감하고 고충이 크다"며 "마음으로 애도를 전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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