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지난 2022년 2일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과잉 의전'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 자신의 논란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지난 2022년 2일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과잉 의전'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 자신의 논란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전략공천이 김혜경 여사 업무를 관장하던 배우자실 부실장 경력 덕분이었다는 일각의 의혹 제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예비후보가 "수행하거나 현장에서 보좌하지 않았다"고 반박한 가운데, 지난 2021년 김 여사의 경북 일정에 권 예비후보가 동행했음을 펜앤드마이크가 단독 보도했다. 이러한 가운데 권 예비후보가 김 여사를 수행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아예 할 수가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혜경 여사가 20대 대선 전이었던 지난 2021년 12월 9일 대구를 방문해 엄마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이 사진은 권향엽 예비후보가 직접 찍은 것이다. [사진=페이스북]
김혜경 여사가 20대 대선 전이었던 지난 2021년 12월 9일 대구를 방문해 엄마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이 사진은 권향엽 예비후보가 직접 찍은 것이다. [사진=페이스북]

 

이유인즉슨 지난 20대 대선 공식 선거기간 시작을 약 2주 앞두고 김 여사가 이른바 '과잉 의전 논란',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에 휩싸이면서 공개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란 것이다.

지난 대선 선거기간 개시일은 2022년 2월 15일로 이날부터 선거일인 3월 9일 전날까지가 공식 선거기간이었다. 그런데 김 여사는 본격적인 유세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두문불출'해야만 했다.  앞서 말한 두 논란의 파급력이 워낙에 컸기에 그가 공개활동을 하면 할수록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평판과 호감도를 깎아먹을 것임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과잉 의전 의혹'은 그해 1월 28일 SBS가 최초로 보도했고,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은 같은해 2월 2일 KBS가 처음으로 제기했다. 두 의혹 모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가 의혹들이 나오면서 거의 매일 방송과 언론을 타게 됐고, 정치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거나 뉴스를 보는 국민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김 여사가 남편의 선거유세를 지원할 가능성 자체가 원천 봉쇄됐던 것이다.

김 여사는 그해 2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의혹들에 대해 직접 사과했으나,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휘청여 '감성팔이에 골몰한다' '연출된 모습' 등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혜경 여사가 기자회견 후 회견장을 빠져나가던 도중 휘청이는 모습. 그 뒤에 당시 배우자실 실장이었던 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있다. [사진=유튜브]
김혜경 여사가 기자회견 후 회견장을 빠져나가던 도중 휘청이는 모습. 그 뒤에 당시 배우자실 실장이었던 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있다. [사진=유튜브]

 

김 여사는 '과잉 의전 의혹'이 터진 1월 28일까지는 독자적인 공개 행보를 통해 남편을 도왔다. 이날 그는 서울 마포구에서 1인가구 청년들과 굴떡국을 함께 끓이는 행사에 참여했던 것이다.

이날 뿐만이 아니다. 1월 한달 내내 김 여사는 전국 각 지역을 도는 '강행군'을 펼쳤다. ▲1월 1일 봉하마을 참배 ▲4일 충남 천안·아산 방문 ▲5일 공주·부여 방문 ▲ 18-19일 전북 방문(18일 부안·고창, 19일 군산·김제) ▲20일 충북 방문 ▲23일 충북 제천에서 봉사활동 ▲25일 부산 방문해 소방안전체험시설 방문 ▲26일 경남 진주 방문, 매거진 우먼센스와 인터뷰 등 그의 1월 스케줄은 '꽉꽉' 채워져 있었다.

이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아내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으로 공개활동에 전혀 임하지 못한 것과 차별화를 꾀하는 행보로 풀이됐다. 자신은 김건희 여사와는 달리 아무런 혐의도 없는 아내, 이 후보와 다정한 가정을 일구고 자식 농사까지 지은 보통의 국민, 국민에 관심을 갖는 현명한 영부인 등의 긍정적 이미지를 연출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와 김혜경 여사가 2021년 11월 18일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다정한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유튜브]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와 김혜경 여사가 2021년 11월 18일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다정한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유튜브]

 

권 예비후보가 동행했던 2021년 12월 9일 김 여사의 경북 방문 역시 지역 엄마들과의 간담회, 스마트팜 방문 등으로 이뤄져 있던 만큼 마찬가지의 의도로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후보의 고향인 안동이 있으면서도 지지율은 낮은 경북을 공략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마저 읽힌단 평가다.

만일 김 여사의 의혹들이 공론화되지 않았다면, 당시 배우자실 부실장이었던 권 예비후보도 어떻게든 김 여사의 공개 일정 기록물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도 지지자들의 주목을 끌길 바라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권 예비후보의 SNS에 들어가보면 자신이 참여한 정치 행사를 찍은 사진 수천장이 올라가 있고, 이를 통해 그의 행적을 추정해볼 수 있다.  

다만 김 여사의 공개일정 사진들을 살펴보면 그를 주로 보좌한 사람은 배우자실장을 맡았던 이해식 의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이 '전담마크' 역할을 맡았고 부실장이 4명이나 됐던 만큼, 김 여사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더라도 사진이나 영상 등 기록물에 권 예비후보가 등장하기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즉 마냥 근거리 수행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란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처에서 찍은 김 여사의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만 해도 이른바 '개딸(이재명 극렬 지지자들)'의 주목을 끌 수 있단 점에서 어떻게든 수행 당시의 기록을 남겼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권 예비후보의 SNS는 김 여사의 부침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는 김 여사 의혹이 터진 2022년 1월 28일부터 김 여사가 사과 기자회견을 했던 2월 9일까지는 정치와 연관된 사진을 올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다음날인 10일부터 이 후보의 공약 포스터를 올리기 시작했다.

권향엽 예비후보가 지난 2022년 2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재명 공약 포스터. 이 날은 김혜경 여사가 자신의 의혹에 대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이다. [사진=페이스북]
권향엽 예비후보가 지난 2022년 2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재명 공약 포스터. 이 날은 김혜경 여사가 자신의 의혹에 대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이다. [사진=페이스북]

 

이는 김 여사가 공개행보를 하기 어렵게 되면서 배우자실이 무용지물이 된 만큼 배우자실 소속 사람들도 이 후보를 직접 지원하기로 나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결국 "김혜경 여사를 수행하거나 보좌한 적이 없다"는 권 예비후보와 민주당의 항변은 김 여사가 '과잉의전 논란'과 '법인카드 사적유용 의혹'의 당사자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것임에 불과하단 지적이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김혜경 여사가 지난 2022년 1월 18일 전북 부안군 장애인 근로사업장인 '바다의 향기'에서 작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혜경 여사가 지난 2022년 1월 18일 전북 부안군 장애인 근로사업장인 '바다의 향기'에서 작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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