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26일 "마스크 공급 물량 충분히 확보돼있다"며 기재부 등에 지시
대구・경북 100만장, 약국 240만장, 우체국・농협 110만장 등 합계 500만장 배포 계획
'공적 판매처' 현장엔 물량 없어...우체국 측도 "전국 3000여개 우체국서 모두 판매할 수 없다"
우한폐렴 전후 마스크 시장, 사실상 정부가 통제...물량 다수 중국 넘어갔다는 보도 나오기도
문재인 정부가 27일 오후부터 중국발 우한폐렴의 국내 확산과 관련해 공적 마스크를 약국과 우체국, 농협 등에 배분하겠다고 했지만 현장에는 마스크가 공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복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500만장의 마스크를 ‘배분’하기로 한 공적 판매처(대구・경북지역, 의료진, 약국, 우체국・농협 등)에는 마스크 물량이 확보되지 않았다. 현장에는 마스크를 사기 위한 시민들 줄이 빼곡하게 늘어섰을 뿐 점포 안엔 물량이 없다는 안내문까지 내붙었다고 한다.
전날(26일) 문재인 대통령은 “마스크 공급 물량은 충분히 확보돼있다”며 “그러나 마스크가 국민 개개인 손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실제로 국민이 체감할 조치를 취해달라”고 지시했던 바 있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약국과 농협, 우체국 등을 통해 마스크를 차질 없이 공급할 계획”이라며 “기재부 1차관이 매일 체크하기 시작했는데 일일점검을 해서 국민이 현장에서 구입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 오늘부터 더 속도를 내서 챙기겠다”이라 강조했다.
문 대통령 발언 직후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경북지역에 일일 100만 장씩, 총 500만 장을 추가 공급한다. 또 의료기관 및 대구의사회 등에 일일 50만 장을 공급할 계획”이라며 “나머지는 약국과 우체국에 공급한다. 전국 2만4000여 개소 약국에 일일 240만 장을, 읍면지역 우체국 1400개소와 농협 1900개소(서울·경기 제외)에 일일 110만 장을 공급할 예정”이라 전했다.
다만 27일 현장에선 마스크 물량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내 농협하나로마트 등 지정된 공적 판매처에는 “물량 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에서 미리 보도가 됐고,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해 현재 제조업체와 협의 중” “빠른 시일 내에 물량을 확보해 판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공적 판매처로 명시된 우체국에서도 물량이 없어 마스크를 찾는 시민들을 되돌려보내는 일이 반복됐다고 한다.
정부 측 발표와 달리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내달 2일 오후부터 마스크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다만 우정사업본부 측은 전국 3000여개 우체국에서 모두 마스크를 판매할 수는 없다며 세부적인 계획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우한폐렴 사태 전후 마스크 시장 사실상 정부가 통제...12월·1월 물량은 대부분 중국 유출됐다는 보도 나오기도
중국발 우한폐렴 사태 전후로 마스크 시장은 문재인 정부가 유통과 가격 등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관세청과 한국무역통계진흥원 수출입 통계를 인용한 지난 25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대중국 마스크 수출액은 지난해 12월 60만 달러 규모에서 지난 1월 6135만 달러로 100배가량 폭증했다. 이 언론은 “지난 1월 일회용 마스크 수출중량이 174만8839kg으로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라며 “제품 1개 중량이 약 5g내외인 점을 감안해 계산해보면 3억5000여만 장이 중국으로 수출된 셈”이라는 점도 함께 전했지만, 현재 보도 내용에서 이 내용은 삭제된 상태다.
다른 언론들을 통해서도 “관공서 쪽에서 많이 가져간다” “중국 오더들인 것 같다”는 마스크 공급 현장 관계자들 증언들이 전해졌다. 시민들은 국내에 중국발 우한폐렴이 지역사회에까지 확산되기 이전 정부여당 고위 관계자들이 중국, 북한 등에 방역물품을 지원하겠다던 과거 발언까지 문제삼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전날 내놓은 마스크 관련 발언은 지난 25일 마스크에 대한 ‘긴급수급조정조치’와 연관돼있다. 이 조치는 마스크 생산업체의 수출은 생산량의 10%로 제한과 당일 생산량의 50% 이상은 공적 판매처에 공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어제 생산분부터 공적 마스크 조치가 적용됨에 따라, 실제 유통 현장에 물량이 배포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전망"이라며 "대구 등 일부 긴급 지역에는 먼저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다. 다소 발표가 빨랐지만, 27일부터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