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23일 오후 1시까지 제주 사제비 971㎜ 물폭탄
느린 속도로 북서진 중...'솔릭' 오늘밤 전남 영광 상륙 예상
태풍과 맞물려 '태양광 패널' 등 각종 시설물 피해 예상되기도

중형급 태풍 '솔릭'이 제주 서귀포 서쪽 바다에서 매우 느린 속도로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 가장 먼저 태풍의 영향권에 든 제주전역에는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리고 있으며, 곳곳에서는 사고로 인한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태풍이 몰고 온 강풍에 전봇대가 쓰러지거나 강풍에 뜯겨져 나간 태양광 패널이 주택을 덮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제주도 부근에는 최대 순간 풍속 초속 30m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시간당 5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도 있다. 풍속이 초속 35m 이상이면 주행 중인 트럭이 전복될 수 있고 바다가 물거품과 물보라로 가득 차 지척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강도이다.
 

(왼쪽)급류로 변한 제주 도심의 병문천, (가운데) 2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포동의 한 전봇대가 강풍에 쓰러진 모습,
(오른쪽) 23일 오전 제주시 삼양동에 있는 한 전봇대가 태풍이 몰고 온 강풍에 맥없이 쓰러져 있다. 이로 인해 주변 건물이 일부 파손됐으며 일대가 정전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22일 0시부터 23일 오후 1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제주 사제비 971.0㎜, 제주 윗세오름 885.5㎜, 제주 282.1㎜, 마라도 251.0㎜, 신안 가거도 243.0㎜, 서귀포 125.4㎜, 진도군 108.0㎜ 등이다.

제주도 내 곳곳에서는 신호등이 부러지거나 파손되는 등 피해도 잇달았다.

지역매체 ‘뉴스제주’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이 제주시 삼양동의 한 주택가를 덮친 건 이날 오전 10시쯤이다. 해당 매체는 “강풍에 뜯겨져 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이 패널은 전봇대를 두 동강 낸 뒤 주택을 덮쳤다”며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서귀포시 위미항 방파제에서는 파도가 일어 공사용 보강시설물이 유실되었고, 제주시 오라2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누전으로 인한 신호등 꺼짐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태풍 '솔릭'은 서귀포 서쪽 90㎞ 부근 해상에서 시속 4㎞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 이는 사람이 평소 걷는 수준의 속도다.

제 19호 태풍 '솔릭'의 예상 진로는 계속해서 남쪽으로 수정돼 전남 영광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됐다. '솔릭'은 전날만 해도 충남 보령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됐지만, 이후 전북 군산에서 전남 영광으로 예상 진로가 점점 남쪽으로 이동했다.

태풍은 이날 밤 시속 21㎞ 정도로 속도를 높여 서해 섬들을 통과해 북상한 뒤 24일 오전 1시께 전남 영광 부근에서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24일 오전 7시께 세종과 오전 9시께 충주, 오후 2시께 강릉 부근을 지나 동해로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오후 4시 기준 제19호 태풍 '솔릭' 예상 경로[기상청 제공]

이동경로를 살펴보면 국내 비바람에 의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우려가 제기된다. 지리산부근과 전남해안은 4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고, 영동에서도 300mm 이상, 그 밖의 호남과 서해안 등에서도 200mm 안팎의 많은 비가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내일까지 태풍의 영향으로 전국에 매우 많은 비가 내리고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겠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옥외 시설물이나 고층 건물의 유리창, 가로수, 전신주 파손, 공사 현장의 구조물 붕괴, 산사태, 침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정책의 핵심 중 하나가 태양광 시설물 확대인데, 이번 태풍과 맞물려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초에는 경북 청도 등에서 임야 태양광 시설물이 대규모 산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태양광 설비를 구축하려면 수 십년간 가꿔온 나무를 뿌리째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산사태와 토사 유출에 대한 경고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전 백운규 장관 주재로 에너지 및 산업단지 유관기관장 등과 함께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했다. 행정안전부측도 지난 21일 태풍에 대비한 주요 안전대책 점검사항의 하나로 태양광시설에 대한 고정 작업도 철저히 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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