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스타노 EU대변인 인터뷰 상보 ④

피터 스타노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수석대변인이 지난 2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펜앤드마이크]
피터 스타노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수석대변인이 지난 2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펜앤드마이크]

 

■ "슬로바키아, 내 조국은 여전히 소련에 대한 향수 있어... 하지만 EU는 균형 있는 집단"

Q. 유럽연합 체제를 유지하는 데 있어 가짜뉴스가 얼마나 큰 위협이라고 생각하는가.

A: 우리는 각 회원국마다 특정 비율의 인구가 허위 정보에 속을 가능성이 항상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유럽, 미국 등 각 국가마다 일부 사람들이 허위정보를 받아들이고 허위정보를 신뢰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유럽연합 국가마다 차이는 있다. 허위정보를 신뢰하는 인구의 비율이 얼마나 큰가에 대해서는 각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내 조국 슬로바키아에서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슬로바키아의) 많은 국내 정치인들이 러시아의 내러티브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러시아의 내러티브를)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거나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전통적·역사적으로 공산주의 시대에 대한 향수가 많이 남아 있다. 슬로바키아인들은 러시아인과 같은 슬라브 민족이다. 그래서 슬로바키아인들은 러시아의 억압과 식민화를 겪었어도 러시아와 가깝다고 느낀다. 1968년 러시아가 슬로바키아를 침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상당수, 특히 나이가 많고 교육 수준이 낮은 농촌 출신 사람들은 러시아에 대해 비합리적인 향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러시아TV를 보고 푸틴 대통령이 하는 말을 믿는다.

Q. 현 슬로바키아 집권 세력은 어떤가.

A: (슬로바키아 인구의) 절반이 선택했다. 두 달 전에 선거를 치렀는데, 지금 집권하고 있는 총리는 매우 친러 성향이다.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와 사고방식이 매우 비슷하다. 슬로바키아 총리는 푸틴과 푸틴의 독재 스타일을 존경하기 때문에 러시아와 매우 가깝다. 그는 민주주의를 좋아하지 않으며, 국가를 장악하고 싶어하는 좌파 포퓰리스트다. 우파 포퓰리스트인 오르반 총리는 푸틴을 좋아하는데, 푸틴이 독재적이기 때문이다. 푸틴처럼 되고 싶어하는 이들은 공산주의 시대에 자란 사람들이다. 이들은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그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 그들은 (러시아와) 같은 시스템, 즉 지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원한다. 이는 결코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다.

Q. 절반에 달하는 슬로바키아 국민들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에 반대했다고 봐야 하는가 아니면 반 EU 정서의 표출로 봐야 하는가

A: 슬로바키아 사람들은 유럽연합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슬로바키아 사람들은 매우 친 유럽적이다. 하지만 그들은 전쟁을 원치 않아서 우크라이나를 돕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전쟁이 러시아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그들은 마치 ‘이 전쟁에서 아무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아’ 이런 식으로 전쟁을 바라보고 있다. 왜냐하면 돈이 많이 들고 물가는 올라가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EU의 많은 나라들에서 이런 식이다. 체코, 불가리아 등이 그렇다. 반면 덴마크, 포르투갈과는 역사, 사고방식(mentality), 종교, 문화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르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다양성 속에서 단결하고 있다. 

Q. 이러한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EU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나

A: 유럽연합에서 75% 이상이 우크라이나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해 더 긍정적인가?) 그렇다, 물론이다. EU 전체에서 대다수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건 헝가리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부분적으로 슬로바키아, 폴란드, 체코,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에서도 상당수가 그러하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유럽 전체를 볼 때는 괜찮다. 27개 회원국 전반에서 그러하다. 한 나라가 극단적일지라도, 다른 정상적인 나라와 항상 균형을 이룬다. 

네덜란드에서는 어제 선거가 있었는데, 극우적인 사람이 당선됐다.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봐야겠지만, 다른 나라에는 더 정상적인 세력이 있다. 이것이 바로 EU다. 항상 균형을 잡고 있다. 그래서 괜찮다.

■ 최선의 가짜뉴스 대응 방식은 '폭로'...가짜뉴스 청중을 빼앗아야

Q: 한국에서는 정치인들이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해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A:  한국에 문제가 있다면 한국인이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을 위한,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 주도의 해결책이 필요하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모든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와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 이외에도 시민사회, 대중, 학계, NGO가 민주주의를 보호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정치인을 통제한다고 할 수 있는데, 결국에는 다행스럽게도 정치인은 유권자에게 대답해야한다. 그리고 유권자는 허위 정보가 아닌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치인을 선택함으로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할 것이다.

Q: 가짜뉴스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세부적 대응 방안은

A: 폭로다. 허위 정보를 폭로해야 한다.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을 폭로하여 '이 사람은 가짜 뉴스를 퍼뜨렸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미디어 리터러시와 인식이 중요하다.

Q: 한국에서는 지속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들을 어떻게 근절할 수 있을까. 처벌이 답이라고 할 수 있나

A: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가급적 처벌의 길로 가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의 청중을 빼앗으려고 노력한다. 

바로 청중을 교육하는 것이다. 청중이 스스로 인식하고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정보를) 바로 믿지 말고, 두 번 확인하고, 세 번 확인하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방법이다. 그러나 예를 들어 일부 러시아 미디어 또는 러시아 투데이, 스푸트니크 및 일부 러시아 TV의 경우, 우리는 이들에 대한 방송 금지 조치를 도입했다. 이들은 러시아의 전쟁 프로파간다를 퍼뜨리는 전쟁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미디어들은 유럽 연합 내에서 방송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그들을 금지하긴 했지만,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때문에 미디어 금지에 대한 EU의 논의는 항상 매우 어려운 상태다. 따라서 이것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매체를 폐쇄하지도, 금지하지도 않는다.

Q: 인공지능(AI)에 대해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A: 글쎄... 인공지능은 새로운 도전 과제다. 그리고 이 도전은 인공지능의 사용을 규율하는 법규를 마련하여야만, 즉 입법적 틀을 만들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이제 막 등장하고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그 시작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Q: AI, 딥페이크에 대해서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A: 일련의 규칙과 법률이 있어야 한다. 인공 지능의 사용을 관리하거나 규제하는 법률이 있어야 실제로 사람들이 오도되지 않는다. 인공 지능은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되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 인공지능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많은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피터 스타노 대변인과의 인터뷰 후 촬영한 사진. [사진=펜앤드마이크]
피터 스타노 대변인과의 인터뷰 후 촬영한 사진. [사진=펜앤드마이크]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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