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소리(VOA)방송은 13일 북한 평안북도의 한 군사 훈련장에 용도가 불분명한 대형 건축물이 들어섰다고 전했다. 이 훈련장은 수년 전부터 대형 표적을 비롯해 각종 군사 훈련용 시설들이 포착됐던 곳이다.
북한 평안북도 고성리 인근의 군사 훈련장에 들어선 8각형 모양의 해당 건축물은 폭이 약 40m, 높이는 10m 내외로 추정된다. 건물 중앙과 그 주변에 대형 구멍이 뚫려 있다. 또한 9각을 이루는 바깥쪽 부분은 폭이 약 9m, 안쪽에서 건물들로 이어지는 외벽은 두께가 약 3m였다.
VOA는 ‘플래닛 랩스’가 찍은 위성사진에 근거해 올해 3~4월쯤 해당 건축물의 지반이 다져졌으며, 5월부터 건물이 올라가기 시작해 7~8월경 지금의 외관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원(CNES)과 에어버스사가 지난 9월 7일에 촬영해 ‘구글어스’에 공개한 위성사진에도 해당 건축물이 어느 정도 완성된 형태로 나타나 있다. VOA는 이달 2일에 확인한 고화질 위성사진에는 좀 더 뚜렷한 모습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건축물이 위치한 장소는 산 중턱 벌판으로 해당 건물 주변으로는 비포장 산길 1~2개만 있을 뿐 주요 포장도로는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건물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활동이 포착되지 않은 만큼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이곳이 훈련장인 만큼 표적 등 군사훈련과 관련된 시설일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해당 건축물에서 동쪽으로 350m 떨어진 곳에는 지름 45m의 대형 표적이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 건축물에서 북동쪽으로 300m 떨어진 지점에는 모형으로 보이는 전투기와 전차 등이 발견됐고, 여러 새의 위성 안테나들이 훈련장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VOA는 전했다.
VOA에 따르면 과거 이 지역에는 2000년대 중반부터 여러 대의 전차들과 함께 30m 길이의 직사각형 형태의 구조물과 원형 표적들이 나타났다 없어지는 모습이 반복됐다. 특히 지난 2014년 10월 28일 디지털 글로브가 촬영해 구글어스에 공개한 위성사진에는 약 60m길이의 벽이 오각형의 절반만 남아있는 형태로 세워진 모습이 관측됐으나 온전한 형태를 갖춘 대형 건축물이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사전문가이자 위성사진 분석가인 닉 한센 스탠포드 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이 건물이 무엇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주변에 대형 표적이 세워졌고 주변에 진짜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탱크 여러 대가 발견된 전례가 있었던 점으로 미뤄볼 때 표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구조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성분석가인 멜리사 해넘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은 VOA에 “이 장소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포격 훈련용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미국에 어떤 시설도 보여주길 원치 않지만, 구체적으로 미국의 관심을 끌기 원한다면 상황이 다르다”며 “북한이 미국과 다른 나라들에 이 시설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핵 무기 관련 시설을 미국 등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해당 장소가 표적이 될까 두렵기 때문”이라며 “이번 경우는 북한이 그런 걱정을 하진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