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노로바이러스 확진 128명으로 늘어
-자원봉사자들 입 맞춘 듯 “밥이 너무 맛있고, 방이 따뜻해서 뜨거울 지경”
-강릉아트센터 앞에선 '현송월 일행 공연’
-1500명 이상의 경찰 병력이 40여명의 태극기 시민 포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전날 평창을 취재하기 위해 8일 평창으로 향했다. 평창 메인스타디움에 도착한 것은 이날 오후 1시, 바로 앞 평창 시내는 놀라울 정도로 적막했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유니폼을 입은 자원봉사자들만 간간이 눈에 띄었다. 세계인의 축제가 시작된다는 흥분과 기대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메인스타디움 앞 평창시내

 

메인스타디움 앞 평창 시내
메인스타디움 앞 평창 시내

 

평창 시내에는 아래 사진처럼 컨테이너박스 모양의 건물들이 중구난방으로 서 있었다.  개막식 하루 전날인데도 불구하고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대부분 마무리 작업중이었다. 밥을 먹기위해 음식점으로 들어갔을 때 건물안은 시멘트 냄새와 먼지로 자욱했다. 넓은 음식점의 텅빈 홀 한가운데 PenN기자 단 둘이 점심식사를 했다, 다른 손님은 없었다. 먹고 밖으로 나오니 이제 막 오픈한 상점에 물건을 채워 넣는 모습이 보였다. 평창의 첫인상은 마치 내일의 촬영을 위해 준비 중인 거대한 영화 세트장 같았다.

 

눈꽃 축제장
눈꽃축제장

 

평창 시내 한가운데 자리 잡은 눈꽃 축제장이 눈에 들어온다.  많은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겨울왕국'의 모습이 아니었다. 홍보사진에 나왔던 곳과 같은 장소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황량했다. 축제장 주변에 상품관, 공연관 등 즐길거리가 가득하다고 보도됐지만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황량함까지 더해져 뼛속까지 한기가 스며들었다. 

 

 

장소를 옮겨보기로 했다. 시내에서 약 4km 떨어진 알펜시아 리조트내에 위치한 메인프레스센터로 향했다. 프레스센터 앞은 국내 취재진들과 세계 각국에서 도착한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에서 어제 막 평창에 도착했다는 해외 취재진들은 세계인의 겨울 축제가 시작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평창에 와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내일 축제가 시작되니 기쁘다"며 카메라를 들고 들뜬 걸음으로 프레스센터 안으로 향했다.

 

미국 NBC 기자

 

중국 기자

 

프레스센터 근처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언론을 통해 부실한 식사 제공 등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미흡한 대우가 꽤 보도가 됐던 터여서 실상이 궁금했다. 20대 초반의 자원봉사자들에게 물었다. “식사는 괜찮아요?”

이들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너무너무 좋아요.”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을 정도예요.”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SNS에는 질 낮은 식사가 제공된 사진이 돌고 있던데..”

“그건 사진 찍기 나름이에요. 아무리 맛있어도 이상하게 음식을 담아서 사진을 찍으면 당연히 그렇게 나오겠죠?”

그들은 생활하는 숙소는 어떠냐는 질문에도,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정말 따뜻하고, 난방이 너무 잘돼서 뜨거울 정도에요"라고 답했다.

나중에 다른 자원봉사자에게 확인한 바로는 올림픽 운영위원회가 초기에는 질 낮은 부실한 식사를 제공했지만 이 사실이 도마에 오르고 격렬한 항의가 이어지자 음식의 질이 개선됐고 지금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한다.

곧이어 셔틀버스 운전기사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이 지급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셔틀버스에 올랐다. 운전기사에게 임금에 대해 묻자, 그는 “회사에서 알아서 책정된 임금을 준다”며 고개를 돌렸다.

 

북한 기자단

 

오후 3시 20분경 한 무리의 동양인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짙은 갈색 유니폼을 입은 3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40대로 보이는 남자였지만 여자들도 눈에 띄었다.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가 눈에 띄었다. 이들은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침묵 속에서 프레스센터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PenN 기자 2명은 이들에게 다가가 질문을 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북한에서 취재 오신건가요?”

모두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우리를 돌아봤다. 그중 한명이 말문을 열었다. "우리는 통일부에서 ..." 

이때 그들과 동행하던 한국 측 보안요원 두명이 PenN 기자들을 제지했다. 보안요원들과 실랑이를 하는 사이 북한 취재진들은 프레스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오후 7시경 현송월 삼지연관연학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공연이 열리는 강릉아트센터로 향했다. 아트센터로 들어가는 길 초입부터 경찰병력이 가득 들어서 있었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회원 약 40명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북한 예술단 공연과 김여정 방한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었다. 바닥엔 찢어진 김정은 사진 조각이 흩뿌려져 있었다. 스피커에서 벌레소년의 ‘평창유감’ ‘종북의 시대’ 음악이 연신 흘러나왔다.

1500여 명의 경찰은 60-70대로 보이는 소수의 태극기 집회 회원들을 마치 극렬 폭력집단을 대하는 양 몇 겹으로 둘러싸고 철통마크했다. 경찰들에 섬처럼 둘러쌓인 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은 그들의 손에 들린 태극기처럼 애처로워 보였다. 해가 진 강릉은 가만히 서있으면 몸서리가 쳐질만큼 차가웠다.

 

 

한편 맞은편의 불을 환하게 밝힌 강릉아트센터에선 북한 예술단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샤넬백을 메고 나타난 현송월이 인솔한 북한 예술단의 공연에 대해 한국언론은 '마린 걸' 짧은 의상을 입고 군무는 '아이돌급' 뺨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공연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 시내는 잘 만들어진 하나의 영화세트장 같았고, 국내외 기자들은 들떠있었다. 그리고 한시간 거리의 강릉아트센터에선 북한 예술공연단의 공연과 이에 반발하는 단체의 항의시위가 묘한 대조를 이뤘다.

한편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노로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 감염 확진자는 6일 32명, 7일 86명에 이어 8일엔 128명으로 증가했다.

감염 확진자가 평창, 정선, 강릉 폭넓고 지속적으로 늘면서 각국 선수들이 모인 올림픽 선수촌에도 비상이 걸렸다. 바이러스 자체는 대개 1주일 정도 지나면 자연치유되는 설사ㆍ구토 증세를 보일 뿐이지만, 오랜 준비기간 끝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하는 선수단으로서는 혹시나 악재로 작용할까 불안한 상황이다. 만약 선수 감염자가 나올 경우 자칫 국제적인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인만큼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당국은 감염자 격리와 손 세정제 비치 등을 통해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평창.강릉=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서울=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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