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해부(上)‘대한민국 나쁜 나라였다’ 부각
[단독]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해부(上)‘대한민국 나쁜 나라였다’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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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독재' 잔뜩 키우고 경제성장 역사는 축소
저항과 실패 중심의 역사 서술, 학생들이 배우기 적절한가
학부모들 “부정적 사고 기르는 역사교육, 아이에게 해롭다” 호소
“이런 교과서가 대한민국 역사교과서 맞나?”

박근혜 정부가 기존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에 문제의식을 갖고 추진한 ‘국정교과서’가 폐기된 뒤 학생들은 어떤 교과서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보고 있을까.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국정교과서를 사실상 적폐로 낙인찍고, 지난해 8월부터 새로운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연구에 착수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불과 6개월 만에 교육과정‧집필기준 초안을 내놨다. 이후 지난 26일 교육부는 3차 공청회에서 최종 시안을 발표했다. PenN은 단독 입수한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최종 시안’의 문제점을 분석해 上‧中‧下 3회 시리즈로 연재한다. 1편에서는 ‘대한민국은 나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2편에서는 좌편향된 근현대사 역사 서술 문제를 각각 다루고, 3편에서는 ‘교육부도 인정한’ 이번 교육과정‧집필기준 마련의 절차적 하자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교육부는지난 26일 3차 공청회에서'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및집필기준' 최종 시안을 발표했다.집필기준은 검정 교과서가큰 틀에서꼭 따라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는지난 26일 3차 공청회에서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및
집필기준' 최종 시안을 발표했다.
집필기준은 검정 교과서가
큰 틀에서꼭 따라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마련한 새 교육과정‧집필기준이 공개된 이후 역사학계와 현직 교사들, 그리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졸속’ 집필, 좌편향된 역사 인식 등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역사교과서가 한국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먼저 살펴본다.

●친일‧독재는 최대한 부각시키고 한국 경제성장 기적은 죽이고…“대한민국 역사교과서 맞나?”

교육과정평가원은 ‘근현대사 비중 축소’를 국정교과서의 주된 문제로 지적하며 근현대사 역사 서술을 대폭 늘렸다. 문제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죄다 삭제하고, 부정적인 면은 부각해 서술했다는 점이다.

교육과정‧집필기준 시안을 개발한 평가원이 발표한 ‘교육과정 개발 방향’에는 “친일, 민족운동, 민주화 운동 등이 감축되고 경제성장을 유독 강조함”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친일과 민족운동, 민주화 운동 등에 대한 서술을 늘리는 한편 경제성장에 대한 서술은 줄이겠다는 취지다. 독재와 친일은 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집필기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다.

 

반면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과 성과는 축소하는 지침을 담았다. 평가원은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경제 성장은 정부와 국민이 이룬 성취라는 일국적 시각에 가두지 말고 세계 경제 변동 과정에서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파악한다”고 지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역사를 배우며 자부심을 느껴야 할 한국의 경제발전 역사를 ‘일국적 시각에 가두지 말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결국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이 한국 근현대사를 서술하는 주된 흐름은 “일본의 침략 – 독립운동 – 서구열강의 지배 – 남북 분단의 고착 – 이승만‧박정희의 독재 – 민주화운동 – 경제성장의 그늘”로 이어진다. 저항과 실패의 역사를 중심으로 한국의 역사를 서술하는 것이다.

●‘자살‧죽음‧투쟁’으로 가득 찬 시각자료…“학생들이 배울 역사로 부적절”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부정적 서술’은 기존 검정교과서 8종의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적돼온 부분이기도 하다. 교과서에 실린 한국 근현대사 관련 시각자료들이 대표적이다. 현재 교과서에는 죽음과 투쟁을 암시하는 사진만 가득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관한 사진들. 대부분이 죽음을 의미하거나 투쟁을 선동하는 사진이 주를 이룬다.

 

사진=바른교육학부모연합 제공

자기 몸에 불을 질러 자살한 전태일의 동상이나 조사 고문 치사한 박종철, 시위 중 사망한 이한열 등의 사진은 공권력에 대한 강한 저항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을 적지 않게 받아왔다. 그런데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강화하는 셈이다.

●학부모들 “긍정적 사고하는 아이로 키워 달라” 호소

자녀를 기르는 학부모들은 특히 자신의 뿌리인 대한민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주입하는 역사 교과서에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 내고 있다.

두 자녀를 기른다고 밝힌 학부모 김모 씨는 “초등학생 아이가 역사 교재 등을 읽고 나서 ‘대한민국은 나쁜 나라’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라 책을 펼쳐봤다”며 “교과서를 보니 아이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의 학부모 이모 씨는 “새마을 운동 등 한국에 대해 자랑스러운 의식을 갖게 하는 서술은 다 빠지고, 정경유착 등 부정적 면만 서술한 것 같다”며 “역사의식은 가치관 형성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온 학부모 이모 씨도 “아이들이 대한민국 역사를 배우며 나라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나라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먼저 튀어나오는 걸 보고 이 자리까지 왔다”며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긍정적 서술을 당부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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