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민의힘 서울 마포을 후보로 전략공천된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장. [사진=연합뉴스]
23일 국민의힘 서울 마포을 후보로 전략공천된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장. [사진=연합뉴스]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장이 23일 오는 4월 총선 국민의힘 서울 마포을 후보로 전략공천된 것과 관련해 정치 평론가 사이에서 전혀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쉽다'는 지적과 '재밌는 선택'이란 분석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3일 함 회장 인선에 대해 '아쉽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는 이날 오전 유튜브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해 서울 총선 판세 분석을 하던 도중 이와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허현준의 굿모닝 대한민국'에 출연한 엄 소장은 "마포을 지역구에 함운경 회장이 전략공천이 됐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그는 정청래 의원과 색깔이 너무 비슷하다"며 "정청래 의원을 깨부수려면 그와는 반대되는 보수 색깔이 있다거나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 김경율 비대위원 이야기도 있었고, 일부 언론에서는 김무성 전 의원 이야기도 있었다"면서 "이들을 붙인다면 정청래 의원을 충분히 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해당 방송을 본 시청자들 중엔 실시간 댓글에서 '굳이 김무성을 언급하는 이유가 뭐냐'며 지적한 경우도 있었지만, 엄 소장은 일부 언론의 보도를 소개한 것에 그쳤단 평가다. 그의 본뜻은 정말로 김 의원이 나와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민의힘 후보가 분명한 보수적 색채를 바탕으로 정 의원을 꺾을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엄 소장은 그 외에도 옆 지역구인 마포갑에서 경쟁하고 있는 조정훈 의원과 신지호 예비후보가 적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정훈 의원이나 신지호 예비후보가 마포을로 가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데 왜 마포갑에서 이전투구를 벌이는 지 모르겠다"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전략적 이동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는 시청자들도 실시간 댓글을 통해 공감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의힘 내부 경선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들끼리 과열경쟁을 통해 서로 피를 흘릴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 총선에서 함 회장과 마포을서 맞붙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오는 4월 총선에서 함 회장과 마포을서 맞붙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사진=연합뉴스]

 

반면 정혁진 변호사는 함 회장 전략공천이 '재밌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정 변호사는 본지에 "함운경 회장은 과거 미국문화원을 점거한 인물 아니냐"며 "그에 반해 정청래 의원은 주한미국대사관 관저를 점거했던 사람이다. 한 사람은 미국문화원 점거, 다른 사람은 미국대사관 점거 대비 구도를 이끌어낸 '재밌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함 회장은 정 변호사의 말대로 1985년 서울대학교 삼민투쟁위원회(삼민투) 위원장으로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해 이른바 '86운동권(60년대생 80년대 학번)'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잡은 바 있다. 그러던 그가 전향해 운동권 비판의 선봉에 섰기 때문에 정 의원과 극적인 대비를 이룰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함 회장이 '진짜 운동권'으로서 '특권정치'로 비판받는 '가짜' 운동권 정치인들의 정통성과 권위를 근본적으로 해체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이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마포을 시민들께서 이번 총선에서 진짜 민주화에 기여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니면 가짜운동권 특권 세력이 누구인지 현명한 선택을 하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혀, 함 회장 인선에 이러한 고려가 충분히 반영됐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 전략공천에 대한 상반된 시각은 각각 충분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어 병립 가능하단 평가다. 결국 '그간 한국 정치권을 지배해왔던 운동권 특권세력을 몰아내야 한다'는 목적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라는 방법론의 차이에서 비롯된 시각차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 의원이 17대·19대·21대 3선을 하는 동안 공을 들여 다져놓은 밑바닥 정서를 어떻게 국민의힘 쪽으로 설득해낼 것인가는 그저 '진짜 운동권 vs 가짜 운동권'의 대립구도로만은 해결되기 어렵단 점도 유념해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함 회장이 마포을 안성맞춤 공약을 어떻게 내놓느냐에 따라 정 의원의 '아성'이 무너질 수도, 오히려 더욱 견고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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