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檢이 증거로 낸 보고서, 혐의와 달라"
법원 구속영장 기각, '검찰 수사 과도' 판단일 가능성도
석동현 변호사 "구속할거면 구차한 이유대지 말고 그냥 발부하라"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세월호 유가족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60)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법조계 일부에서는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이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관련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증거인멸 염려가 없고, 수사 경과를 미뤄볼 때 도망 염려도 없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지 이미 4년 이상이 경과해 각종 증거가 불변 상태로 확보돼 있고, 이 전 사령관은 평생을 군에서 복무한 예비역 중장으로 도주 우려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군 합동수사단은 "이 전 사령관이 기무사 부하들에게 세월호 TF 구성을 지시한 뒤, 유가족들에게 불리한 여론 형성을 위한 첩보활동을 했다"고 조사했다. 실종자 가족이 머물던 진도체육관 일대에서 개개인 성향, 가족관계, 음주실태 등을 수집했다는 것이다. 이 전 사령관은 또 세월호 관련 집회에 대응해 맞불 집회를 열 수 있도록 재향군인회 등에 경찰청 집회정보를 전달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핵심은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이다.

이에 이 전 사령관 측 변호인인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사찰' 혐의에 대해 "기무부대원은 유가족들의 불편·불만·애로사항을 청취했던 것이며, 이는 군 서류에서 '대민 지원 대상자'라 명시돼 있다"며 "당시 군이 사체 수색·인양을 이유로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다면 기무부대원들도 현장에 나가 유가족들의 민원을 듣거나 살필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검찰 측 수사를 반박했다.

실제로 검찰은 '세월호 유가족 사찰' 증거로 기무사 TF가 만든 '동정보고서'를 내세웠다고 한다. 사찰 지시와 결과가 그 보고서에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 내용에는 "유가족 일부가 사체 전원수습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고, 이들의 이성적 판단을 기대하기 곤란하므로 심리 안정을 위한 치료 대책 강구 및 온건 성향자부터 개별 설득 필요"라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실제 보고서에는 '사찰'이라는 혐의 내용과 상반되거나 무관한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의 5일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세월호 사망자에 대한 수습이 이뤄졌을 당시 파견된 군부대에 대해 '(군에서)추모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위를 차단하라'거나 '○사단 아침 점호 시 웃음 체조를 하는데 정국에 맞지 않다'고 제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매체는 또 "다른 문건에는 '사찰 논란이 없도록 현장 활동 시 무분별한 정보수집 활동을 금지한다'거나 '군인이 자원봉사자처럼 행동하면 실종자 가족을 감시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석 변호사는 구속영장과 관련해서도 "무리한 정치적 법리 적용으로 이미 하급자들이 구속된 상황에 영장 기각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며 "구속을 하겠다면 '증거인멸'이니 '도주우려'니 이유를 구차하게 붙이지 말고 그냥 영장을 발부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 결정"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부하들 우려에도 불구하고, 반복된 지시로 명백한 불법행위를 실행하도록 주도한 책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정의에 반한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부에서는 보고서 내용만 봤을 때는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고 볼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이번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도 그런 판단이 들어갔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