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집회 막은 경찰엔 책임 묻고
폭력집회 주도한 참여자들에겐 면죄부

이슬기 PenN 정치사회부 기자
이슬기 PenN 기자

“다시 한 번 머리띠를 동여매고 동지들과 통 크게 해보겠습니다”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고 복역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5월, ‘개선장군’마냥 당당하게 감옥 문을 나섰다. 가석방 출소하던 날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이 시대의 승리자는 우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경찰들은 그런 그의 태도를 보며 참담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가 이끈 폭력시위를 진압하고, 그 과정에서 다치기까지 했던 바로 그 경찰들 말이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015년 11월 14일 열린 집회에서 경찰관 76명을 다치게 하고 경찰 버스 52대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시위대는 미리 준비한 쇠파이프로 경찰버스를 부수고, 보도블록을 깨 경찰을 공격하기까지 했었다.

무력시위 주동자는 영웅, 이를 막은 경찰은 범죄자가 되는 엉뚱한 상황에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그래도 ‘이 시대의 승리자는 우리’라던 한상균씨의 선언은 착착 현실화됐다. 최근 엇갈린 폭력시위 주동자와 경찰에 대한 경찰과 법원의 판단을 보면 꼭 그렇다.

법원은 지난달 20일, 태극기를 불태우고 경찰의 보호장구를 빼앗는 등 과격 양상을 보였던 세월호 1주기 집회에서 발생한 경찰 피해에 대해 집회 주최 측이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대한민국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할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그것이 이 집회를 개최하게 된 근본적인 배경이 되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며 시위대를 비호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경찰들은 더 ‘슬픈’ 조사결과를 받아 들어야 했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백남기씨가 사망했다”며 시위를 진압한 경찰들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한상균씨가 이끌었던 바로 그 ‘민중총궐기’ 집회였다. 이들의 조사 결과엔 “차벽 설치 등의 행위가 과도한 경찰권 행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쇠파이프와 벽돌을 들고 돌진하는 시위대 맨몸으로 맞서라고 경찰들에게 주문한 셈이다.

이런 조사결과를 내놓는 과정에선 백남기 씨의 사망원인이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되는 비상식적인 일도 있었다. 아마도 의사로서의 양심을 담아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기재했을 서울대병원의 백선하 교수는 그 일로 보직 해임됐다. 서울대병원은 이후 약속이나 한 듯 백씨의 사망 원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바꿨다.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불법 집회에 대한 단속이 느슨해지는 건 으레 있었던 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만 하더라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사범’의 숫자는 2016년 1,020건에서 502건으로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집회는 경찰이 허용하는 적법한 선 안에서 이뤄져야 하며, 경찰은 폭력집회를 진압해야 한다는 원칙까지 무너뜨려선 안 될 일이다. 그러나 문 정부 하의 경찰과 법원은 그 최소한의 원칙마저 무너뜨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경찰들은 숨을 죽인채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맡은 업무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했던 경찰관들입니다. 한순간의 상황으로 본인과 가족들은 이미 많은 고통을 받았고 앞으로도 받아야만 합니다. 부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관용을 베풀어 고통을 받고 있는 경찰관과 그 가족들의 심장을 헤어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11월 경찰관 9천여 명이 서명했던 탄원서 내용이다. 문 정부는 이들의 호소가 들리지 않는가. 경찰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른 폭력 시위대와 이를 막은 경찰, 대체 누가 죄인인가!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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