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인사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인사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비공개 회동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있었음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가운데, 이와 관련된 여러 쟁점들이 논란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구체적으로는 실제 사퇴요구가 있었는지와 그 이유, '약속대련'인가의 여부, 사퇴요구로 인한 여파다. 또한 그간 소위 '찰떡궁합'을 약속했던 한동훈 비대위와 대통령실 간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도 관심사다. 

1. 사퇴요구가 정말 있었는가

한 위원장은 22일 출근 도중 '(사퇴 요구가) 대통령실의 과도한 당무개입 아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평가는 하지 않겠다"라면서도 "그 과정에 대해서는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가 '사퇴 요구가 없었다'고 답하는 대신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어떤 식으로든 한 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욱이 이 비서실장이 직접 한 위원장에게 사퇴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원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라 의문을 낳는다. 특히 한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취임한 후 채 한 달도 되지 않았고, 여러 언론들에서 이른바 '한동훈 띄워주기' 현상이 극심했다는 점에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는 것이다.

2. 사퇴요구를 한 이유는

사퇴요구가 있었다면 그 다음 쟁점은 사퇴요구를 왜 했느냐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3인 비공개 회동의 주요 안건은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私薦)' 논란,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문제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사천' 논란 관련해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시스템에 의한 공정한 공천이 무너짐으로써 사천공천이라는 불공정 공천문제가 발생되게 해서는 안된다는 문제도 논의했고, 이런 문제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여당 지도부가 잘 대응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천의 불공정성과 사천시비, 공당의 사당화와 낡은 줄세우기의 구태정치에 대한 깊은 우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는 말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천이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상황에서, 이 관계자의 발언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대항마로 김 비대위원이 마포을에 출마한다고 소개한 한 위원장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대통령실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 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을 밀어주는 모양새로 인해 김성동 마포을 당협위원장이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던 만큼 국민의힘이 '공정한 공천'을 하겠느냐는 우려가 나왔던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여사 문제 관련해서도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을 불편케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익명으로 상황을 전했던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의 '불편한 속내'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비서실장과 윤 원내대표가 지금은 시들해진 몰카 공작 이슈를 왜 여당 내부에서 끄집어 내 논란을 만드는지 한 비대위원장에게 우려를 전했다. 이런 문제가 이슈화되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많은 어려움이 생긴다는 우려를 공유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 자신은 이른바 '김건희 특검'으로 불리는 도이치모터스 특검법에 대해 수용 불가 원칙을 고수 중이다. 반면 그가 낙점한 김 비대위원은 소위 '김건희 리스크'가 총선에 미칠 영향이 크다며 부정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일례로 그는 지난 17일 JTBC에 출연해서는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해선)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이 하나하나 드러나며 감성이 폭발된 것이라 하더라"라 했으며, 18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김 여사 의혹 관련해) 수도권과 TK 출마자 간 인식 차이가 있다"고 보다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가 김 여사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보고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로서는 한 위원장이 당내 인사들의 발언을 제어할 정도의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고 볼 법한 대목이다.

17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을 소개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17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을 소개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3. 이관섭 비서실장이 굳이 '대면' 사퇴 요구를 한 이유는

사퇴 요구를 할 이유가 있다는 것과 실제 사퇴 요구를 하는 것은 별개 문제이며 사퇴 요구를 하는 방식 역시 적절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직접 만나 요구를 하는 방식보다는 문자 등 조용한 방법을 사용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이준석 전 대표를 축출하는 과정에서 권성동 의원이 윤 대통령과의 문자를 보는 모습이 노출돼 '체리따봉 논란' '내부총질 논란'이 빚어진 바 있기 때문에 이 비서실장이 대면 요구가 더 안전했을 것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비공개 회동 역시 언론을 통해 보도된 만큼 누가 관련 정보를 외부에 흘렸는가에 대한 책임공방이 추후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 약속대련? 짜여진 각본?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 사퇴 요구가 이른바 '약속대련(約束對練)'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약속대련'이란 태권도·유도·권투 등 일대일로 겨루는 스포츠에서 기술 연마를 위해 사전에 합을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번 논란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짜여진 각본'이라는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이를 주장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22일 유튜브에서 "한동훈과 윤석열의 약속대련 같다"면서도 "둘의 지지층이 겹친다. 왜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약속대련'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동안 한 위원장을 띄우려는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상 극적인 변화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소위 '한동훈 영웅 만들기'라는 것이다. '여당 내 야당'의 역할을 함으로써 한 위원장을 다시금 구심점으로 만들려는 큰 그림이라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 논란 후 김 비대위원이 이날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한 점, 한 위원장이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표명 없이 민주당을 비판하는 점을 근거로 들며 '약속대련'이 맞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다수는 '약속대련'이 아닌 실제 당정갈등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약속대련'이 아닌 '진검승부'인 것 같다"고 밝혔으며,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역시 "'약속대련' 아니다. 한동훈 위원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상태다. 그외 여러 언론들 각본이 아닌 실제 갈등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

5. 논란 후 평상시와 다름없는 韓, 일정 취소한 尹

한 위원장은 출근 후 비대위 회의에서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것처럼 민주당의 이른바 '가짜뉴스 정치행태'를 비판했다. 그의 거취는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그의 모습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계획됐던 민생토론회 참석을 취소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감기로 인해 오전 10시로 계획됐던 제5차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 토론회'에 불참하게 됐다고 밝혔는데,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과의 불화로 인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 아니냔 분석을 내놓는 형편이다. 

이와는 별개로 이제 최대 관심사는 한동훈 비대위와 대통령실이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란 평가다. 그간 당정일체, 긴밀한 공조를 내세웠던 한 위원장과 윤 대통령이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인지 일단 갈등을 봉합할 것인지 머지않아 드러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는 대통령실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 하면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지만, 한 위원장이 김 여사 문제에서 협조하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사퇴 요구가 친윤계를 중심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여권에 대해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이 한 위원장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한 위원장을 윤리위에 회부에 낙마시키고 '원희룡 비대위'를 띄운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등장했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비대위의 비대위가 출범하는 모양새란 점에서 국민의힘이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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