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선준비팀 '광흥창팀' 멤버…임종석 한양대 후배·보좌관 출신
김종천,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면허취소 수준…野 "기강 세워라"
靑경호처 직원 음주폭행 13일 만, 文 한달전 음주운전 처벌강화 주문했는데...
'말바꾸기' 의심도…靑부대변인 "文대통령이 즉각 사표수리 지시" 밝혔으나
김의겸 대변인 오후 브리핑 자청해 "정식 조치는 직권면직…금년간 심사"
"징계하면 기록 남는다"는 취지…'면직심사위원장 누구?' 묻자 "파악 못했다"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가운데)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가운데)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23일 새벽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그런데 청와대는 김종천 비서관이 당일 사표를 제출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즉각 수리한 것으로 오전 중 알렸다가, 오후 늦게 '사표 수리가 아닌 직권면직으로 결정됐다'고 말을 바꿨다. 면직심사위원회를 통핸 징계 절차를 밟기 위해서라고는 하나, 즉각 조치라는 취지가 다소 퇴색하고 '올해 안'에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오늘 새벽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음주운전으로 단속됐다"며 "의전비서관은 비서실장에게 보고한 뒤 사직서를 제출했고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자진 신고 및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보고받고 사표 수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의전비서관실 의전비서관 역할은 홍상우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직무를 대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김 비서관의 혈중 알코올 농도에 대해 면허 취소 수준(0.1%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대리운전 기사가 도착한 지점까지 차량을 이동하다가 단속됐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23일 0시 25분쯤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종로구 효자동의 한 음식점 앞에서 청운동 주민센터 앞까지 100m가량 음주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김 비서관과 출석일정을 조율해 음주운전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5시 추가 브리핑을 자청해 "문 대통령은 오늘 김 비서관을 '직권면직'했다"고 했다. "아침에는 사표를 수리했다고 발표했으나, '사전적인 즉각 조처'였다"면서 "직권면직이 정식 조처"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차량에 동승한 두명에 대해서도 경찰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징계절차 착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의원(依願)면직과 직권면직엔 차이가 있다"며 "별정직 공무원 인사 규정에 따른 것으로, 의원면직은 징계기록이 남지 않으나 직권면직은 기록에 남는다"는 취지를 댔다. 그는 '징계 절차를 따로 밟겠다는 것이냐'는 기자단 질문에는 "의원면직은 그야말로 사표를 제출하고 그걸 수리하는 게 의원면직이고, 직권면직은 징계사유가 발생할 때 면직심사위를 구성해 면직을 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결국 직권면직을 하겠다는 생각"이라며 "참고로 다른 징계사유가 발생하면 별도 징계심사위를 밟는 경우도 있어, 징계심사위에서 감봉·정직·해임·파면 등 결정을 내리게 된다"며 "징계심사위 트랙과는 다른 면직심사를 거치면 직권면직 트랙을 밟게 된다"고 했다. 

두 차량 동승자에 대해선 "사실상 직권면직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완전한 직권면직 절차와 기간은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는 "금년간"이라고 짧게 답했다. '면직심사위원장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도 "파악 못했다"고 했다.

김 비서관은 고 김근태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임종석 비서실장과 가까운 인물로 알려졌다. 김 비서관은 또한 임 비서실장의 한양대 학생운동 후배이자 보좌관 출신으로 임 실장의 복심으로 꼽히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임종석 비서실장의 보좌관(선임행정관급)으로 청와대에 들어온 뒤 지난 6월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했다. 대선 전 서울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인근에 사무실을 마련했던 문재인 후보 대선준비팀을 가리키는 '광흥창팀' 멤버이다.

김 비서관은 의전비서관이 된 이후 문 대통령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만년필이 아닌 네임펜으로 서명하고, 지난 9월 한 행사에서는 대통령 동선을 확보하지 않아 문 대통령이 책상을 넘어 입장하게 하는 등 '부실 의전' 논란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사건으로 청와대의 공직기강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지난 10월 부산에서 음주운전자에게 목숨을 잃은 윤창호씨 사건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이슈가 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음주운전의 위험성에 대해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며 "초범이라 할지라도 처벌을 강화하고, 사후 교육시간을 늘리는 등 재범 방지를 위한 대책을 더욱 강화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한지 한달만에 일어난 일인만큼, 청와대가 실상 외부에 도덕적 잣대를 요구하는 반면 내부 기강은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 비서관의 음주운전 적발 10여일 전에는 대통령 경호처 5급 공무원이 술집에서 시민을 욕설과 함께 폭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청와대는 당시 해당 공무원을 직위해제했고,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이날 <청와대는 추락하는 내부 기강을 확립하여 국민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주문한지 채 한 달 만에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었다니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지난달에는 청와대 경호처 5급 공무원이 북한에서 가져온 술을 같이 마시지 않는다며 무고한 시민을 무차별 폭행하는 등 청와대의 갑질과 기강해이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하는 이들의 행동이라고는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일들이 끊임없이 터지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제 식구부터 정비하는 마음으로 청와대 내부 기강확립에 최선을 다하여 잃어버린 국민신뢰를 회복하고 민생경제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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