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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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5월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해 86 운동권의 상징적 인물로 남게 된 함운경 씨(서울대 물리학과 82학번)가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지켜보며 거대 양당에 대한 촌평을 남겼다. 함 씨는 국민의힘이란 정당의 근본적 성질상 "눈치보기는 늘고 핵심권력 하자는 대로 할 것"이라 우려하며 "다양한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함 씨는 이틀전 SNS에 올린 글에서 "나는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고 열린우리당 당원교육연수센터 소장이었다"며 "각자 당헌에 나온 대로 하면 양당을 이렇게 규정한다. 열린우리당은 민주화 운동을 계승한 정당이고 한나라당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고 선진화를 이끄는 정당(박세일 기초), 이렇게 교육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나보고 현재의 양 거대 정당을 한 마디로 규정하라고 하면 민주당은 훌리건 정당, 국민의힘은 공무원 정당"이라고 했다.

함 씨는 "민주당은 팬덤 정도가 아니라 훌리건들이다. 경기장에 난입해서 난동을 피우고 깡패짓을 한다"며 "훌리건들이 날뛰지 못하게 감독들이 강하게 제지해야 하는데 문재인 감독은 오히려 양념이라며 부추겨 당이 훌리건들의 난장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 이재명이 대통령 후보가 된 일"이라고 했다.

함 씨는 "국민의힘은 공무원 당이다. 이 당의 기풍은 되는 쪽에 붙는 것"이라며 "이명박이 오면 이명박에게로, 박근혜가 세면 박근혜에게로, 윤석열이 될 듯하면 한 쪽으로 붙는다. 그리고 생각과 노선 이런 것도 다 바뀐다"고 했다.

함 씨는 "공무원 정당의 특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승진"이라며 "자신의 출세가 제일 중요하지 다른 것은 사실 관심 밖이다. 승진에 결정적인 분의 의중을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한데 대통령실 기능에서 무슨 일을 추진하는 것을 빼버렸으니 눈치보기는 늘고 핵심권력 하자는대로 할 것"이라 우려했다.

함 씨는 "이런 상황이 걱정"이라며 "정치가 중요한데 정치권에 인력은 너무나 약하고 실력부족이다. 하다못해 민심이라도 제대로 반영되어야 하는데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함 씨는 "민심 그대로를 반영하는 선거제도, 자신의 색깔별로 누구나 쉽게 정당을 만들 수 있는 그런 제도로 바꾸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이제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계개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할 터인데 내가 관심갖는 것은 정당법, 선거법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함 씨는 1985년 결성된 전국학생총연합(전학련) 산하 '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삼민투)' 공동위원장으로 미 문화원 점거농성을 주도했다. 징역 6년 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던 1988년 특사로 석방됐고,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다시 투옥될 정도로 열렬히 활동한 86그룹 운동권 인사다. 지난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장사를 해보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사기"라고 일갈해 일대 화제를 모았다. 당시 함 씨는 "사람 고용해 월급 주는 사람이 진짜 '애국자'였다"며 "나라 살림 거덜 내면 안 된다는 말을 하는 정치인들이 없더라"고 했다. 또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일정 도중 "미 점령군"이라 발언해 역사 논쟁을 촉발시킨 데 대해서도 "이재명 점령군 발언과 그 뒤 반응을 보고 아주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인데 초복날 장사로 바빠서 못쓰고 택배 없는 일요일 책상에 앉아서 짬을 낸다"며 "우리 586꼰대들은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벗어나야 한다. 남북 노동당 계열의 공산주의 세력을 제외한 정부를 수립한 이 땅의 건국의 아버지들에게 나는 현명한 선택을 했고 잘한 일이라고 평가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전북 지역을 순회하며 군산에서 수산물 통신판매업과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함 씨를 따로 찾았다.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등 주요 경제정책을 함께 비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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