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감성을 건드린 작위적 "김건희ㆍ앙트아네트 오버랩", 김건희를 악마화하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훼손한 것..
김건희 유감 표명 전에 "디올백 몰카 촬영 정치공작" 인정해야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국민의힘 비대위원 김경율이 JTBC와의 인터뷰(2024. 1. 22)에서 한 말이다. “국정농단 사태 때 ‘비아그라’ 이런 게 나오지 않았나? 이런 게 다 감성을 폭발시킨 것이다”. 김경율의 말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온통 환락에 빠진, 국민을 배반한 부도덕한 집단이 아닐 수 없다. 사실(fact)은 2016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고산 지대 방문을 앞두고 비상시를 대비해 구입한 것이다. 통상 해발 1,000m 이상을 방문할 때 고산병약으로 비아그라를 준비한다고 한다. 김경율의 ‘비아그라 발언’을 통해 그의 세계를 짐작할 수 있다. 

 

 김경율은 이어 간다.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났을까? 자유와 평등 같은 고답적인 것을 떠올리지만, 이는 표방하는 명분일 뿐이고 실제로는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국민의 감성이 폭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김건희의 ‘디올백 사건’도 국민의 감성점을 건드린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김건희여사와 사치와 난잡의 화신 앙투아네트가 ‘국민의 감성점’을 공통분모로 절묘하게 오버랩 되었다. 하지만 ‘디올백 수수’와 ‘앙투아네트와의 오버랩’은 층위가 다른 문제이다. 전자가 진실을 가리는 사법의 문제라면, 후자는 ‘개인을 낙인찍는 인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장하면 ‘인격살인’의 문제이다. 

 

O 프랑스 혁명 당시 37세의 나이에 처형된 앙투아네트

 앙투아네트는 1793년 10월 16일 37세의 나이로 프랑스 혁명정부에 의해 파리 혁명 광장에서 처형됐다. 그녀는 혁명정부로부터 국고 낭비, 정부의 부패, 오스트리아와의 결탁, 루이 16세를 타락시킨 혐의, 백성에 대한 기만, 프랑스를 멸망시키려는 시도 등의 사유로 기소됐다.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였던 앙투아네트는 사치스러웠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상대적으로 검소하고 자선에도 힘을 기울였음에도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기 사건 등으로 사치한 왕비로 내몰렸다. 목걸이 사건은 귀족을 사칭하던 라모트 백작부인이 왕비의 환심을 사려는 추기경에게 접근해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다 바치도록 하고 그녀의 남편이 이를 중간에 가로챈 사건으로, 앙투아네트와는 관계가 없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는 분노를 자아내는 말도 원래는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에 나오는 구절로 앙투아네트가 한 말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녀에게는 아들 루이 17세와의 근친상간 혐의도 덧씌워졌다. 루이 17세에게서 증언을 얻어 혐의를 제기했지만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던 루이 17세는 제대로 된 증언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한 것은, 당시 근친상간은 사형이 기본이었기에 왕비에 대한 사형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렇게 몰고 간 것이다. 그리고 앙투아네트는 책임질 만큼 적극적으로 정치에 개입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여성이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기에, 왕이 지적장애나 중증 정신병을 갖고 있지 않으면 왕비가 나설 수 없었다. 그녀를 '악마의 여왕'으로 몰고한 각종 죄목은 추후 역사적인 연구를 통해 대부분 허위와 과장으로 판명되었다. 앙투아네트는 지금으로 치면 ‘가짜 뉴스’의 희생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자세한 것을 알리 없는 일반대중들에게 그녀는 여전히 ‘사치와 방탕’의 악녀로 각인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앙투아네트의 인용과 소환은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 그 자체가 폭발력을 가진 정치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경율의 섣부른 앙투아네트 소환과 김건희여사와의 비교는 본인은 부정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김건희를 악마화’하는 효과를 갖는다. 시민의 ‘감성점’을 건드리는 것이다. 

 우리나라 말고 ‘대통령 부인’이 앙투아네트에 비교되는 또 다른 G20 국가가 있을가 싶기에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국민의 손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부인이 앙투아네트에 비교되어 조롱되는 것은 그 자체가 국격 훼손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영부인이 ‘사치와 난잡’의 이미지로 연결될 이유는 없다. 김건희여사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비판의 범위는 ‘디올백 수수’의 문제여야 한다.  

 

O 누구를 위해 디올백 사건의 ‘정치공작성’을 부정할 것 인가

 디올백 사건이 돌출됐다. 좌파들이 김건희 여사를 공격해 총선을 이기고자 기획한, 전형적인 몰카공작이라고 단정해도 과장이 아니다. “누군가에 디올백을 선물하게 하고, 그 광경을 시계에 장착된 카메라로 몰래 찍었다면” 정치공작이 아닐 수 없다.  

 시점도 기괴하다. 디올백을 전달한 건 2022년 9월이지만, 좌파 유튜브에서 이를 공개한 시점은 2023년 11월 말이다. 왜 1년 넘게 기다렸는가? 1년 넘게 시간을 끌었다(cooking)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2024년 4월 총선’을 겨냥한 것이다. 결정적 시기를 노리기 위해 기다린 것이다. 그렇기에 정치공작이라는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3일 전에 터진 김만배 가짜 녹취록도 정치공작이었다.  

 디올백을 선물하게 한, 그리고 그 선물을 김건희 여사가 의심 없이 호의로 받게끔 한 인물은 오래 전에 돌아가신 김건희 여사 아버지의 지인인 재미교포 목사였다고 한다. 재미교포 목사가 ‘나 여기 있소’하고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 목사로 하여금 디올백을 선물하게 하고, 그 광경을 시계에 장착된 카메라로 찍게했다면, ‘몰카 정치공작’ 말고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까. 더욱 가증스런 것은, 그 목사가 ‘왜 백을 들고 다니지 않느냐’며 채근했다는 것이다. 

 ‘수수(授受)’는 말 그대로 주고 받는 것을 의미한다. 좌파들은 받은 것에 방점을 찍고 ‘받은 것이 잘못’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받은 것이 바보짓이다. 속은 바보 김건희에게 돌을 덜질거면, 속인 그 목사와 그 배후 세력에는 꽃을 던져야 한다. 이러니 대한민국에서 정치공작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O 국민 눈높이에서 소명과 사과를 하자는 주장 

 벼락출세란 말이 있듯이 때를 만나면 지위가 수직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연륜과 지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김경율 비대위원의 행동이 보기에 아슬아슬하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한동훈 위원장은 "서울 마포을 지역구에 민주당 정청래가 있다.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 특권 정치, 이재명 사당으로 변질된 안타까운 민주당을 상징하는 얼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영과 무관하게 공정과 정의를 위해 평생 싸워 온 김경율 회계사가 여기 출마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붙는다”고 깜짝 발표했다. 한위원장의 ‘진영과 무관하게’의 의미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좌에서 우’로 넘어 왔다는 것이다. 그럼 일편단심 ‘우’에서 ‘좌’와 싸워온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한동훈표 시스템 공천 제도’를 발표한 지 하루만에 이뤄진 자의적 자객(刺客)공천이라 충격은 그만큼 컸다. 김경율이 좌충우돌한 것도 이같은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김경율은 ‘국민 눈높이’에서 디올백에 대해 진솔한 소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감을 나누고 있다. 그렇게 하면 “국힘과 거리를 두었던 중도세력이 이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표를 몰아줄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 때 그리 당하고서도 여전히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감표시가 결국은 탄핵으로 진척됐다. 좌파에게 한위원장의 사과는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며, 특검요구·국정조사 등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까지도 ‘쌍특검’을 밀어붙이려 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특검을 생중계하자고 주장한 그들이다. 상식선 상에서 생각해 보자. ‘도이치 모터스 사건’은 논리적으로 특검대상이 될 수 없다. ‘결혼 전의(before marriage) 그리고 영부인 되기 이전’ (before presidency)의 일이라면 사인(私人) 간의 일이기 때문이다. 도이치 모터스 사건에 여전히 의구심이 남았다면, 윤석열 정부가 끝난후 고소든 고발이든 하면 된다. 

 4월이면 총선이다. 한국정치 현실에서 총선은 국회의원을 새로 뽑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이념과 가치 지향’에서 공통점이 과연 존재하는 가를 곱씹으면 그 이유가 밝혀질 것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차이는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과의 차이 그 이상이다. 이념전을 펼쳐야 한다.

 디올백의 얽힌 실타래를 풀려면, 김건희 여사의 유감 표명과 동시에 몰래 불법 촬영한 사람과 그 배후 사람들의 사과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김경율은 김건희·앙투아네트 언급에 대해 ‘명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결자해지로 적전분열을 봉합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천명해야 한다. 그 길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길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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