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주둔 '적절한 보상' 못받았고 北 핵무장 못막았다" 트럼프 의중 반영된듯
NYT "전면철수는 어려울듯…관리들, '對北외교 무관 이미 늦은일' 강조"
전문가들은 "한미동맹 상당한 후퇴" "주한미군은 동맹의 신성한 부분" 부정적
NYT, 평화협정後 주한미군 文대통령 "필요"↔文특보 "정당화 못해" 논란 소개
靑, 美NSC로부터 "전혀 사실 아냐" 답변…펜타곤도 "준비태세 불변"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일(미국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정상회담을 불과 몇 주 앞두고 미 국방부(펜타곤)에 주한미군 감축 검토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대북 협상용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둔비용 문제로 불만을 제기해온 것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한편으로는 이 보도가 최근 '주한미군 철수'를 의제로 한 한국 외교안보라인의 혼선도 주목하면서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NYT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한 워싱턴발(發)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조선노동당 위원장)과 역사적인 회담을 갖기 몇주 전에 국방부에 주한 미군 감축을 위한 옵션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NYT는 "주한미군 감축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무기 계획에 관한 회담에서의 협상용은 아니라고 이 관리들은 말했다"며 "그러나 그들은 남북한 간의 평화조약이 (체결된다면) 현재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2만3500명의 군인들의 필요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부연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은 일본을 주로 보호하고 있는데다, 수십년간 군대 유지가 북한의 핵 무장을 막지 못했으며, 미군의 한국 주둔비용에 대해 미국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며 주한미군 철수를 결심했다"고 했다.

NYT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압박은 한국과 군의 비용 분담에 관한 '팽팽한 협상'과 맞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8년 말로 만료되는 협정에 따라 한국은 미군 주둔비용의 절반(연간 8억달러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상 한국이 주둔비용 전액을 대야한다고 요구해 왔다.

특히 신문은 "이 지침은 미국이 북한과 위험한 핵 협상을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에 주한 미군의 동맹 관계를 약화시키고 이웃 일본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국방부와 다른 기관의 관리들을 동요시켰다"면서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적인 병력 감축과 부분적인 감축 중인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지만 전면 철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들은 북한과의 외교가 급물살을 타는 것과 무관하게, 미군의 규모와 배치를 재고하는 것은 이미 늦은 일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지시 배경에 대해 NYT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은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요소를 주입시켰다. 거의 70년에 이르는 남북한 간의 군사적 충돌을 끝내기를 전망하는 만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열망이, 김정은의 양보의 대가로 병력 감축을 제안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짐 매티스 국방장관이 지난달 27일 향후 미군 주둔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도 있다고 시사하면서 그러한 우려를 더했다"고 전했다. 매티스 장관이 주한미군 철수 여부에 대해 "그것은 우리가 동맹국들과, 그리고 물론 북한과 협상할 때 논의할 문제들 중 일부"라며 "현재로서는 우리는 그저 절차를 따라야 하고, 협상을 해야 하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한 전제조건을 달거나 추측해선 안 된다"고 여지를 남긴 사실을 거론했다.

NYT에 따르면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군대를 철수하는 것이 여러가지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돈을 아끼는 것'은 물론 '김정은과의 협상에서 의미있는 거래 전표를 준다'는 것 등이 이점으로 거론됐다.

다만 차 석좌는 "하지만 한미동맹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상당한 후퇴로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 국방부의 아시아 정책 최고 관리를 지낸 켈리 맥새먼은 "주한미군 주둔은 우리 동맹의 '신성한 부분'"이라고 주한미군 철수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NYT는 최근 한국 내 외교안보라인의 혼선도 관련 정황으로 제기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는 이번 주에 '북한과의 평화 조약의 결과로 군대가 여전히 필요하며 철수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복했다"고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을 소개한 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측근들조차도 장기 주둔의 근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언급된 '문 대통령의 측근'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연세대 명예교수)이다. NYT는 문정인 특보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낸 기고문을 "이번 주에 널리 읽힌 기사"라며 거론한 뒤 문정인 특보가 "평화 조약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들의 지속적인 존재를 정당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자문 자답했던 점을 보도했다.

한편 문 특보는 3일(미국 현지시간) "주한미군 철수를 얘기한 적 없다"고 말을 바꿨고, 청와대는 하루 전부터 비공개 방미(訪美) 중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핵심 관계자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 지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급히 확인했다고 4일(한국시간) 전했다.

같은날 미 국방부도 NYT 보도 관련 "한국에서의 임무는 과거와 같으며 미군의 준비태세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로건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이 같이 말하면서 "국방부는 (대북) 최대 압박 캠페인을 지원하고 대통령을 위한 군사 옵션을 개발·유지하며, 동맹국들에 대한 철통 같은 안보 약속을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4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보낸 본인 명의의 성명읕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곤(미국 국방부)에 주한미군 병력감축 옵션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없다"며 NYT의 관련 보도를 "완전한 난센스(utter nonsense)"라고 일축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