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등히 우월한 지위를 이용했다"...사건 발생으로부터 1년3개월여만의 '유죄' 선고

오거돈 전 부산광역시장.(사진=연합뉴스)
오거돈 전 부산광역시장.(사진=연합뉴스)

부하 여직원에 대한 성폭력 혐의(강제추행 치상)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거돈 전(前) 부산광역시 시장에게 법원이 징역 3년의 실형을 내렸다. 법원은 오 시장 사건을 ‘권력에 의한 성폭력’으로 규정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부산지방법원 형사6부(재판장 류승우)는 29일 오전에 열린 이 사건 선고 공판에서 이같은 내용의 선고를 하며 오 전 시장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오 전 시장에 대해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 및 장애인 복지시설 등의 5년간 취업 제한, 그리고 신상정보 등록 등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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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오거돈 전 부산광역시장이 부산지방법원에 출두했다.(사진=연합뉴스)

여당·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부산시장직을 수행해 온 오 전 시장은 자신의 부하 여성 직원을 추행하고 해당 직원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傷害)를 입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선고 직후 오 전 시장은 법정 구속됐다. 오 전 시장 사건에 대해 법원이 오 전 시장에게 유죄를 인정한 것은 사건 발생으로부터 1년 3개월여만의 일이다.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은 피고인(오거돈)이 피해자에 대해 월등히 우월한 지위를 이용, 권력에 의한 성폭력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이 부산시장, 2개 대학의 총장, 해수부 장관 등을 지냈다는 사실은 높은 권력에 있는 공직자가 더 높은 책임감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유리한 양형(量刑) 요소로 반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해자는 자신이 근무하는 조직의 장(長)인 피고인의 업무수행 중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이 사건을 당해 매우 치욕적이고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을 것으로 인정되고 상처로 남았다”며 “더욱이 사회적 관심이 높고 수사(搜査) 장기화로 피해자의 고통이 더 커진 것으로 예건할 수 있어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 재판장인 류승우 부장판사는 “피해자의 심정은 처참(悽慘)하고, 저를 포함한 우리 사회가 느낀 감정은 참담(慘憺)했다”며 “피고인은 우리나라 사회에서 앞에 서서 이끄는 사람으로, 피해자는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류 판사는 “정치가 들어설 게 없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인 것과 관련이 없다”며 “고통받지 않아야 할 사람이 아직 고통받고 있다. 조금 더 공감하고 자제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판결에 대해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오거돈공대위) 측은 “오 전 시장에 대한 법정 구속과, 판사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에 마음이 좀 풀렸다”면서도 “7년 이상의 실형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고, 가중 처벌이 될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오거돈공대위 측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선고 공판이 이뤄질 법정에 들어서기 전 언론 취재진의 질의 응답에 응하고 있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사진=연합뉴스)
선고 공판이 이뤄질 법정에 들어서기 전 언론 취재진의 질의 응답에 응하고 있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오 전 시장은 자신과 관련해 ‘성폭력’ 의혹이 불거지자 해당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형사 고소하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직후인 지난해 4월23일 관련 의혹을 인정하고 시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오 전 시장이 자신의 성폭력 피해 당사 여성 측과 총선 이후인 2020년 4월 말까지 공직에서 사퇴한다는 취지로 공증을 받기도 했는데, 해당 공증의 공증인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등이 공동 설립·운영한 법무법인 부산의 정재성 변호사(사시26회·연수원16기)였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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