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잇달은 '무장해제' 중이지만 北의 도발위협은 그대로 아닌가?

북한이 평안북도 영변군 고성리 인근의 군사 훈련장에 건설한 8각형 모양의 대형 건축물(왼쪽)과 한국 육해공 3군 본부가 위치한 충청남도 계룡시 계룡대(오른쪽)의 '구글어스' 위성사진 비교. 북한은 최근 8각형 건물의 주변 도로와 조경까지 한국 계룡대와 유사하게 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voa).


북한 평안북도의 한 군사훈련장에 들어선 정체불명의 대형 건축물이 한국 육해공군의 계룡대 본청 건물과 유사하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남북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모형을 세워 군사훈련을 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판문점 정상회담 및 평양 정상회담의 정신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4일 미국의 위성전문가들에게 북한 평안북도 영변군의 군사훈련장의 위성사진들에 대한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 팔각형 건축물이 한국 육해공군의 계룡대 통합본부 본청 건물과 전체적인 건물 형태와 외형, 주변 도로 등이 비슷하다는 감식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VOA는 이 건축물은 지난 5월부터 위성사진에 포착됐으며 팔각형 안쪽 대형 중심부로 네 개의 구조물이 이어진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고 했다.

계룡대 본청 또한 가장 꼭대기 층에 돌출된 형태로 팔각형 형태의 건물이 얹혀 있어 북한이 만든 건축물과 동일한 형태라고 VOA는 지적했다.

또한 계룡대 본청은 큰 팔각형 도로에 둘러싸여 있고, 건물 바로 앞에는 긴 육각형 형태의 도로와 그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도로들이 이어진 다소 독특한 모습인데, 북한의 건축물도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동일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다만 계룡대 본청은 폭이 150m인데 반해 북한 군사훈련장의 건축물은 약 42m로 전체 크기가 3배 가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져졌다.

위성분석 전문가인 닉 한센 스탠포드대학 국제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13일 VOA에 “북한의 건축물이 계룡대 본청 건물의 모형”이라고 분석했다. 건물 외벽을 비롯해 양쪽으로 만들어진 도로 등 모든 것이 매우 비슷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한센 연구원은 과거 위성사진을 토대로 자체 분석한 결과 북한 건축물은 지난해 말부터 기초 작업 등이 이뤄져 올해 4~5월 올라가기 시작해 최근까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제프리 루이스 제임스 마틴스 비확산센터 동아시아 담당 국장도 “북한의 건물이 실제보다 훨씬 작지만 이 장소가 군 훈련장인 점으로 미뤄볼 때 (계룡대 본청 모형이라는 건) 가장 단순하게 내릴 수 있는 해서”이라고 말했다.

위성분석가인 데이빗 슈멀러 비확산센터 연구원은 “한국의 계룡대 본청 건물 자체가 매우 특이하다”며 “북한의 건축물이 크기는 조금 작지만 완전히 똑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도로의 구성 형태와 숫자도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형의 크기가 작은 건 청와대 모형을 만들었을 때 이미 관측된 사실”이라며 “훈련용 건물을 실제보다 작게 만드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16년 평양 남쪽 지역의 한 포격 훈련장에 청와대 모형을 만든 뒤 군사훈련을 진행해 무너뜨렸다.

VOA는 “계룡대 모형이 발견된 곳 역시 모형 탱크와 전투기들이 발견되는 등 군사훈련이 진행된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특히 모형 건물에서 불과 350m 떨어진 곳에는 지름 45m 크기의 대형 표적도 세워졌다”고 지적했다.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군대가 모형 건물을 지어놓고 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며 “다만 남북이 대화를 하는 시점에 해당 모형건물이 등장한 사실을 김정은이 보인 평화적 의도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을 재개한 것에 불만을 표출했지만 정작 북한 내부에서는 한국 3군이 사용하는 본청의 모형을 (표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이 같은 행동은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