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탄핵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금 사표 수리하면 내 처지가 어떻게 되나?"
'탄핵'을 운운하며 임성근 부산高法 부장판사 사표 수리 거부한 김명수 대법원장
단단히 화난 시민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으로 보내온 근조화환, 16일 현재 194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응원 화환들과 비교돼 눈길 끌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근조화환들의 모습. 헌정사상 처음으로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 대법원장을 규탄한다는 의미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보내온 화환들이다. 2021. 2. 9. / 사진=박순종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근조화환들의 모습. 헌정사상 처음으로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 대법원장을 규탄한다는 의미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보내온 화환들이다. 2021. 2. 9. / 사진=박순종 기자

헌정사상 처음으로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한다는 의미에서 시민들이 대법원 앞에 가져다 놓은 근조화환의 수가 일주일 사이에 네 배나 늘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판사 신분으로 국회의 탄핵소추 대상이 된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와 관련해 지난해 “탄핵”을 운운하며 임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사실이 있음에도 ‘사실무근’을 주장한 김 대법원장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정문과 후문 사이 인도(人道)에 김 대법원장을 규탄한다는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늘어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일경.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탄로난 직후부터다.

임성근 부장판사가 지난해 5월 김 대법원장을 찾아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표 수리를 요청했을 때 김 대법원장이 “국회에서 탄핵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금 사표를 수리해 버리면 탄핵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돼 내 처지가 곤란해진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며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절했다는 국내 매체 보도에 김대법원장은 “그런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고 임 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한 사실도 없다”는 식의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의 이같은 해명은 하루도 못 가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임성근 부장판사 측이 지난해 5월 대법원장 면담 당시 녹음해 둔 녹취 파일과 녹취록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나자 김 대법원장은 지난 4일 “이유야 어찌 됐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변명한 후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시간 끌기로 사건을 뭉개고 넘어가려고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거짓말 논란’이 일자, 단단히 화가 난 시민들은 대법원 앞에 하나 둘 근조화환을 가져다 놓기 시작했다. 지난번 윤석열 검찰총장 응원 화환 보내기 운동을 주도한 자유·우파 시민단체 자유연대(대표 이희범)에 따르면 16일 현재 대법원 앞에 놓인 근조화환 수는 194개다. 지난 8일 기준 45개에 불과했던 것과비교할 때 설을 지내며 일주일 사이 네 배나 늘어난 것이다.

화환들에는 ‘거짓말의 명수(名手)’ ‘오죽하면 녹음했겠냐’ ‘김명수 탄핵’ ‘사법부의 치욕’ ‘자진 사퇴하라’ 등 김명수 대법원장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생생하게 적혀 있다. 근조화환을 보낸 주체들도 처음에는 보수·우파 단체들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개인 명의의 근조화환들도 꽤 늘었다. 현장을 지키고 있는 자유연대는 지금도 계속해 화환들이 들어오고 있어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여권 지지 성향의 일부 시민들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응원한다는 취지의 작은 화분들을 가져다 놓기도 했다.

이 화분들은 숫자나 크기 면에서 대법원 앞 근조화환들과 비교가 됐다. 또 대법원 앞 근조화환들에는 화분들을 보낸 단체들이나 개인들의 실명이 구체적으로 적혔지만 서울중앙지검 앞 화환들에는 ‘깨시민 일동’ 등으로 익명 처리가 돼 있었다는 점에서 대법원 앞 근조화환들과 차이점이 있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응원 화환들의 모습. 2021. 2. 9. / 사진=박순종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응원 화환들의 모습. 2021. 2. 9. / 사진=박순종 기자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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