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양측 간 금전 배상 청구 없이...상호 유감표명 요구
“경찰 손실 있었으나, 국민 생명 보호 의무 다하지 못해 발생한 일”
2008년 광우병 폭력집회 손배소 청구 소송 등에도 영향 전망

경찰버스를 부수고 태극기를 불태우는 등 과격 양상을 보였던 세월호 1주기 불법 폭력집회에서 발생한 경찰 측 피해를 배상하라는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금전적 배상 없이 양측이 서로 유감을 표명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8단독 황혜민 판사는 세월호 사고 1주기인 2015년 4월18일 광화문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 당시 일어난 경찰의 국가손해배상에 대해 이같은 강제조정안을 내놨다. 법원의 조정 결정은 재판 당사자가 2주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재판상 화해’로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다.

재판부는 국가와 집회 주최 측이 서로 금전배상을 청구하지 않고, 국가와 주최 측이 각자 상대방에게 끼친 피해를 두고 유감을 표명하라고 했다.

경찰은 앞서 집회 대응 과정에서 시위대에 의해 경찰차가 파손되고 경찰관이 다쳤다며 7,780만원을 배상하라를 소송을 냈다.

당시 집회는 2014년 5월, 좌파단체 등 800여개 단체로 결성된 ‘세월호 국민대책회의’가 주최했다. 이 집회에는 노총, 정의당, 노동당, 전교조, 금속노조, 전국운송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단체 소속 회원들과 대학생, 유족 등 약 1만여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이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을 거쳐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세종로 사거리 동화면세점 도로 앞에 차벽을 설치하고 시위대의 광화문광장 진입을 막았다. 그런데 시위대 중 일부가 경찰의 저지선을 뚫기 위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시위대 일부는 경찰버스 유리창 등을 부수고 차량 안의 분말 소화기를 꺼내 뿌리거나 경찰 보호장구 등을 빼앗아 차벽 너머로 던지기도 했다. 경찰버스에 스프레이로 '박근혜 퇴진'이라고 썼고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밧줄로 경찰 버스를 묶어 흔들기도 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경찰버스 71대 등 경찰 장비가 파손됐고 시위대가 침입한 차량 안에 있던 의경들의 지갑 등 개인 소지품 130여점이 사라진 것으로 파악했다.

법원은 그러나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최루액을 혼합살수한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국가 책임도 인정된다는 취지의 조정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집회 당시 현장에 배치된 경찰이 공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대한민국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할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그것이 이 집회를 개최하게 된 근본적인 배경이 되었음을 간과할 수 없으며, 최근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바 있다”고 했다.

불법적 폭력 집회에 관대한 조정 판결이 나오면서 경찰이 국민을 상대로 낸 기타 소송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은 2008년 소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와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집회, 2011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등 총 6건의 집회 주최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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