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이 평양으로 '둔갑'?… 국민도 해외도 '시큰둥'
평창이 평양으로 '둔갑'?… 국민도 해외도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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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7.12.27 12:33:23
  • 최종수정 2018.01.1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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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제공)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2월9일)을 불과 25일 앞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 띄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내외 분위기는 썰렁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여러 면에서 성공한 올림픽으로 기록됐지만 이번 평창 올림픽을 둘러싸고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위험수위를 넘어선 상황에서 평창에 대해 국제사회의 호응은 크지 않다. 또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대기업들이 스포츠 후원을 하던 관행을 갑자기 뇌물죄로 판단하면서 국내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스포츠 후원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을 뇌물죄 혐의로 수감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평창에 대한 관심은커녕 냉소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림픽에 참가할 국제사회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북한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평창을 한반도 평화를 구걸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평양올림픽'이라는 조소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잡느라 미국-일본-러시아-중국 모두 놓쳤다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를 개최할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를 상대로 핵위협을 가하고 있는 북한을 감싸기에 바쁘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생각에 국제사회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평창에 북한이 참가할 것을 부탁했다. 선수단 및 응원단 파견과 개·폐막식 공동입장 등을 요청했고 북한은 선수단과 응원단은 물론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을 대거 파견할 것이라고 말하며 참가 비용을 요구했다. 

여자아이스하키와 봅슬레이, 피겨스케이팅 종목 등에서 남북단일팀 구성하는 단계까지 상황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여자아이스하키 종목과 같은 경우는 정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아이스하키연맹에도 '남북단일팀' 협조를 요청하며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남북 고위급회담에 참석했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북한에 공동입장과 함께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정부와 체육계 고위 관계자 역시 "북한의 평창 참가를 전제로 IOC와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문제를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북한을 섭외하는데 집중하는 동안 문재인 정부는 평창에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각국 정상들을 초청하는 일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참가를 하지 않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평창에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역시 박근혜 정부와의 위안부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재협상을 들고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초대에 불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역시 정부 차원의 도핑 조작 혐의로 평창 참가가 금지된 상황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이 가장 공을 들였던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역시 불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시 주석을 직접 만나 평창 참석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확답하지 않고 있다. 

그간 올림픽은 개최국의 외교적 위상을 확인하는 무대로 역할을 해왔다. 대한민국과 외교적으로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의 국가 정상들이 모두 평창에 불참한다면 심각한 외교 참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하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은 북한과의 분단된 긴장 상황 속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등 세계적인 스포츠대회를 많이 치렀다"며 "북한의 존재로 인해서 불안하거나 안전에 침해가 있었던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포츠 육성 일등공신 기업, "정권 바뀌면 뇌물죄"… 무관심


평창올림픽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은 시들하다 못해 싸늘하다. 특히 삼성의 승마 종목 지원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

이 부회장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처지에서 오랫동안 빙상 종목을 지원해온 삼성은 더는 평창에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하는데 이용된 K스포츠재단 여진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들이 스포츠 지원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평창에 적극 나섰다가 자칫 다음 정권에서 똑같은 논리로 뇌물죄로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재계에 팽배한 현실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인들 사기가 많이 저하돼 있다"며 "(스포츠) 후원 활동이 나중에 또 문제가 될까 봐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탄핵 사건 전까지는 스포츠 산업과 인재양성에 기업, 특히 대기업들의 지원은 필수였다. 고도의 훈련 프로그램 및 첨단 장비 등은 기업이 없이는 도입할 수 없다.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기업이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일은 박정희 대통령부터 모든 정권에서 다 이뤄진 일이지만 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갑자기 범죄가 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19일 김현철 청와대 경제비서관이 8대 그룹 경영진과의 만찬 회동을 잡았다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부랴부랴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전모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평창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려고 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부끄러움도 잠시,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앞세워 공식적으로 대기업에게 입장권 구매를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한화와 포스코만 입장권을 각각 1300~1400장씩 사들였다. SK·LG·롯데·GS·LS·금호아시아나·두산·한진·코오롱 등은 "현재로선 평창 동계올림픽 입장권을 구매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평창 지원에 민간기업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정부 산하의 공기업들에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공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800억원 상당을 후원할 것이라는 약속을 했다.  

공기업들이 평창 지원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하느냐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상당수 공기업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썰렁한 경기장을 채우기 위한 입장권 티켓 강매와 관련 비용 증대에 따른 다른 분야 복지혜택 축소에 대한 반발과 불만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기업도 공기업도 해결하지 못하자 평창 살리기에 서울시까지 나서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평창을 전폭 지원하겠다며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5대 특별지원 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와 함께 총 4만2000장의 올림픽 티켓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청·구청 공무원 250명을 평창에 파견한다.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제공)

 

●흥행 보증수표 '아이스하키' 최악… '차 떼고 포 떼고'


평창의 흥행을 좌우할 주요 종목 선수들의 불참이 이어지고 있다. 최종적으로 얼마나 많은 나라가 참가할 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동계올림픽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칠 주요 종목 선수들이 잇달아 불참의사를 밝히고 있다.

동계올림픽 흥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아이스하키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뛰는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NHL)가 IOC와의 갈등으로 불참을 확정했다.

NHL은 평창 기간 중에도 리그 일정을 잡으며 소속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1998년 일본 나가노 올림픽부터 참가하기 시작한 NHL 소속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2010년 캐나다 밴쿠버, 2014년 러시아 소치 등 올림픽이 5회 연속 참가했다.

NHL과 IOC와의 관계는 더 없이 좋았다. NHL은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에는 늘 리그 휴식기를 가지면서 동계 올림픽에 참가를 권장했었다. 그리고 IOC 역시 매번 동계올림픽의 흥행을 책임지는 NHL 소속 선수들의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왔다. IOC는 그동안 NHL 소속 선수들을 동계 올림픽에 참가시키기 위해 참가 선수들의 가족들에게까지 숙소와 여행 경비까지 지원했었다.

하지만 평창을 앞두고 IOC는 갑자기 NHL 소속 선수들에게 제공했던 각종 지원을 다른 종목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언급하며 철회했다. IOC가 갑작스럽게 흥행 보증수표인 NHL 선수들의 초청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을 두고는 다양한 의혹이 나온다.

IOC가 NHL 선수들을 섭외하는 비용을 개최국이 부담하는 과정에서 국내에서 큰 인기가 없는 아이스하키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을 것이라는 의혹과 대기업들의 스포츠 후원을 뇌물죄로 판단하고 있는 현 정부에 기업들의 지원이 끊어지면서 NHL 선수들을 초청할 비용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IOC가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서 집단적 도핑을 시도한 러시아에 대해 평창 참가를 불허하는 결정 역시 흥행에는 최악의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에 대해서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IOC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동계 종목 강국인 러시아가 참가할 수 없다는 것은 평창 입장에서는 아쉬움이다.  

NHL 다음으로 세계에서 강력한 아이스하키 리그를 운영하는 러시아가 불참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동계 올림픽 흥행을 좌우하는 아이스하키는 또 다른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아이스하키는 전체 티켓 판매 수익의 41.4%를 차지했고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서는 30%를 차지했다. 평창 역시 20%에 근접하는 수익을 차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세계 아이스하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는 주니어세계선수권처럼 느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은 피겨 종목에도 피해를 끼치고 있다. 피겨 스케이팅 여자 개인전 세계 1위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도 평창행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IOC가 러시아가 조직적 도핑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평창에 대한 '국가 차원의 참가'를 불허하면서 메드베데바는 IOC에 "러시아 깃발 없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다"며 "내가 출전하지 않으면 나의 라이벌이 우승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평창 가서 보겠다"는 국민 5.1%에 불과 


하계올림픽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는 동계올림픽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평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이례적으로 낮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2월20일 발표한 평창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장을 방문하겠다는 응답자는 5.1%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현장이 아닌 집에서 방송 중계를 볼 것이라고 답변했다. 

막상 현장을 찾는다고 해도 숙박을 포함한 각종 편의시설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계 종목 강국이 아니라는 것 역시 국민들이 평창 방문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은 스피드 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 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에서는 비교적 강한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스키, 스노우보드 등 설상에서는 유명한 선수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스켈레톤이나 봅슬레이 등 썰매 종목의 선전이 그나마 위안이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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