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조폭 이씨 불법도박 수익, 수상한 자금 흐름…고발 경과 보고 사건 배분"
野 "이재명 前시장이 감사 표한 이씨, 與 다른 예비후보 위협한 배후로 지목"
은수미 측 "자원봉사로 알았다…치졸한 음모와 모략, 정치적 음해 중단하라"

6·13 지방선거 경기 성남시장에 도전하는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성남시장 후보.
6·13 지방선거 경기 성남시장에 도전하는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성남시장 후보.

19대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지낸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경기 성남시장 후보가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에게 운전기사와 차량 유지비를 무상 지원받았다는 등 의혹이 확대 일로다. 야권에서는 '불법자금 수수' 의혹으로 규정하고 후보직 사퇴 요구와 함께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은수미 후보는 운전기사로 일했던 최모씨가 '자원봉사자인 줄 알았다'는 취지로, 최씨를 고용한 업체 대표인 이모씨(38)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는 식으로 '조폭 연루 의혹'과 선을 긋고 있다. 은 후보 본인이 지난 2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전히 전 최씨가 고맙다"며 자원봉사를 받았을 뿐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하고, "이런 정치적 음해와 싸울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은 후보의 개인 운전기사로 일했다는 최씨는 최근 한 언론에 "2016년 6월부터 1년간 은 후보의 개인 운전기사로 일했는데, 월급 200만원과 기름값·차량유지비 등을 성남시에 있는 한 기업에서 대신 냈다"고 밝혔다. 최씨가 월급 등을 받았다고 주장한 업체는 성남시에 있는 무역업체 K사다. 
  
회사 대표 이씨는 중국의 글로벌 기업 '샤오미'와 국내 공식 총판 계약을 맺었고, 2016년 11월에는 이재명 당시 시장의 성남시로부터 '중소기업인 대상'을 수상하는 등 건실한 사업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조직폭력배였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씨는 성남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국제M(마피아)파' 행동대원 출신으로 경찰의 관리대상 조직폭력배"라고 설명했다. 
 
이씨가 검찰 수사망에 오른 건 지난해 초 중국 칭다오 등에 사무실을 두고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사실이 들통나면서다. 1년 동안 도피했지만 결국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재억)는 이씨가 140억원을 탈세한 혐의 등을 추가로 밝혀내 지난 18일 그를 재판에 넘겼다. 
  
이씨는 자신의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관의 아내를 K사 직원으로 채용한 것처럼 속여 허위로 급여를 지급하는 수법으로 수천 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도 받는다. 
  
이씨는 은 후보가 성남 중원구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2015년 12월 은 후보 선거 사무실을 직접 찾아 함께 사진을 찍은 적이 있어 정·관계 로비 의혹의 단초를 제공했다. 2016년 1월 K사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에는 "은 의원의 북콘서트 출판기념회에서 K사가 의전 활동을 했다"고 돼 있다. 이 블로그는 현재 폐쇄된 상태다. 
  
이에 대해 은 후보 측은 "후보가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했을 당시 이씨가 선거 사무실을 방문해서 사진을 찍긴 했지만, 방문객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개인적인 친분이나 일면식 있는 사이는 아니다"며 "북콘서트도 의전은 보좌관이, 안내는 자원봉사자가 담당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박정오 자유한국당 성남시장 후보는 "은 후보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사실관계를 밝히고 진실규명을 위한 수사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당은 또 30일 신보라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회의원 출신이자 낙선 후 계속해 정치적 진출을 모색했던 자가 자원봉사와 불법 자금지원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은 비겁한 변명이자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며, 은 후보의 '여전히 최씨가 고맙다'는 소셜미디어 글에 대해서도 "이씨를 회유하는 듯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나아가 "사업가 이씨는 민주당 성남시장 예비후보였던 지관근씨를 위협한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씨의 '도박 사건 수사 중 정치인 등과 관련된 이상한 자금흐름이 포착되었다'고 한다"면서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성남시와 이씨 회사가 복지시설 환경개선 업무 협약을 맺을 당시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사업가 이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로비 게이트가 될 수 있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바른미래당도 논평을 내고 범죄 연루 의혹을 받는 은 후보가 기초단체장 중에서도 손꼽히는 요직인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은 후보는 "최씨는 2016년 6월경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뜻을 밝혀와 간간이 도움(운전)을 받았던 사람"이라며 "최씨와 이씨 사이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또 "K사의 대표에게 한 푼의 불법정치자금도 수수하지 않았고 차량 운전 자원봉사와 관련된 지원도 요청한 적 없다"며 "치졸한 음모와 모략, 정치적 음해를 즉각 중단하라"고 덧붙였다. 
  
이씨를 둘러싼 검찰 수사는 확대 양상을 띠고 있다. 은 후보 지원 논란이 불거진 데다 이씨가 도박 불법 사이트 운영으로 벌어들인 돈을 정·관계 로비에 벌였을 가능성이 제기돼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도박 사건을 수사하는 도중 발견된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를 관할하는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관련 사건을 맡게 될 공산도 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내주 중으로 정치권에서 고소나 고발이 들어오는지 경과를 지켜본 뒤 사건을 배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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