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6.1지방선거에서 연패한 더불어민주당이 소위 ‘혁신형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한다. 7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비대위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민주당 7일 오후 의원총회서 ‘혁신형 비대위’ 안건 통과...차기 당대표 겨냥한 권력투쟁 막 올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당대표 직무대행이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시·도당위원장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당대표 직무대행이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시·도당위원장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홍근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에 앞서 6일 시도당위원장·원외지역위원장과 연석회의를 잇달아 열고 비대위 구성에 대해 논의해 금주 중에 비대위를 출범시킨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 대표는 이재명계 의원이다. 대선 패배 직후인 지난 3월 24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재명계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의원을 누르고 승리했다. 과거에 박원순계로 분류됐으나 대선 때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장을 맡았다.

따라서 박 대표는 민주당을 ‘이재명 당’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비대위 체제를 추진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친문계 혹은 586으로 불리는 민주당 내 주류세력을 혁신의 기치 아래 이선으로 후퇴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

6일 연석회는 ‘책임론’을 혁신의 걸림돌로 규정...이재명계 입김?

6일 연석회의 분위기만 봐도 그렇다. 지방선거 패배를 둘러싼 이재명 책임론을 혁신의 걸림돌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박 대표와 시도당위원장, 원외위원장들은 최근의 당 내홍과 관련해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를 '네 탓', '남 탓' 공방해선 안 되고 환골탈태를 위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가 나온 뒤에 새 지도부 선출을 통한 당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칙론처럼 들리지만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이 이재명 의원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재명계의 입김이 강하게 느껴지는 발언이다.

그러나 이재명계의 구상대로 상황이 순탄하게 흘러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비대위 구성단계에서부터 갈등이 격화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런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가급적 ‘중립적 비대위’를 구성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왼쪽 두 번째)이 현충일인 6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황어장터 3·1만세운동기념탑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왼쪽 두 번째)이 현충일인 6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황어장터 3·1만세운동기념탑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대위원장으로 김부겸, 이광재, 문희상 등 계파색 적은 인물들 거론돼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구성, 선거 평가, 전당대회 준비 등 크게 세 가지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비대위는 선수별로 추천받고 청년, 여성, 원외,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대략 9명 이내로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선, 재선, 3선, 4선 이상 중진 , 여성, 청년, 원외 인사 등을 기준으로 삼아 각각 1명씩 추천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의원, 문희상 전 국회의장,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이상민 의원 등이 거론된다. 당파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인물들이라는 분석이다. 7일 의총에서 비대위 인선안이 추인되면 당무위와 중앙위 의결을 거쳐서 비대위가 출범할 예정이다.

‘586 용퇴론’과 ‘이재명 책임론’은 상극관계, 공존은 불가능에 가까워

비대위가 출범하면 8월 전당대회 당권을 겨냥한 계파 갈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재명계는 사활을 걸고 ‘이재명 당대표’ 카드를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의원이 당안팎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금배지를 단 이유는 ‘당대표’에 있다. 당대표를 맡아 2024년 4월 총선 공천권을 행사해 민주당을 이재명 당으로 탈바꿈시킨 뒤, 차기 대선에 재도전한다는 구상이다.

이런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586용퇴론’을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다. 반면에 당내 주류인 586과 친문계는 ‘이재명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생존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책임론과 586용퇴론은 상극관계이다. 586용퇴론이 사그라들수록 이재명 책임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존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친문 핵심 홍영표 의원, 586 우상호 의원 등 벌써 ‘이재명 당권 도전’ 견제구 던져

이미 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친문 핵심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6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의원이 (인천) 계양으로 나서고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온 게 지방선거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평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86그룹의 대표격인 우상호 의원은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과 관련, “대선 후보가 총선 공천에 관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 이번 당권을 잡으면 다음 대선을 겨냥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가 있다”면서 “의원들의 다수 의견은 걱정하는 쪽이 많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는 시나리오에 대해 당내 부정적 기류가 더 많다고 지적한 것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TBS 라디오에서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과 관련, 당내 부정적 기류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TBS 라디오에서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과 관련, 당내 부정적 기류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우 의원은 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같이 말하면서 “대선 후보가 당권을 잡으면 당 내분이 생기고 항상 시끄러웠다”면서 “2015년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대표 할 때 결국 당이 깨졌지 않았는가.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시는 분들이 나가버렸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의 사례까지 들어가면서 이재명 당대표 체제에 대해 미리 반론을 제기한 셈이다.

그러나 우 의원은 “대선 후보가 당권을 잡아서 존재감을 분명히 보여주고, 가장 센 1호 당원이 책임을 지고 당을 이끌어야 되는 게 아니냐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어서 어떤 것이 맞고,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