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나는 평창을 거부한다
[정규재 칼럼] 나는 평창을 거부한다
  • 정규재 대표 겸 주필
    프로필사진

    정규재 대표 겸 주필

    이메일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최초승인 2018.01.14 13:08:27
  • 최종수정 2018.01.15 20:42
  • 댓글 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규재 대표 겸 주필
정규재 대표 겸 주필

올림픽은 원래 평화의 제전이다. 개최 기간 중에는 휴전이었다. 이번에는 핵폭탄과 미사일의 북한까지 참가하게 되었으니 외형은 그럴싸하다. 그러나 나는 평창 올림픽을 축하할 생각이 전혀 없다. 축하는커녕 냉소를 퍼붓고 싶고, 이 냉소는 금세 저주로 바뀔 수도 있다. 위장된 평화를 평화라 할 수 없고, 노예의 평화를 평화라 할 수 없다. 노예는 전쟁의 부재를 평화와 혼동한다. 이는 공포에 사로잡힌 인질이 인질범에 동화되는 스톡홀름 증후군을 동정과 이해라고 부를 수 없는 것과 같다. 평창이 전쟁광의 선전 무대로 전락하고, 핵에 포위된 자들에게 잠시의 최면을 거는 것이라면 나는 평창을 냉소하거나 저주하는데서 나아가 평창 자체를 거부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평창은 더구나 그 국민의 한쪽을 차디찬 감옥에 격리시킨 가운데 열리는 위장된 축제요, 가면무도회일 뿐이다. 지금 이 정부는 팔리지 않는 입장권을 팔기 위해 그들이 재벌이라고 부르며 저주해왔던 대기업들에게 또 표를 강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스포츠 재단과 승마를 지원했다는 바로 그 이유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지금 차디찬 감옥에 갇혀 있지 않은가. 세상 물정 아는 국민들 중에 그 누가 평창을 축제로 받아들일 것이며, 즐거이 그 입장권을 구매할 국민이 있겠는가 말이다. 더구나 평창 올림픽은 이재용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회장이 세계를 발로 뛰며 온 정성을 들여 유치했던 범국민적 숙원사업 아니었던가. 이재용 부회장 자신도 계열사들과 함께 거금을 내놓으면서 평창의 성공을 지원해 왔던 것이다. 그 공로자를 범죄자로 만들고, 그렇게 쌓아올린 지원금을 뇌물이라고 단정하여, 기업의 스포츠 지원을 독려한 전직 대통령과 그에 협조한 기업인들을 이 엄동설한의 감옥에 쳐넣어 놓았는데 국민 중에 그 누가 평창을 나의 축제요 나의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이토록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 단순히 온도의 급강하 때문 만인가. 평창은 단연코 너희들의 축제이지, 우리들 모두의 축제는 아니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는 전적으로 너희들의 탓이다.

여기에 불청객까지 끼어들었으니 잔치집에 깡패를 초대해 판을 엎어버리는 격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그들의 행태를 익히 잘 알거니와 영도자의 사진이 비에 젖는다며 ‘울고불고’를 연출하는 노예들의 군무요, '1984'의 광란일 뿐이다. 그것은 자유로운 인간들이 뜨거운 우정으로 연출하는 평화의 제전과는 거리가 멀다. 핵폭탄과 미사일을 수도 없이 쏘아 올리면서 정작 그들의 선수단과 응원단을 평창에 파견할 돈조차 없다는 저 어리석은 독재자와 무엇을 도모한다는 것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이 점 역시 우리가 평창을 결코 지지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는 진정한 평화를 바란다. 북한의 국민들이 간악한 독재자에게서 자유롭게 놓여나 한민족의 뜨거운 화해를 맛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오히려 우리들일 것이다. 우리는 평창 올림픽을 진심으로 축하하여 세계인이 모이는 그 축제에 온전히 같이 몸을 던지고 싶다. 그러나 박근혜 전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차디찬 감옥에서 싸늘한 분노를 씹고 있는 동안은 우리 역시 그 분노를 나누어 가질 뿐 평창을 지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우리는 평창을 거부한다.

정규재 대표 겸 주필 jkj@pennmik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5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