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박근혜·이병기·이병호·홍용표 등 고발
“선거 승리 위해 인권 짓밟는 범죄 저질러” 주장
탈북자들, 신변 위협 호소…절대 스스로 北에 넘어갈 일 없다"

2016년 4월 8일 통일부가 공개한 북한 해외식당 근무 종업원의 입국 장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2016년 4월 북한의 여종업원이 집단 탈북한 사건을 두고 "국가정보원에서 기획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다고 14일 밝혔다.

좌파 성향 변호사 단체인 민변은 박근혜 정부의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병호 국정원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당시 중국 저장(浙江) 성 닝보(寧波)에 있는 북한 류경식당에서 지배인으로 일했던 허강일 등도 고발 대상에 포함했다.

민변은 이날 오후 2시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승리를 위해 종업원들과 가족들의 인권을 짓밟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오랫동안 범죄 행위를 은폐하고 방치한 불법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6년 4월 초 북한 식당에 근무하던 여종업원 12명이 남성 지배인과 함게 탈출, 제 3국을 거쳐 국내에 들어온 바 있다. 당시 통일부는 "이들이 한국에서 한국TV, 드라마, 영화, 인터넷을 통해 한국 실상과 북한 체재의 허구성을 알게 돼 집단 탈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사건을 '괴뢰 정보원 깡패들이 조작한 전대미문의 유인·납치로 규정하고 종업원들의 즉각 송환을 요구했다.

국내에서도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민변은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엿새 앞둔 '기획 탈북'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원에 종업원들에 대한 변호인 접견을 신청했다. 그러나 국정원 측은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입국한 만큼 접견을 허락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그러자 민변은 법원에 인신 보호 구제 심사를 청구했다. 여러 친북 인사들을 통해 북한 가족들의 위임장을 받아왔다며, 북한 종업원 가족들의 위임을 받아 인신보호법상 구제 청구를 하겠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탈북 종업원들은 순차적으로 북한 이탈주민 보호센터를 퇴소해 원하는 곳에서 살고 있고, 퇴소 후 국가기관에 의해 자유를 제한받고 있다는 자료나 정황이 없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이 사건은 최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지배인 허씨 인터뷰 등이 보도되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허씨는 방송에서 본인과 부인만 귀순하기로 했으나 국가정보원 직원이 '종업원들을 다 데리고 들어오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종업원들을 협박해 함께 탈북했다고 주장했다.

이튿날 통일부는 "사실 관계 확인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허씨가 종업원들의 탈북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자, 2년여 만에"자유의사로 탈북했다"는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이나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을 송환하기 위해 탈북 종업원 북한 송환이라는 맞교환 카드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한편, 정부의 탈북종업원 북한 송환 문제가 거론되면서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강제 북송'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페이스북 등 자신의 SNS에 내용의 영상이나 글을 올려 '신변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1일 탈북자 김태희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분30초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절대로 스스로 북한으로 넘어갈 일이 없으며 만약 제가 북한에 끌려가서 자발적인 것처럼 기자회견을 하는 일이 생겼어도 자발적인 것이 아니니 저에 대한 구출 운동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008년 탈북해 세 살자리 아이를 키우는 주부 박모씨도  "남북정상회담 이후 밤에도 한 시간 이상 연속해서 잠을 자 본 적이 없다"며 "조용히 살아온 나 같은 사람도 한순간에 북으로 다시 끌려갈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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