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뉴스룸, 5.18 관련 보도서 '항공기가 발포'?...정반대로 오역
사드 관련 美르포 인용하며 '사람 살기 어렵다' 공포감 조성
'서울 한복판서 '지카 실험' 추진?'...원문 번역해보니 '예방 능력 개선'
오역-왜곡에 의한 파급력 비해 정정보도는 힘 얻지 못해

최근 JTBC 뉴스룸은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들 중 일반적으로 평일 시청률(5~7%)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수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만큼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JTBC뉴스룸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이 방송사 특유의 일관된 방향성을 지닌 선동적인 내용들이 서슴없이 대중들의 인식에 전파돼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4일 JTBC뉴스룸은 <5월 23일 "발포 멈췄다"…미 기밀문서로 본 '5·18 헬기 사격'>라는 제목으로 “주한미국대사관이 1980년 작성한 비밀전문에 따르면, 광주의 상황이 서서히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항공기들이 광주에서 더 이상 발포하지 않고 있다고 적혀 있다”고 보도했다.
 

JTBC뉴스룸은 이를 근거해 “5월 23일 이전에는 항공기에서 사격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유추해낸다. 이어 “5월 21일은 계엄군이 전남도청 앞에서 시민을 향해 집단 발포한 날이다. 같은 날 헬기사격도 있었다고 미 대사관이 증언한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한다. 또한 ‘기밀문서’, ‘비밀전문’ 등의 표현을 통해 비밀스럽고 은밀한 늬앙스를 부각한다.

이같은 내용은 역시나 시청자들의 분노를 부추기며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JTBC는 이전부터 5.18집단발포, 헬기사격 등 일관된 논조를 강화시키는 보도들을 잇따라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JTBC에서 인용한 “항공기들이 광주에서 더 이상 발포하지 않고 있다”는 문구는 번역이 잘못됐으며 의도적인 왜곡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해당 보고서의 원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Situation in Kwangju seems to be improving slowly. (중략) According to acting prime minister PARK, as of late morning May 23, 2,000 of the approximately 4,000 rifles and "most" of the four boxes of TNT that rioters had captured, had been turned in. Air craft overflying Kwangju were no longer drawing fire."
 


 

내용을 살펴보면, “항공기들이 광주에서 더 이상 발포하지 않고 있다”라는 내용이 아닌 “광주를 비행하는 항공기들이 더 이상 사격을 받지 않고 있다”라는 정반대의 해석이 나온다.

해당 내용에서 활용된 ‘drawing fire’라는 문구는 일반적으로 ‘비난의 표적이 되다’로 활용된다. 특히 앞 문장에서 총기 회수 관련 내용이 언급됐으며, 보고서에서는 모호한 표현을 쓰지 않는만큼 ‘drawing fire’라는 문구는 ‘(항공기가) 사격을 받는다’로 해석되는데 더 무게가 실린다.

또한 JTBC뉴스룸에서는 누락했지만, 당시 보고서에는 “국무총리에 따르면, 23일 오전까지 폭도들에 의해 탈취당한 대략 4,000정의 소총 중 2,000정이, 그리고 4개의 TNT 박스 대부분이 회수되었다”는 내용도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문장은 별다른 언급없이 JTBC가 선별한 임의의 내용만 부각된다.

이같은 JTBC뉴스룸의 보도 내용은 지난 5월 17일 방송된 썰戰 269회차 방송에도 그대로 인용됐다. 오역에 근거한 내용이 방송에서 반복되며 시청자들의 인식에 더 깊이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특히 관련 이슈에 대해서 꾸준한 관심을 갖지 않는 한, 한 번의 자극적인 내용을 정정하는 반박내용들은 수많은 정보 속에 스쳐지나가기 때문에 선동적인 내용들의 위험성은 지대하다. 당시 이같은 오역을 지적하는 내용이 시청자게시판에도 올라왔지만, 그렇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JTBC는 이에 앞서 사드기지와 지카바이러스 등과 관련된 오역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미국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거나 외교관계에 영향을 미칠만한 굵직한 오역사례들이 잇따랐다.

JTBC뉴스룸은 사드(THAAD) 배치 관련 논의가 불거졌던 지난 2016년 7월 13일, 단독 탐사플러스 코너를 통해 사드의 인체 유해성을 암시하며 사드에 비판적인 논조를 이어갔다. 당시 JTBC는 미국 기관지인 성조지 (Stars and Stripes)의 르포 기사를 소개하며 “발전기의 굉음이 작은 마을 전체를 덮어버릴 정도다”라는 문장을 인용했지만, 실상 내용을 살펴보면 "해당 기지가 인적이 드문 외딴 곳에 위치하고 있어 커다란 발전기가 돌아가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린다"는 해석이 더 자연스럽다.

해당 내용을 취재한 기자는 “전자파와 소음, 수질오염 등 수많은 우려가 제기되지만 정부는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며 이같은 의구심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강화한다. 그러나 ‘사드 레이더’의 유해성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자료는 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한 시민단체 회원의 입장을 강조할 뿐이다.

또한 성조지와의 인터뷰에 나선 사드 운영 요원이 "이 지역에서 살 수 있는 건 두 마리 돼지 뿐"이라며 "사드 포대 근처에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원문을 살펴보면, ‘사람은 살기 어렵다’라는 내용은 없었으며, JTBC뉴스룸은 돼지 두 마리만 산다는 내용을 사람은 못 살 지역인 것처럼 공포감을 조성한 것이다. 성조지는 오히려 인터뷰를 한 슬로운 중령이 사드 포대가 있는 아르마딜로 지역이 얼마나 근무하기 좋은 환경인지 열정적으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6년 5월에는 미국 에지우드 생화학센터(ECBC) 홈페이지 글을 잘못 번역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JTBC 뉴스룸은 당시 <탄저균 사태 겪고도…하루 수십 개 생화학 실험>, <주한미군, 서울 복판 기지서 ‘지카 실험’ 추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연이어 내보냈다.

JTBC는 <주한미군, 서울 복판 기지서 ‘지카 실험’ 추진>에서 "주한미군이 서울 용산의 미군기지 내 실험실에서 지카 바이러스 실험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주한미군 기지에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되면서 큰 우려와 충격을 줬는데, 이번엔 전 세계적으로 공포의 대상인 지카 바이러스를 실험하기로 해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소식을 전했다. '탄저균 배달 사고' 등을 거론하며 공포감과 반감을 극대화시키는 양상이다.

미 육군 산하의 에지우드 생화학센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주피터 프로그램' 책임자 브레디 레드몬드 박사가 "용산에서 '지카 바이러스' 관련 프로그램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했다. 이어 "서울 한복판에 있는 용산 미군기지에서 지카 바이러스 관련 실험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다소 황당하고 공포스런 분위기를 조장했다. 

<탄저균 사태 겪고도…하루 수십 개 생화학 실험>라는 보도를 통해서도 "지난해 탄저균 사고 이후, 미국 정부 측은 주한미군이 사균화된 생물학 검사용 샘플을 국내로 반입할 때 우리 정부에 미리 통보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우리 국방부는 미군 부대 실험실에서 어떤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에지우드 생화학센터 홈페이지에 게재된 원문을 살펴보면, 'The participants in the project are already looking to add a Zika virus detection capability in Yongsan'라는 내용으로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용산 기지에서 지카 바이러스를 탐지할 수 있는 역량을 추가하려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지카 바이러스 등 생물학 샘플 실험이 아닌, 탐지키트 추가 등 '예방 능력'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인 것이다.

이러한 오역사례들은 자극적인 내용을 전하는데 반해, 보도 이후 이를 반박하는 ‘정보’들은 크게 힘을 얻지 못하고 시류에 휩쓸리는 분위기였다. 이미 여론은 언론매체에서 부추긴 공포감으로 동요하고 있었고, ‘루머’를 확대 재생산해내는 매체들도 다수였다. 대외적으로 종편 시청률 1위, 신뢰도 1위 등의 이미지를 구축한 JTBC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만큼, 이러한 매체가 전하는 왜곡된 정보들의 위험성이 무척 크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한편 이에 따라 시청자들은 매체에서 전하는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보다 비판적인 관점에서 수용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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