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실무회담에서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 명 보내기로 합의
“미인계 이용한 돈벌이...북한 내부적으로 가장 큰 정치선전이 될 것”
북핵 문제 본질 흐릴 우려도 적지 않아

15(월) 오전 10시부터 남북은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북측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실무접촉”을 진행했다(통일부).
15(월) 오전 10시부터 남북은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북측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실무접촉”을 진행했다(통일부).

남북은 15일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실무회담을 열고,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 명으로 구성된 북한 예술단을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남한으로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리는 모란악단의 단장인 현송월 북측 대표단장에 언론의 주목이 쏠린 가운데 반면 북한 예술단의 남한 파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선 탈북민들은 북한의 예술단 대거 파견이 과거 북한 미녀응원단과 비슷한 종류의 ‘미인계’에 해당하며, 목적은 ‘돈벌이’일 것으로 예상했다.

탈북민 출신인 자유통일문화원장 이애란 박사는 “2002년 부산아시아게임과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한국 언론과 남성들이 북한 미녀응원단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북한은 이번에도 미인계가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북한이 예술단을 보내는 이유는 오로지 돈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가 돈을 주지 않으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유와인권을위한탈북민연대 김태희 대표는 “북한은 항상 미인계를 쓴다”며 “북한이 해외에 모란봉악단을 내보내는 이유는 돈벌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남한 정부는 UN의 북한 대북제재 때문에 맘 놓고 북한에 돈을 퍼주지 못한다”며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명은 남한에서 공연을 마친 후 현금으로 가득 찬 트렁크를 끌고 북한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대표는 “탈북 후 중국에서 세 번이나 강제북송을 당했던 나는 북한정부의 야비함과 비열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의 예술단 파견이 북핵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은 “정부와 언론이 모란봉악단 등 북한 예술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북한을 대화의 자리로 끌어낸다’, ‘북한을 끌어안는다’는 명분으로 북핵 문제를 지연시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일부에선 북한 예술단의 남한 공연을 계기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 일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반하는 정책들로 비약해선 절대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 예술단이 체제의 선전용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높다는 우려도 있다.

이용희 가천대 교수는 “중국 모택동도 문화혁명에서 연예인을 앞세워 선전선동을 했다”며 “북한은 이번에도 미녀 연예예술단을 보내 남한에서 북한을 미화하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한 내 한류 연구로 유명한 동아대 강동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번 북한 예술단은 모란봉악단을 비롯해 여러 악단으로 하나의 팀을 구성한 종합예술단으로 하되 형식은 관현악, 전자악기, 전통악기 등이 결합된 북한의 대교향악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현송월 단장은 관현악단장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모란봉악단을 (남한에) 보내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지난 연말 모란봉악단, 공훈국가합창단, 왕재산예술단과 함께 ‘화성14호’ 발사 축하 전국공연을 다녔고, 남한까지 와서 공연하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면 북한 내부적으로 가장 큰 정치선전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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