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김영철, 북핵 실제 협상 능력 가져...한미관계 이간시켜 미국과 대화 기회 노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 이틀째인 지난 9일 평택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해 천안함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 이틀째인 지난 9일 평택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해 천안함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김영철의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 소식에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또한 미국 제재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김영철을 북한측 대표로 선택한 이유는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간)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알려진 북한 김영철이 한국에 온다면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3일 전했다. 국무부는 또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무산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의 만남의 목적은 북한 비핵화라는 미국의 조건을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VOA의 보도에 따르면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영철이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측과 만나려고 했던 의도는 북한 비핵화라는 미국의 조건을 논의하고 제시하기 위해서였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제시하는 요건이자 미국과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공유하는 정책 목표라는 점을 매우 명확하게 하려 했다”고 밝혔다.

노어트 대변인은 “미국의 역할은 한국 정부의 가까운 파트너이자 동맹으로서 협력하는 것이며 안전하고 훌륭하며 긍정적인 올림픽을 지원하고 보장하는 것”며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던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과 김영철은 미국의 제재 대상이라는 점에 차이가 없다. 김영철의 한국 방문에 대해선 한국에 문의하라. 한국은 올림픽 기간 중 특정 개인이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여러 제재조치들로부터 면제받도록 유엔과 협력해왔다”고 했다.

이어 “(평창 올림픽 기간 미북 대화에 대해) 불행하게도 북한이 해당 만남을 취소했다”며 “북한은 이를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해당 만남이 성사되고 미국이 북한과 마주 앉아 이런 메시지를 매우 강력하게 전달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기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VOA는 전했다.

한편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22일 자유아시아(RFA) 방송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폐막식 대표단장으로 보내 한국과 미국과의 대화 기회를 다시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개막식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과 미국이 원하면 북한 고위관리와 대화할 기회를 주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철은 대남 강경파인 동시에 남북대화를 관장하는 인물로 북한은 한미 관계를 멀어지게 하려는 의도와 더불어 미국과의 실질적인 대화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고스 국장은 "김영철은 남북한 문제뿐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에도 충분히 경험과 지식이 있는 인물"이라며 "예를 들어 핵 동결 등을 논의하기에 그는 적합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김영철은 북핵 문제에 있어 김정은의 의중을 잘 알고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RFA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메신저 즉 의사전달자 역할을 했던 반면 김영철을 실제적 협상 능력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 정부에서 제재를 다뤘던 전직 미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영철은 선택한 배경에는 미국과 한국을 위협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한국정부에 신중한 접근을 조언했다. 

월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천안함 사건은 매우 큰 사건으로 한국정부가 더 많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데 개인적으로 놀랐다”며 “만약 이 같은 사건이 미국에서 일어났다면 즉 미 해군함정이 특정국가에 의해 침몰됐다면 전쟁이 시작됐을 것”이라고 했다고 VOA는 23일 전했다. 브라운 교수는 “김영철의 한국 방문 요청은 한국이 북한에 맞서 ‘안 되다’고 외칠 좋은 기회”라고 지적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대북제재를 자문해온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도 “북한이 김영철을 고른 배경에는 미국과 한국을 위협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이 약 50명의 한국장병을 죽인 사람이 아닌 다른 인물을 보낼 수 있었지만 김영철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며 “이는 북한이 미국과 한구을 위협하는 방식이며 이런 위협 속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라는 요구가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어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소니사 해킹 이전에 미국 재무부의 ‘특별지정 제재대상(SDN)’ 명단에 올라 있다”며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김영철을 제재한 이유는 그가 북한 정찰총국장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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