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꼰대들 '해방전후사의 인식' 벗어나야...죽창가에 토착왜구란 말 넘쳐나다니"
"현실 맞지 않으면 생각 바꿔야...1945년 이후 다시 복기하면 다른 결론 나올 것"
"공산주의 배격한 정부 만든 건국의 아버지들이 현명한 선택했고 잘한 일이라고 평가"
"文정권, 모든 게 적폐로부터 기인한다는 알리바이로 자신의 무능 호도...병이구나"

사진=함운경 페이스북

서울대 물리학과 82학번으로 1985년 5월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한 586 운동권의 상징적 인물 함운경 씨가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으로 촉발된 역사관 논쟁에 입을 열었다. 함 씨는 "우리 586꼰대들은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벗어나야 한다"며 건국의 아버지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 씨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80년대 학번들은 '대한민국은 분단의 아버지 독재자 이승만이 친일청산을 못하고 친일파를 앞세워서 분단국가를 만들었고 미 제국주의가 조종 내지 미국을 이용 또는 빌붙어사는 사대 매국세력이 기득권인 재벌과 관료를 등에 업고 지금까지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내 말이 틀렸나?"고 했다. 이어 그는 "아직도 여기저기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반독재투쟁, 적폐청산투쟁, 민족독립운동의 깃발과 죽창을 들자는 것 등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SNS캡처
1985년 5월 26일 72시간 만에 미 문화원 점거농성을 푼 뒤 밖으로 나서는 모습. 왼쪽에서 세번 째가 함운경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 (사진=SNS 캡처)

함 씨는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 현실에 맞지 않으면 생각을 바꾸는 게 맞다"며 "역사는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는데 1945년 이후를 제대로 다시 복기하면 다른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함 씨는 "내가 그 당시 10대 후반, 또는 20대였다면 난 북으로 갔을 것이다"며 "그러나 지금은 남쪽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남북 노동당 계열의 공산주의 세력을 제외한 정부를 수립한 이 땅의 건국의 아버지들에게 나는 현명한 선택을 했고 잘한 일이라고 평가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라며 "임시정부를 계승하고 건국한 이승만, 김성수, 조봉암 등등이 나는 건국의 아버지들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함 씨는 "적산처리와 토지분배 문제도 무상몰수 무상분배가 좋다고들 생각하지만 북한 인민군이 6.25 때 밀고 내려왔어도 동조하지 않은 남쪽의 인민대중은 유상몰수 유상분배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전쟁을 거치면서 지주는 몰락하고 우리는 자작농의 나라로 출발하여 대한민국은 평등한 나라가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 씨는 "오래전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가 글을 쓰고 싶었던 계기는 작년 죽창가를 들자고 하고 토착왜구란 말이 넘쳐나면서 '이게 병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고 모든 게 적폐로부터 기인한다는 알리바이로 자신의 무능을 호도하는 일들을 보면서부터"라며 "이재명 점령군 발언과 그 뒤 반응을 보고 아주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인데 초복날 장사로 바빠서 못쓰고 택배 없는 일요일 책상에 앉아서 짬을 낸다"고 했다.

함 씨는 1985년 결성된 전국학생총연합(전학련) 산하 '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삼민투)' 공동위원장으로 미 문화원 점거농성을 주도했다. 징역 6년 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던 1988년 특사로 석방됐다.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다시 투옥되기도 한 대표적 586 운동권 인사다. 지난 6월 언론을 통해 "내가 장사를 해보니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사기"라고 일갈해 일대 화제를 모았다. 당시 함 씨는 "사람 고용해 월급 주는 사람이 진짜 '애국자'였다"며 "나라 살림 거덜 내면 안 된다는 말을 하는 정치인들이 없더라"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하 함운경 씨가 올린 글 전문.

우리 586꼰대들은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벗어나야한다.

이재명 점령군 발언과 그 뒤 반응을 보고
아주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인데
초복날 장사로 바뻐서 못쓰고
택배없는 일요일 책상에 앉아서 짬을 낸다.

80년대 학번들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분단의 아버지 독재자 이승만이 
친일청산을 못하고 친일파를 앞세워서
분단국가를 만들었고
미제국주의가 조종내지 
미국을 이용 또는 빌붙어사는
사대 매국세력이 
기득권인 재벌과 관료를 등에 업고
지금까지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내말이 틀렸나?

여기저기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아직도 반독재투쟁, 적폐청산투쟁
민족독립운동의 깃발과 죽창을 들자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

지구가 태양주위를 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맞지 않은 사실들이 쌓이면서이다.

빛이 직진만하는 것이 아니라 
중력에 의해 휠 수도 있다는 것은
실험과 관찰을 통해서이다.

현실에 맞지 않으면 생각을 바꾸는게 맞다.

1945년 그 격변의 시기로부터
사회주의와 민족해방노선이
전세계에 욱일승천하는 기세로 전진하던
1960년대에 태어난 우리는
사회주의와 민족해방노선에 
관대하다.

그러나 지금 젊은이들은 1990년대이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이미 소련은 망했고
중국이 강한 나라인 것은 맞는데
중국이 살고 싶은 나라는 아닐 것이고
일본의 경제력을 부러워하던 우리와는 달리
한수 아래로 생각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독립을 못해서 
나라가 이 모양이고
무장독립운동하던 김일성이 정통성이 있고
미국 일본과도 맞짱을 뜨니 멋지다고 하면
뭐라고 할까?

역사는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는데
1945년이후를 제대로 다시 복기하면
다른 결론이 나올 것이다.

나는 80년대에 이런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은 어땠는지 상관없다) 
전민항쟁노선으로 그런 때가 와서
(전국민이 민중봉기로 전두환을 뒤집어엎자는 노선)
북한이 우리를 돕겠다고 할 때 어찌할 것인가?
60~70년대 혁명가들은 북한과 손잡고 하자는 사람도 있었고
80년대 말에 
그걸 주창해서 대세가 된 조직도 있었다.

나는 미문화원 점거 농성에서
남북적십자회담으로 
북한 측 대표단이 롯데호텔에 묵기로 되어있어
우리한테 손이라도 흔들면 어찌돼나해서
격론 끝에 72시간만에 농성을 풀었다.
나는 이미 그때 선택을 한 것 같다.

다시 옛날로 돌아와서
크게 보면 이승만이던 김일성이던
단독정부노선을 걷고 있었는데
정부를 세우는데 모두 친일파를 기용했다.
내가 그 당시 10대후반 20대였다면
난 북으로 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남쪽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남북 노동당계열 공산주의세력을 제외한 정부를 수립한 
이 땅의 건국의 아버지들에게
나는 현명한 선택을 했고 잘한 일이라고 평가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건국의 아버지가 한 분만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미국도 여러분을 언급한다. 
임시정부를 계승하고 건국한 이승만 김성수 조봉암등등이 
나는 건국의 아버지들이라고 생각한다) 

친일청산이라는게 
1)친일파숙청이라고 쓰고 사형+재산몰수
2)일본이 남긴 적산처리
3)일본인 지주와 조선인 지주가 갖고 있는 토지분배
이 3가지일 것이다.

일본에 협력한 자를 사형시키지 못하고
공민권을 제한하지 못한 것은
북쪽도 마찬가지이다.
트로츠키가 러시아혁명당시 적군을 조직하면서
제정 러시아 군대 장교들을 중용한 것을 보고
레닌이 경악했다는데
트로츠키는 눈썹하나 까닥안하고
혁명이 이기는 방법이라고 했다. 

적산처리와 토지분배 문제도
무상몰수 무상분배가 좋다고들 생각하지만
북한 인민군이 6.25때 밀고 내려왔어도
동조하지 않은 남쪽의 인민대중은
유상몰수 유상분배를 받아들인 것이다.
전쟁을 거치면서 지주는 몰락하고 
우리는 자작농의 나라로 출발하여
대한민국은 평등한 나라가 시작된 것이다.
(농립부장관 조봉암 공산주의자가 한 일이다. 
지주정당 한민당 김성수도 동의한 일이다)

오래전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가 글을 쓰고 싶었던 계기는 
작년 죽창가를 들자고 하고
토착왜구란 말이 넘쳐나면서
이게 병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고
모든게 적폐로부터 기인한다는 알리바이로 
자신의 무능을 호도하는 일들을
보면서 부터이다.

이재명의 발언에서 점령군은 당연한 사실이나
친일 지배체제를 유지하며 
나라가 깨끗하게 출발하지 않았다는게
무슨 뜻인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80년대 해방전후사의 인식은 젊은이들에게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반일종족주의처럼 
일제시대가 근대화라고 하는것도 접수가 안될 것이다.

우리 현대사를 긍정하고
사회발전에 기여해야한다는 측면에서
우리세대의 인식이 바뀌길 바라지만
쉽지 않으리란 생각에 
맘이 편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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