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조끼' 시위, 3주간 53만여명 참여
'유류세 인상 반대'에서 '마크롱 정책 반대' 시위로 확대
英 가디언 "노란 조끼, 이번 토요일에는 더 많은 시위 예고"

개선문 외벽의 '마크롱 퇴진' 낙서. (사진 = 연합뉴스)
개선문 외벽의 '마크롱 퇴진' 낙서. (사진 = 연합뉴스)

프랑스가 결국 '노란 조끼' 시위에 굴복했다. 프랑스 정부는 당초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지난 1년간 경유 23%·휘발유 15%를 인상하겠다"고 했지만, 이에 반발한 시위대로 인해 유류세 인상을 미루기로 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4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내년 1월부터 경유와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를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6개월간 유예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프랑스 통합을 위험에 빠뜨리는 세금은 소용이 없다"고 했다. 프랑스 정부는 가스요금과 전기료를 인상하려는 계획 역시 같은 기간만큼 미루기로 했다.

유류세 인상에 반발하는 '노란 조끼' 시위는 3주째 약 8만여명이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시위대는 개선문뿐 아니라 파리 도심에 세워진 차량과 인근 건물에 불을 지르고, 약탈을 일삼기도 했다. 현지 언론들은 유류세 반대로 시작한 시위가 반(反)정부 시위로 번졌다고 해석한다. 실제로 시위대는 개선문을 비롯한 파리 도심 곳곳에는 '마크롱 퇴진'이라는 문구를 써놓았다. 이는 1968년 벌어진 시위 이후 가장 폭력 수위가 높은 시위로 평가되고 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에 따르면 지난 1일 시위만으로 400만 유로(약 5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폭력사태의 경우 일부 정치단체에 의해 벌어졌다는 점도 전해졌지만, 마크롱 개혁정책에 불만이 쌓인 평범한 시민들도 대거 동참했다. 시위는 약 3주간 벌어졌는데, 파리에서만 8만여명·전국적으로는 53만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마크롱은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며 부유세 인하와 고용 유연성 확대 등의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연금 지급액을 깎는 안 역시 시위대의 세를 불리는 데 한 몫 했다. 마크롱은 2019년과 2020년 연금 지급액을 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0.3%로만 인상하겠다고 했다. 

이 개혁 과정에서 국민 설득 과정은 부족한 편이었다고 평가된다. 현지 언론들은 그를 '주피터' '나폴레옹' 등으로 부른다고 한다. 시위대의 낙서를 비롯한 여론조사 결과는 마크롱 대통령의 태도가 여론을 등돌리는 데 영향을 줬다는 점을 시사한다. 앞서 철도공사(SNCF) 노조원들의 복지혜택을 줄이는 등 공공부문 개혁과 노동개혁을 실시할 당시와는 달리 이번 반발은 전국적이었다.

담화 발표로 유류세 인상은 유예됐지만, 인상안이 완전히 철폐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노란 조끼' 시위대가 이번 토요일 파리에서 더 많은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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