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스타노 EU대변인 인터뷰 상보①

지난 2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피터 스타노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수석대변인. [사진=펜앤드마이크]

 

지난 2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건물인 베를레몽 빌딩에서 피터 스타노(Peter Stano)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수석대변인을 만나 가짜뉴스 관련한 인터뷰를 1시간 넘게 진행했다.

피터 스타노 대변인은 펜앤과의 인터뷰에서 '가짜뉴스' 용어 사용의 적절성, 러시아발(發) 가짜뉴스에 대한 EU의 대응, 중국발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 가짜뉴스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의 중요성, EU 회원국들의 상황과 실상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심도있는 답변을 내놨다.

인터뷰가 매우 길기에 총 4회로 나누어 게재한다.

■ '가짜뉴스'란 단어보다 '정보 조작'이란 단어를 

Q: 인터뷰에 응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 한국에서는 가짜뉴스가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그에 대한 대응 해법을 듣기 위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를 방문했다.

A: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가짜뉴스'라는 단어 대신 '정보 조작(information manipulation)'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정보 조작엔 프로파간다, 허위정보(disinformation) 뿐만 아니라 가짜뉴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보 조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우리는 이러한 정보 조작 문제를 '복합적 위협(hybrid threats)'으로 다루고 있다.

Q: 한국에서는 주로 '가짜뉴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가짜뉴스'와 '허위정보'의 차이는 무엇인가?

A: 우리는 단어의 정의를 내리는 문제에 대해선 학계에 맡겨놓고 있다. 우리는 현상을 포괄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고자 하므로 이 단어(정보조작)를 사용하고 있다. 가짜뉴스 즉 허구적인 정보 뿐만이 아니다. 프로파간다는 가짜뉴스는 아니지만, 왜곡된 정보 즉 정보를 조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일반적 용어인 '정보조작'을 쓰고 있다.

이는 '복합적 위협'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다. 정보조작은 전쟁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위협은 적대적 동기에서 비롯된다. 적은 우리와 싸우기 위해 이를 사용하는데, 적들은 우리가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는 유용하지만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고 전쟁, 소위 정보 전쟁 수행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Q: '허위정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가?

A: 허위정보는 정치적 용어라 칭하겠다. 이는 학문적으로 정의된 것이 아니라 기술(記述)된 것이다. 이는 복합적 위협이라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다. 그리고 적들이 우리에 맞서 사용하고 있는 도구들 중 하나다. 그러므로 정치 관련 문서에서는 '정보 조작'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용어 정의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러한 위협을 기술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것이 맞다.

■ 러시아의 허위정보는 EU 회원국 27개국에 맞게 '맞춤 제작'돼

인터뷰가 진행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건물과 멀지않은 전쟁박물관에서 가짜뉴스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포스터가 전시돼있다.브뤼셀에서도 가짜뉴스가 큰 관심임을 보여주는 셈이다.사진=펜앤드마이크
인터뷰가 진행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건물과 멀지않은 전쟁박물관에서 가짜뉴스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포스터가 전시돼있다.브뤼셀에서도 가짜뉴스가 큰 관심임을 보여주는 셈이다.사진=펜앤드마이크

Q. 가짜뉴스의 가장 심각한 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A: 일반적인 이야기로 시작하겠다. 우리는 허위정보 혹은 정보조작을 지난 2014년에 인지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러시아가 처음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로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이 있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작전이 시행됨과 동시에 정보 전쟁이 동반된다는 것을, 이 정보 전쟁은 러시아에 의해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 그리고 미국에 맞서 이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2014년부터 우리는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정치적 합의를 이뤘다. EU 내에서는 27개국 회원국 모두가 동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보조작이 복합적 위협이며, 그 대부분은 러시아가 유럽연합에 대항하기 위해 하고 있다는 것에 합의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한 것은 부서 설립인데, 소위 EU의 외무부 내에 있는 조직이다. 이는 유럽 대외관계청(European External Action Service)이다. 공식적으로 '전략 커뮤니케이션부'라 불리는 이 조직은 허위정보와 싸우고 있다. '폭로(debunking)'란 방식으로 싸우는데, 이말인즉슨 가짜뉴스와 맞서는 데 있어 진실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웹사이트에 (러시아발 허위정보에 관한) 모든 것을 게시하고 있다.

'EU 대 허위정보(EU versus Disinfo)'라고 불리는 이 웹사이트는 매우 흥미롭다. 누구나 접속할수 있다.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이 나을테니 보여드리겠다. 이 웹사이트에는 가짜뉴스, 허위정보와 관련해서 우리가 찾은 모든 것들이 게시되고 있다.

Q: 이 사이트는 EU의 공식 웹사이트인가?

A:  그렇다. 허위정보와 싸우기 위한 공식 웹사이트이다. 우리 동료들은 대중 매체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으며, 가짜뉴스 혹은 허위정보가 발견되면 이에 대한 기사를 게재한다. 보면 알겠지만 여기엔 다른 카테고리들이 있긴 하지만 우리는 주로 우크라이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것도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여기엔 구체적인 사례가 포함된 여러 기사들이 있다. 이는 우리가 허위정보와 싸우는 한 사례다. 우리가 하고 있는 두 번째 활동은 협력이다. 우리는 허위정보 퇴치 활동 등 많은 것들에 있어 회원국들과 협력 중이다. 우리는 모범 사례를 공유하고 노하우를 전수하며 각국에서 유사한 활동을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정보를 조작하거나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자들은 브뤼셀에 있는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영어나 프랑스어로만 EU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회원국의 언어로 그 나라를 공격하고 있다. 개별 회원국들이 어떤 맥락에 처해 있는지를 고려한 후, 이를 바탕으로 각국의 미디어를 통해 공격한다. 이들은 각국의 특정한 역사, 문화적 맥락, 사고방식(mentality)을 이용하는데, 러시아가 포르투갈, 독일, 슬로바키아 등 각각의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서로 다른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이러한 차이를 이용한다. 다시 말해 허위정보는 EU의 개별 회원국 27개 각국의 맥락에 맞게 '맞춤 제작'된다. 결국 브뤼셀은 전장이 아니며 영어와 프랑스어로만 공격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개별 언어를 가진 개별 회원국 27개국이 모두 러시아와의 전장이다. 러시아는 매우 영리해서 맞춤제작 방식으로 표적에 대한 정보 전쟁을 시행하고 있다.

Q: 허위정보가 러시아와 관련된 것이 가장 많은가?

A: 전 세계 어디에나 허위정보 행위자는 존재한다. 이들은 국가 행위자일 수도, 비국가 행위자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들은 어디에나 있고 유형도 다양하다. 또한 허위 정보엔 상업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도 잊으면 안 된다. 일부 허위정보는 고객을 오도하고 가짜 제품이나 값싼 제품, 저품질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상업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적 허위정보'만을 다루고 있다. 허위정보는 전 세게적 현상이고 많은 행위자들이 있지만, 우리는 EU를 직접 목표로 삼는 이들 즉 러시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전 세계의 허위정보를 주시하거나 분석하진 않는다. 유럽연합을 직접 공격하는 러시아와 러시아에서 온 허위 정보 행위자에 대해서만 분석하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 주변의 모든 국가가 (정보조작)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도 허위 정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필두로 물론 몰도바, 조지아, 부분적으로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러시아의 영향력에 노출되어 있고, 중앙 아시아도 물론 마찬가지다. 

이 국가들은 러시아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이는 러시아가 신제국주의적 아젠다를 추진하는 방법의 일부다. 그들은 신식민지를 만들고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하는데, 이것이 그들이 정보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며, 이는 복합적 위협으로 사용된다. 몇몇 세력은 허위정보를 이용해 우리를 공격하려 한다. 이스라엘 가자지구의 경우, 이러한 정보의 대다수는 이스라엘인들을 겨냥하거나, 혹은 팔레스타인들을 거냥하거나, 혹은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당국을 겨냥하거나, 혹은 어쩌면 미국인들을 겨냥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공격받을 것이라는 등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정보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럽 연합이 이렇게 혹은 저렇게 이야기했다는 것과 같은 작은 정보조작은 있었지만, 이는 러시아의 경우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물론 우리는 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EU에 대해 이루어지는 대규모의 정보조작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한쪽 또는 다른 당사자에게 유리한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발견했다. 하지만, 이러한 종류의 정보 조작은 모든 분쟁에서 일어나고 있다. 리비아 전쟁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리아 전쟁 중에는 훨씬 더 많았다. 예멘 전쟁 중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래서 정보가 무기가 되었다. 이는 내러티브 전쟁의 일부이며, 정보 전쟁이기도 하다. 이는 오늘날 모든 국제 대결에 수반되어 나타난다. 

Q: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유럽연합은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가.

A: 이들은 매우 다르다. 이스라엘 가자지구는 정치적으로 역내에 많은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고 유럽연합에 정치적, 군사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허위 정보 측면에서 이 둘의 중요성은 차이가 있다. 허위 정보 환경이나 정보 전쟁은 전장의 적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우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경우 우리를 겨냥한 것이다. 매우 다르다고 생각한다. 

Q: 얼마 전 푸틴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혹시 유럽연합 차원에서 이러한 낭설에 대해 대응한 것이 있나.

A: 이는 우리의 역할이 아니다. 많은 허위 정보가 있지만 모든 허위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는 아니다. 우리는 유럽연합을 겨냥한 정치 정보 조작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가짜 정보, 딥페이크, 즉 정보 조작과 관련해서는 소셜 플랫폼을 규제하는 기관이 콘텐츠와 콘텐츠 전달에 사용되는 수단을 규제하거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사용되는 수단을 규제하여야 한다. 따라서 국가 당국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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