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김명수 大法마저 "위헌소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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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호 정치사회부 기자(경력직)

  • 최초승인 2018.11.08 14:39:27
  • 최종수정 2018.11.0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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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검토의견서' 국회 제출…與박주민 발의법안 조목조목 반대
"법원 공식입장으로 입법부 전달하는데 대법원장 의사 반영은 당연"
법원 "무한정 기소 가능…법관 제척사유 공평성 의문, 전원합의체 구성도 불가"
"'법률이 정한 법관' 외 기관 법관인선·사건배당 개입은 사법권 독립 침해"
"대법원장 권한만 강해진다는 비판 가능", "국민참여재판 강제는 재판받을 권리 침해"
'특별법 대표발의' 與박주민 "대법원 의견은 반대를 위한 반대, 터무니없다" 반발

'김명수 대법원'조차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거래 의혹 수사를 위해 특별재판부를 구성하겠다는 집권여당의 요구를 거부하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특별재판부 도입에 찬성한다며 입법부 차원에서 대(對)사법부 압박을 높이는 가운데, 대법원은 사법권 독립 침해로 인한 위헌 논란이 있고 형사재판의 공정성과 신뢰도가 저하된다는 취지로 반대했다.

이 사안은 '페이스북 정치'로 이목을 끄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까지 지난달 27일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법농단 사건의 용의자, 피의자 또는 피해자인 법관이 공정한 재판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에 기초해 한국당 제외 여야 4당이 전격 합의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법 도입은 입법 사안"이라고 적극 동조한 것이어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법원에서도 반대한 점이 주목된다.
  
8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윤한홍 한국당 의원(경남 창원 마산회원구·초선)은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박주민 의원 발의, 18.8.14)에 대한 검토 의견>을 분석한 결과 "대법원은 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요 골자로 한 해당 법안에 대해 조항별로 세세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명수 대법원장,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김명수 대법원장,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사진=연합뉴스)

실제 이날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토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발송했다. 의견서는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최종 결제를 받고 나갔다. 안철상 처장은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사건 배당이야말로 재판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정인이 지정한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며 특별재판부 설치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번 의견서는 김명수 대법원장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법원 관계자는 "법원의 공식 입장을 입법부에 전달하는데 당연히 대법원장의 의사가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민변 출신이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박주민 의원의 특별재판부 도입법안을 '헌법 위반'이라고 본 이유를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선 해당 법안 제3조에서 규정한 대상사건의 범위가 무한정 넓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3조 7호에서 규정한 '청와대 등 외부기관과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된 대법원장, 대법관 및 판사 등에 관한 사건'에 따를 경우 단순히 '의혹'이 있다는 사건까지 대상사건에 포함된다고 짚었다.

또한 3조 8호에서 규정한 '수사과정에서 범죄사실이 발견되어 기소된 관련사건'에 따를 경우 검찰이 계속 수사를 진행하면서 "관련사건"이라 주장하며 공소제기를 할 수 있게 되면 대상사건의 범위가 무한정 넓어진다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해 올해 1월부터 대법관에 임명, 법원행정처장을 겸직하고 있는 안철상 대법관(사진=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해 올해 1월부터 대법관에 임명, 법원행정처장을 겸직하고 있는 안철상 대법관(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은 또 법관의 제척사유를 규정한 법안 4조에 대해 "다른 형사재판에서 인정되지 않는 제척사유를 본 법에서만 확대하는 것은 공평·평등의 관점에서 의문"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4조 각호에서 정한 사유가 제척사유가 돼야한다면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한다고까지 봤다.

구체적으로 4조 2호에서 '대상사건 피고인과 같은 재판부에 있었을 때'를 제척사유로 규정한 것에 대해 "다양한 사유로 일시적으로 같은 재판부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지 같은 재판부에 근무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재판의 공정성에 의심을 제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4조 5호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명을 제청한 대법관인 경우'를 제척사유로 규정한 것에 대해선 "현재 양 전 대법원장이 임명을 제청한 대법관이 총 8명으로 법원조직법상 전원합의체를 구성할 수 없다"고 '현실적 문제'를 지적했다. 법원조직법 7조에 따르면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전원(14인)의 3분의2 이상으로 구성돼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법원은 해당 법안의 주요 골자인 특별재판부의 설치부터 "헌법상 근거가 없다"고 봤다. 과거 1·2·3공화국 당시 설치된 특별재판부·특별재판소는 모두 헌법상 근거가 있었다고 대조했다.

또한 해당 법안이 법관 이외의 다른 기관 개입으로 담당 법관을 정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헌법 제27조제1항 내 '법률이 정한 법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으며, 특정사건의 배당에 있어 국회나 대한변호사협회 등의 사건배당·사무분담에 개입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의 침해'로 볼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사건배당‧사무분담에 각급 법원 법원장이나 판사회의가 아닌 대법원장이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해, 대법원장 권한만 강해진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고도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4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월25일 전임 대법원장 체제를 겨냥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재판할 특별재판부를 도입하자고 먼저 합의하고 한국당과 사법부를 압박한 바 있다.(사진=연합뉴스)  

마지막으로 특별재판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국민참여재판을 강제하도록 한 것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는 피고인의 권리로서 원칙적으로 포기가 가능한 것임에도 이를 배제"했다며 '재판받을 권리' 침해 소지가 있다고 봤다.

법원행정처는 "법사위가 법원행정처에 해당 법률안에 대한 의견조회를 했다"면서 "기획조정실 등 주무부서 검토를 거쳐 지난 11월2일 법사위에 해당 의견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행정처는 의견조회는 법원조직법 제69조에 따라 통상적인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앞서 박주민 의원 등 국회의원 56명은 지난 8월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수사단계에서 압수수색 등 영장 청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전속관할로 하고, 심사를 위해 특별영장전담법관을 임명하는 것이 골자다. 제1심 재판을 위해 서울중앙지법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를 두고,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 추천에 따라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했다. 

윤한홍 의원은 "법관이 아닌 다른 기관 등이 재판담당 법관을 정하도록 되어 있는 특별재판부 설치법안은 삼권분립 및 사법권을 법원에 둔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며 "또한 향후 정치적·이념적 대립사건에 특별재판부 설치 문제가 계속 불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전임 정권을 겨냥한 특별검사(특검) 도입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별재판부의 선례를 만들면 이후 빈번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아울러 국회 법사위 소속 주광덕 한국당 의원(경기 남양주시병·재선)은 특별재판부 설치 찬반을 의제로 최근 한 TV토론에서 특별재판부 설치 근거가 될 헌법조항 부재, 과도한 대법원장 권한 설정 등을 지적하며, 서울중앙지법 내 새로운 형사합의부를 만들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자와 의견을 이미 표명한 법관 등을 배제한 '무작위 추첨' 재판부로 공정성을 담보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박주민 의원은 이날 입장 자료 등을 통해 "대법원의 의견은 터무니없다"면서 "법원이 아무 대책을 내놓지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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