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하야, 14년만에 맞는 좌파 포퓰리즘의 종언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하야, 14년만에 맞는 좌파 포퓰리즘의 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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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 부정 선거와 부패 연루 의혹에 돌아버린 민심, 군과 경찰마저 등돌리자 ‘백기 투항’
쿠바,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최고 지도자들 모랄레스 대통령 지지하고 나서...라틴아메리카 일대 좌파 정권들 ‘초비상’
멕시코는 대통령에게 ‘망명’ 제안하기도
지난 10일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TV 연설을 통해 하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4년만에 좌파 포퓰리즘이 볼리비아에서 그 끝을 보게 될 전망이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지난 10일 하야 성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는 2006년 당선 이래 4연임 기록을 달성하며 ‘라틴아메리카 권역 최장수 지도자’이자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라는 두 개의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AFP,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당일 오후 자신의 하야 성명을 TV 연설을 통해 밝혔다. 직접적 이유는 ‘선거부정 의혹’에 따른 민심 이반.

미주기구(OAS)는 “선거 결과를 무효로 하고 새 선거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권고, 볼리비아 대선의 부정에서 부정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더해 윌리엄스 칼리만 볼리비아군(軍) 최고사령관이 나서서 “볼리비아의 평화와 안정”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기도 했다. 사방으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는데다가 정권의 수족인 군과 경찰마저 하야를 종용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 시점에서 그에게는 ‘백기 투항’ 외의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사태의 직접적 발단은 지난 10월20일 치러진 볼리비아 대통령선거 1차 투표로 거슬러 올라간다. 볼리비아 정부가 개표 과정을 불투명하게 공개한 것이다. 투표 당일 첫 중간개표 결과에서는 1위 후보인 모랄레스 대통령과 2위 후보인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 간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아 결선 투표가 점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볼리비아 선거관리 당국이 돌연 개표 결과의 공개를 중단한 후 하루만에 다시 내놓은 결과에서는 두 후보 간 격차가 10%p 이상 벌어졌다.

이 밖에도 지난 2016년 대통령 임기 제한 해제 시도, 세금 인상과 각종 경제 지표 하락이 민심 이반의 주요 원인이 됐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대통령의 임기를 제한을 해제하려 관련 법안의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그러자 그는 볼리비아 헌법재판소를 동원해 국민투표 결과를 무효로 돌리고 연임을 강행했다. 천연가스 가격 하락은 천연가스 수출에 의존하는 볼리비아 경제를 위태롭게 했다. 워싱턴포스트지에 따르면 볼리비아 정부의 적자 지출은 국내총생산 대비 8%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 각종 부패 연루 혐의가 불거지면서 모랄레스 정권은 이미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볼리비아의 위치.(그래픽=구글 지도)

모랄레스 대통령의 하야 사태에 인근 국가들의 좌파 지도자들이 ‘초비상’ 태세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의 최고 지도자들이 모랄레스 대통령 편을 들고 나섰다. 이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모랄레스 대통령의 하야를 두고 “폭력적이며 비열한 쿠데타”라는 표현을 써 가며 이번 사태를 규정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장관은 “20명의 볼리비아 공무원들과 의원들이 주(駐) 볼리비아 멕시코 대사관에 피난처 제공을 요청해 왔다”면서 “우리(멕시코)는 모랄레스에게도 망명을 제안한다”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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