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20일 오전 개혁신당과 통합 선언 11일 만에 합당 철회를 선언했다. 이낙연 대표는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인 김종민 의원과 함께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 통합 좌절로 크나큰 실망을 드렸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의 결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김종민 공동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개혁신당과의 결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20 [공동취재]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김종민 공동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개혁신당과의 결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20 [공동취재]

이낙연, 이준석 ‘기획설’ 제기...“저를 지우기로 일찍부터 기획”

이낙연 대표는 국민과 새로운미래 당원에게는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도 “그들은 통합을 깨거나 저를 지우기로 일찍부터 기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하며 이준석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통합 주체들의 합의는 부서졌다. 공동대표 한 사람에게 선거의 전권을 주는 안건이 최고위원회 표결로 강행처리됐다"며 "민주주의 정신은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낙연 대표는 "그들은 특정인을 낙인찍고 미리부터 배제하려 했다"며 "낙인과 혐오와 배제의 정치가 답습됐고 그런 정치를 극복하려던 우리의 꿈이 짓밟혔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특정인은 이준석 대표가 문제삼았던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대표는 결별의 원인을 이준석 대표와 그에 동조한 4명의 최고위원에게 돌렸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공동대표를 밀어내려는 이준석 공동대표의 계획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낙연에겐 ‘이삭줍기’ 기회가 시작돼...한동훈의 안정적 공천으로 이준석은 이삭줍기 기회 적어

반면에 이낙연 대표가 신속하게 결별을 선언한 것은 민주당 내 정치상황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돌아갈 곳이 없다면 이준석 대표와 타협을 해서라도 개혁신당에 머물렀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경기도팀’에 의한 ‘사천논란’, ‘밀실공천 논란’으로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사실상 공천에서 탈락한 비명계, 친문계 의원들이 대거 탈당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이삭줍기’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상대적으로 이준석 대표는 이삭줍기 기회가 많지 않을 전망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안정적으로 공천과정을 진행함에 따라 내부 반발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낙연 대표는 20일 밝힌 입장문에서 ‘사과’하면서도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 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통합은 좌초됐지만, 초심은 좌초되지 않고 오히려 굳건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민주당이 현역 의원에 대한 하위 평가 10%와 20%를 발표하면서, 탈당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회부의장인 김영주 의원(4선)은 19일 탈당을 발표했다. 이번 주 내로 발표가 잇따르면서, 이낙연 대표가 그 의원들을 겨냥하고 ‘개혁신당 합당 철회 선언’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명계인 박용진·윤영찬 의원도 20일 자신들이 '의정활동 평가 하위 10%' 명단에 포함됐다고 공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 강북을에서 재선한 박 의원은 이번 총선 공천을 두고 친명(친이재명)계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 등과 경쟁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으로부터 이같이 연락받았다고 밝힌 뒤 "오늘 당이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하위 20%에 속하면 경선 승리가 사실상 불투명하다. 하위 10~20% 의원들은 경선 득표율의 20%를 감산하고, 하위 10% 의원들은 30%를 감산한다. 실상 컷오프(공천 배제) 당한는 셈이다.

이준석의 개혁신당은 현역의원이 4명이다. 이낙연의 새로운미래 현역의원은 김종민 의원 1명이다. 하지만 이삭줍기에 성공하면 순식간에 현역의원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슨 일이?...이준석이 관훈토론 나간다며 ‘선거 전권 부여’를 졸속 처리

이낙연 대표와 김종민 의원이 이준석 대표와 결별을 결심한 직접적인 계기는 19일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다. 지난 주 이준석 대표가 이낙연 대표에게 요구한 세 가지 중 2가지가 문제로 떠올랐다. 첫째는 당 선거 캠페인과 홍보의 전권을 이준석 대표가 요구한 것이다. 둘째는 장애인 인권운동가인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비례공천을 반대한다고 천명하라는 것이다.

특히 첫 번째 안건에 대해 이낙연 대표는 20일 기자회견에서 “통합 주체들의 합의는 부서졌다. 2월 9일의 합의를 허물고 공동대표 한 사람에게 선거의 전권을 주는 안건이 최고위원회의 표결로 강행 처리됐다. 그것은 최고위원회의 표결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 정신은 훼손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에게 선거의 전권을 주는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미래 박원석 책임위원은 2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준석 대표가 관훈토론회 예정이 돼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없으니까 이준석 대표는 일단 출발하고 남은 사람들은 더 토론해보고 결론이 안 나면, 오후에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서 이 문제에 대해서 다시 깊이 토론을 하자라고 제안까지 했다”고 내막을 밝혔다.

선거의 전권을 이준석 대표에게 주는 문제는 ‘통합 합의를 번복하는 의결’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토론과 조정을 통해 합의에 도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이준석 공동대표를 포함해 양향자 최고위원, 조응천 최고위원, 금태섭 최고위원은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것이 이낙연 대표측 입장이다.

결국 이낙연 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게 회의야?”라는 고성을 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김종민 의원은 19일 오후 6시경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한 사람에게 위임해 준다는 안건이 올라왔는데, 이견이 당연히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 안건을 가지고 토론을 좀더 해야 했는데, ‘이준석 대표의 관훈클럽 토론회 참석’ 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의결을 빨리 하자는 게 정상은 아니었다”고 직격했다.

김종민 의원은 “이낙연 대표가 오후에 토론을 더 연장해서 정리를 하자고 제안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분들이 거기에 대해서 아무 얘기도 안하고 ‘그냥 통과시키자’라고 얘기한 게 사전에 뭔가 결심을 한 게 아닌가하는 확신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이준석, 이낙연과 김종민이 나가면 김종인에게 전권 위임?

이준석 대표의 관훈토론회 참석으로 시간이 없는 와중에 4명의 최고위원은 이준석 대표에게 선거와 관련한 전권을 위임하는 쪽으로 의결했다. 이낙연 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이 이석한 상태에서 다수결로 의결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서 박원석 새로운미래 책임위원은 “통합 합의사항을 번복하려면 통합 합의사항에 대해 다시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수결로 표결할 사항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낙연 대표도 20일 기자회견에서 이 부분에 대해 “통합 주체들의 합의를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바꾸는 중대한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그런 나쁜 선례를 남기지 말고 오늘(19일) 중에라도 정치적 조정을 해보자고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표결은 결국 강행됐다.

표결 강행 후에 이준석 대표가 보인 행동은 ‘표결 강행의 배경’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서로 간에 마음의 상처가 있고 갈등이 생겼다면 서로 대화해서 오해가 있으면 푸는 과정이 당연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는 오후에 기자들과 만나서 “이낙연 김종민이 나가면 천하람, 이원욱으로 최고위원을 보임하고 공관위원장을 김종인 대표한테 부탁해서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원석 책임위원 역시 CBS라디오에서 “우리는 오후 4시에 책임위원회의를 열었는데, 이미 이준석 대표는 그 이전에 그 얘기를 하고 다녔다. 우리는 모두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책임위원은 “(지난) 목요일부터 진행된 일련의 상황이 기획이구나, 이런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사진=CBS 유튜브 캡처]

이준석 대표 입장에서는 ‘당권은 이준석이, 공천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낙연은 비켜라’ 라는 것이 박 책임위원의 설명이다.

이준석, 이낙연이 들어줄 수 없는 두 가지 조건 내걸어?

앞서 이준석 대표는 지난주 목요일(15일)에 다음날 개최되는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배복주씨에 대한 공직과 당직 배제를 선언하라, 선거 캠페인과 정책 발표의 전권을 달라’고 요구하며, 금요일 회의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그리고 16일 오후 1시쯤에 ‘이러한 조건에 대해서 답을 당일 오후 9시까지 달라’고 요구했다. 박 책임위원은 “밤 9시까지 동의하지 않으면 합당을 깨겠다고 했다가, 다시 연락와서는 ‘(합당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10시 기자회견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대표의 이런 일련의 행보에 대해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20일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이낙연 대표가) 들어줄 수 없는 요구사항을 두 가지로 내걸었다. 그때부터 이준석은 다 계획이 있었다. ‘이낙연 대표를 내쫓고, 이 당을 내가 접수하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앉혀놓겠다’라는 시나리오에 의해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박원석 책임위원은 이준석 대표를 겨냥해 “자기 지지자들이 전장연과 배복주를 낙인찍었다는 이유로 본인이 그걸 대표해야 되겠다 그러면, ‘정체성’ 정당을 했어야 한다. 반(反)전장연당, 안티페미당을 했어야 한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박 책임위원은 “제3지대 통합이 무산된다면, 모두가 다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양당의 패권 정치, 독선 정치, 오만 정치와 다른 정치를 하겠다고 3지대 통합해 놓고, 똑같은 짓을 하면 정치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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