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역사교과서 공청회서 ‘질타’ 쏟아져…“대한민국 교과서 맞나?”
[단독]역사교과서 공청회서 ‘질타’ 쏟아져…“대한민국 교과서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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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 키우는 내용으로만 채웠다”
현직교사도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등 ‘근대’ 개념 빠진 것 아쉬워”
학부모들 “밀실 공청회 연 것에 책임의식 느껴야” 비판
교육부‧교육과정평가원,역사교과서 교육과정‧집필기준 2월 확정 예고
중‧고등 새 역사교과서 9개월 만에 개발…“상식적으로 가능한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교육과정‧집필기준’의 최종 시안을 발표한 3차 공청회장에서 학부모들과 현직 교사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1‧2차 공청회가 홍보 부족으로 소수의 현직 교사가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열린 것과는 달리 3차 공청회에서는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2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역사교과서 교육과정‧집필기준 마련 3차 공청회를 열고 최종 시안을 공개했다. 2차 공청회가 집필기준의 형식에 대한 논의에 집중했던 반면, 3차 공청회에서는 세부 내용과 진행 절차에 대한 지적이 쏟아진 것으로 PenN 취재 결과 확인됐다.

●‘근현대사’ 서술 둘러싸고 첨예한 논쟁…“대한민국 역사교과서 맞나”

이날 공청회에서는 ‘근현대사 서술’을 둘러싼 첨예한 논쟁이 오갔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두 자녀를 둔 학부모라고 밝힌 최모 씨는 “근현대사 서술 비중을 높이겠다고 했는데, 역사관에 따라 첨예한 갈등이 있는 근현대사 서술을 높이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역사를 왜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하고, ‘1948년’이라는 건국 시점을 삭제한 것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모 교사는 “역사는 국민 정체성을 가르치는 교과이기 때문에, 저도 수업할 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주의, 법치주의를 가장 먼저 가르친다”며 “(그런데 이번 집필기준에는) ‘근대’에 대한 개념이 안 들어가 있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건국 시점에 대해서도 “1948년을 건국 시점으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통령인데, 1919년을 건국 시점으로 보면 문 대통령은 41대 대통령이다”며 “이에 대해 학생들이 질문하는 경우도 있는데, 교과서가 이에 대한 답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역사의 긍정적인 부분은 죄다 삭제하고, 부정적인 면은 부각시킨 교과서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쏟아졌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에서 온 학부모 이모 씨는 “새마을 운동 등 한국에 대해 자랑스러운 의식을 갖게 하는 서술은 다 빠지고, 정경유착 등 부정적 면만 서술한 것 같다”며 “역사의식은 가치관 형성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온 학부모 이모 씨도 “아이들이 대한민국 역사를 배우며 나라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나라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먼저 튀어나오는 걸 보고 이 자리까지 왔다”며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긍정적 서술을 당부했다.

새 역사교과서 교육과정‧집필기준 연구 책임을 맡은 신항수 평가원 연구위원은 이런 지적들에 대해 “여기는 학회나 세미나 자리가 아니고, 정책 결과물을 내기 위한 자리”라며 “(오늘) 수렴한 의견을 잘 논의해보겠다”고 답변했다.

●“1‧2차 공청회 ‘밀실 공청회’였다”는 비판도 쏟아져

공청회 개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밀실 공청회’를 진행해온 것에 대한 의견도 적지않게 나왔다.

바른교육학부모연합의 에스더김 대표는 “행사가 진행되는 장소 앞에 배너도 하나 없어 찾아오느라 혼났다”며 “더 공개적으로 많은 국민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 데 대해 책임을 느끼셔야 한다”고 질타했다. 전국 학부모 교육 시민단체 연합(전학연)의 박은희 공동대표도 “이번이 3차 공청회인데 1‧2차 공청회 안내가 너무 부족했다”고 말했다.

1‧2‧3차 공청회에 모두 참석했다고 밝힌 현직 교사는 “오늘 참석한 학부모들께서 공청회 개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에 공감한다”며 “저도 그런 부분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1‧2차 공청회는 각 학회마다 안내문을 보내는 등 공지를 했었는데, 이번(3차) 공청회는 급하게 준비해 그러지 못했다”며 “공지가 부족했다고 느꼈다면 저희 불찰이다”고 해명했다. 1‧2차 공청회는 앞서 충분한 안내가 나갔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제로는 PenN의 꾸준한 관련 보도 이후 이 사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3차 공청회에는 종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정교과서 지우기 급급해 '졸속' 논란…중학 역사교과서는 9개월 만에 4권 개발해야

교육부와 평가원인 ‘국정 교과서 지우기’에 급급해 졸속으로 교과서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쏟아졌다. 오는 2월에 집필기준을 확정하면 출판사들은 9개월만에 역사교과서를 개발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취지다.

경기도 부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조모 교사는 “(교육부가)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교과서를 급하게 만들었다는 얘기가 안 나올 수가 없다”며 “중학교의 경우 역사 1,2와 교과지도까지 4권을 만들어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9개월만에 개발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말했다.

바른교육학부모연합의 에스더김 대표도 “정식 절차대로라면 교육과정이 먼저 나오고 공청회를 거친 뒤 의견을 반영해 집필기준이 나와야 한다”며 “평가원이 시간에 쫓겨 이를 동시에 진행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평가원측은 “일정에 따라 교과서를 개발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만, 평가원에서는 교과서 개발 일정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교육부 쪽에 의견을 전달해야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책임을 넘겼다.

평가원이 다음 달 중으로 교육과정‧집필기준을 확정하면, 출판사들은 오는 12월까지 역사교과서 집필을 마쳐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펜앤의 보도 이후 "아직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 확정된 바는 아니다"며 "당시 계획은 그랬으나 추가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면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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