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하 서울고법 부장판사,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위헌 소지 비판
황병하 서울고법 부장판사,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위헌 소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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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구성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사법부 내에서 나왔다.

황병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25일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좌파 성향 변호사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가 집필한 ‘지금 다시 헌법’에서 등 여러 법철학 관련 서적을 인용하며 특별재판부 구성을 비판했다.

‘지금 다시 헌법’이라는 책 내용 중 황 판사가 인용한 구절은 “절대주의 국가에서처럼 국왕이 순간의 기분에 따라 담당 법관을 정하거나, 이미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법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버리거나, 심지어 사건을 자신이 직접 결정할 때에는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 어떤 하나의 사건만을 재판하기 위해 예외 법원을 설치하는 것은 금지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황 판사는 “사람이 잘못을 하면 책임을 지고 경우에 따라 벌을 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며 “그러나 나 그 사람에게 어떤 방법으로 책임을 지우고 또 어떤 방법으로 형벌을 가하는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제도는 우리 법관들의 문제이지만, 그 전에 우리 국민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다음은 황병하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글 전문(全文).

1. "[보도자료] 180815 박주민 의원, 양승태 사법농단 재판절차 특례법 및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안 발의"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서울은평갑) 국회의원은 지난 14일 사법농단 관련자에 대한 재판을 전담할 특별재판부 구성을 골자로 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과 사법농단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하여 발의된 재판절차 특례법의 주요내용은 *특별재판부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 *압수 수색 검증 체포 및 구속에서의 특별영장전담법관 임명 *특별재판부의 설치 및 구성 *국민참여재판 의무화 등이다. 특별재판부 후보 추천위원회는 대한변협이 추천한 3인, 법원 판사회의가 추천한 3인, 비법조인인 시민사회 소속 3인으로 구성된다.

    피해구제특별법에는 *'청와대와의 협력 사례'로 문건에 명시되는 등 재판의 공정성이 침해된 경우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재판의 공정성이 침해되어 재심 청구된 사건에 대한 소송비용을 면제하며 *사법농단 피해자 구제를 위한 피해구제위원회를 설치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피해구제위원회는 국가기관 등에 대하여 사법농단 피해구제 조치를 권고할 수 있고, 사법농단 사건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에 대하여 조정안을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2. 오늘 다음과 같은 내용의 언론(연합뉴스) 보도가 있었습니다.

   "여야 4당,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추진 "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25일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한다. . . .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여야 4당 연대가 공식화하는 것이다.

3. 제가 오래 전에 취미삼아 구입해둔 법철학 관련 서적이 몇권 있어서 뒤적거리다가 관련된 부분이 일부 있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가. 먼저 "N. 브리스코른"이라는 법철학자가 쓴 "법철학"(김일수 옮김, 서광사)이라는 책의 일부 내용입니다.

   재판 활동의 불가피한 전제를 이루는 것으로는 먼저 인생 경험과 명석함과 지혜를 들 수 있고, 다음으로 독립성과 불편 부당성을 들 수 있다. 첫번째 속성들은 사안과의 친밀성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며, 두번째 속성들은 사안과의 소원성(Fremdheit)을 요구하는 것들이다. . . . 이러한 친밀성과 소원성 간의 긴장관계로 인해, 법관에 대한 제도적 불공정과 법관의 개인적인 불공정은 재판에서 배제되어야 할 사유로 도입되었고, 공소 절차와 재심 절차가 발전되었으며, 엄격한 소송 절차가 확립되었다. (재판과 관련해서) 언제나 다시금 시간과 공간상의 거리감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183면)

   법률상의 법관 원칙, 즉 법관의 임무와 권한에 대해서 사전에 법률상 규정을 두는 것은 인간 존엄을 보장하는 절차 원칙에 속한다. . . . 소송 절차가 사전에 마련되어 있고 또 법관이 사전에 임명되어 있는 경우는 정의에 부합된다. 법관으로 하여금 장래에 관해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재판의 정의 실현에 도움이 된다.(185면)

   소송은 그 자체 "우연적" 또는 추상적 면을 지니고 있다. 소송은 처분에 맡겨져 있는 개인들(원고와 피고)과 함께 정해진 소송 절차 - 이 절차는 당해 소송을 위해 마련되어 있지는 않다 - 에 따라 일정한 시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상적인 법관, 검사 및 변호인을 기대하고 "자로 잰 듯 딱 들어맞는" 소송 절차를 기획하는 것은, 과도한 시간의 경과로 권리도 상실하고 또한 일련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그 "사안"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186면)

  나. 다음은 "라인홀트 치펠리우스"라는 법철학자가 쓴 "법의 본질"(이재룡 역, 길안사)이라는 책입니다.

    루소는 여러 당파로 분열되지 않은 계몽된 국민의 다수가 이미 모든 사람의 전체 이익을 대변하는 일반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다수결 원칙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설령 시민의 다수가 어떠한 조작도 없다면 무엇이 다수의 이익인가를 알 수 있다 할지라도, 루소의 생각은 하나의 허구에 불과하다. 다른 한편 다수결 원칙은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한다. 대중은 쉽게 조종되고 현혹된다. 괴테의 다음과 같은 말은 그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다수만큼 끔찍한 것은 없다. 다수는 몇몇 힘있는 지도자, 그들은 추종하는 불량배, 이들에게 복종하는 약자들 그리고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그저 추종하기만 하는 우매한 대중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령 전체의지를 정당한 척도로 전제할지라도, 다수가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고 조작되지 않는다는 루소의 가정은 설득력이 없다. . . .  바로 이 점에서 다수결 원칙은 법치국가를 통한 "교화(Kultivierung)"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 즉 합의는 절차와 제도를 통하여 깨끗이 "여과"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79면)

   이성과 정의감이 가능한 한 편견 없이 관철될 수 있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와 결부된 활동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구체적 이익에 구속되지 않고 그로부터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예컨대 공평무사한 결정기관을 만들어 역할 자체가 이익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만들 수 있다. 또는 이익 갈등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추상적인 규율을 만들어 시간적 차이로 인한 거리를 유지하게 만들 수 있다.(136면)

   국가의 행위가 법치국가적 헌법과 합법성 원칙, 즉 지금 결정을 내려야 할 이익 갈등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확정되어 있는 일반적 규칙에 따라 집행되도록 하면, 구체적 이해관계로부터 거리를 두게 하고 결정의 합리성을 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137면)

4. 최근에 본 헌법책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세분이 저술한 "지금 다시, 헌법"(로고폴리스)이라는 책입니다.

   재판이란 기본적으로 국민과 국민 사이 그리고 국가와 국민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을 심판하는 제도로서, 갈등 당사자 간에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른지를 결정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 자체보다도 누가 어떠한 절차에 따라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를 미리 확실하게 해두어야만 재판이 정의롭게 이루어지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절대주의 국가에서처럼 국왕이 순간의 기분에 따라 담당 법관을 정하거나, 이미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법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버리거나, 심지어 사건을 자신이 직접 결정할 때에는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401면)

   어떤 하나의 사건만을 재판하기 위해 예외 법원을 설치하는 것은 금지된다. 더 나아가 재판을 요구하는 국민이 자신의 사건이 어떤 법원의 어떤 법관에 의해 처리될 것인지를 미리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구체적으로 김 아무개 법관이 내 사건을 담당하리라는 것을 사전에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법원이 관할 법원이고, 어떤 규칙에 따라 사건이 배당되는지 미리 확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순간의 결정에 따라 담당 판사가 바뀌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단순히 형식적인 내용 같지만 이는 사법제도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사건 배당을 단순히 법원 내 예규로 규정한 나머지, 2008년의 촛불시위 사건을 담당한 서울지방법원 재판부가 법원장이 개입할 여지를 남긴 사례는 사법권을 법원에 독점시킨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402면)

5. 사람이 잘못을 하면 책임을 져야 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벌도 받아야 합니다.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 어떤 방법으로 책임을 지우고 또 어떤 방법으로 형벌을 가하는가 하는 문제도 중요합니다.

   재판제도는 우리 법관들의 문제이지만, 그 전에 우리 국민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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