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판사, 24일 새벽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 발부
梁 영장심사 마지막 발언서 "모함 받았다. 이렇게 조사 받는 게 수치스럽다"
함께 청구된 박병대 前법원행정처장 영장은 기각
좌파단체 "정의의 승리"환호...우파단체 "문재인을 구속하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제공]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제공]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71) 이 24일 새벽 구속됐다.

전ㆍ현직을 통틀어 대법원장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된 데 이어 구치소에 구속수감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52·27기)는 이날 오전 1시58분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 발부 직후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됐다.

명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5시간30분 동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심리에서 "수치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후배 법관들이 거짓 진술을 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후배 법관이) 내 발언을 적었다는 수첩 내용은 조작 가능성이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심사 마지막에 발언 기회를 얻어 사법연수원 25기 후배인 명 부장판사에게 “나는 모함을 받았다. 이렇게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게 수치스럽다”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양 전 대법원장을 수감(收監)했다.

함께 청구된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62)의 두 번째 구속영장은 다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종전 영장청구 기각 후의 수사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며 "현재까지의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범죄 혐의는 40여 개에 달한다. 일제 강제징용 소송, 전교조 법외(法外) 노조 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하고 ‘판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 등이다. 검찰은 그간 양 전 대법원장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하고 수사해왔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민사소송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재판거래' ▲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불법수집 ▲ 법관 사찰 및 '사법부 블랙리스트' ▲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000만원 조성 등의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 직무유기 ▲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 위계공무집행방해 ▲ 공무상비밀누설 ▲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를 적용해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최장 20일간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영장에 적시한 범죄 혐의를 보강수사한 뒤 다음달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날부터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전날 영장심사가 오후 4시 무렵 종료된 후 양 전 대법원장을 태운 호송차가 법원을 빠져나갈 때 서울중앙지법 앞 삼거리에서는 '양승태 구속'과 '문재인 구속'을 외치는 좌파단체와 우파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심사를 시작한 15시간 30분만인 24일 새벽 2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구치소 밖에 모여 있던 좌파 단체는 "정의의 승리"라며 환호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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