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선수단 ‘한반도기’ 들고 입장한다고?”…화난 시민들
전국 곳곳서 ‘태극기 걸기’ 움직임
서울대‧연대‧고대 등 대학 내서도 ‘태극기 걸자’
대학생 단체, 직접 평창 내려가 시민들에게 태극기 나눠줄 예정

8일 오전 서울에 사는 언론인 출신의 김종완 씨(68)는 평창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두고 집 앞에 태극기를 달았다. 동아일보 사회부장과 편집국 부국장을 거쳐 재외동포재단 이사를 지낸 김씨는 “평창올림픽은 서울올림픽과 월드컵, 세계 육상선수권대회에 이어 세계 4대 스포츠제전의 대한민국 개최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라며 “태극기는 그 자부심의 상징”이라고 태극기 게양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대학과 고교 동문, 퇴직 언론인 등 지인들 중에도 이날 집 앞에 태극기를 내건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평창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태극기 게양’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개‧폐막식 등에서 ‘태극기’가 빠진 데 대한 반발로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태극기를 게양하자’는 열풍이 거세진 데 따른 것이다. 앞서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개‧폐막식 대표 선수단 입장시 북한을 배려해 태극기 대신 소위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페이스북과 대학교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평창올림픽 개막식날 태극기를 달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연세대 커뮤니티 ‘연세넷’에는 ‘우리가 왜 북한과 함께 마지막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한반도기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대와 고대 커뮤니티에서 잇달아 비슷한 글이 게재됐다.

자유 우파 성향의 대학생 학술단체인 ‘고대 트루스포럼’은 대학 내에 한반도기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대자보를 붙였다. ‘개개인의 근본적 자유와 존엄을 존중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남북단일팀은 물론이고 북한의 올림픽 참가 자체를 반대해야 한다. 우리 모두 평창에서 지워진 태극기를 곳곳에 게양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트루스 얼라이언스' 회원 대학인 서울대, 고대, 연세대, 이화여대, 경희대, 외국어대, 인하대, 감신대, 총신대, 한동대 등 전국 10여개 대학이 올림픽 기간 중 대학 내에 태극기를 게시할 예정이다.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한 것으로 유명한 대학생 단체 ‘한국대학생포럼’은 아예 강릉 현지에서 시민들에게 태극기를 배포한다. 갑작스런 남북단일팀 결성으로 논란을 빚었던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첫 시합이 열리는 오는 10일 관람객들에게 직접 태극기를 나눠준다는 계획이다. “열정에는 메달을, 국가대표에게는 태극기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한국대학생포럼의 박성은 회장(23)은 “평창올림픽 현장에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은 선수촌에 공공연하게 인공기를 내거는 등 인공기를 자랑스럽게 내놓는 반면 ‘태극기’는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다”며 “정부와 언론이 억지로 감추는 태극기를 시민의 손으로 직접 흔들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한국 선수의 출전 기회를 박탈한 일방적 남북단일팀 결성과 한반도기에 반대하는 동시에 한국 대표선수들과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응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학생 단체는 같은 취지로 8일 오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회의에서 김성태 의원 등 국회의원들에게 차량용 태극기를 배포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 강남구(신연희 구청장)는 평창올림픽이 열리는총 38일 동안 자치구 차원에서 ‘전 가정에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벌인다. 강남구는 개막식 하루 전부터 관내 주요 간선도로변에 가로기를 게양해 태극기 달기 축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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