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앤드마이크,유럽연합(EU)본부 방문

지난 2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된 펜앤과의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는 피터 스타노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수석대변인. [사진=펜앤드마이크]
지난 2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된 펜앤과의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는 피터 스타노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수석대변인. [사진=펜앤드마이크]

유럽연합(EU)은 러시아와 중국을 가짜뉴스의 가장 큰 위협세력으로 보고 있으며,러시아 일부 방송을 가짜뉴스와 관련해서 방송금지하는 강력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EU는 가짜뉴스를 ‘하이브리드(hybrid threats) 위협’이라고 지칭하며, EU체제를 흔드는 가장 큰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U는 한국의 가짜뉴스와 관련,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사람의 신원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라고 조언했으며,유권자들도 가짜뉴스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치인을 선택해서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펜앤드마이크는 지난 2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건물인 베를레몽 빌딩을 방문, 피터 스타노(Peter Stano) EU 외교안보정책 수석대변인과 가짜뉴스를 주제로 1시간30분에 걸친 장시간 인터뷰를 가졌다. EU대변인과 이처럼 장시간 특정주제에 대한 인터뷰를 가진 것은 국내 언론중 처음이다.

펜앤이 EU를 방문한 이유는 유럽연합이 전 세계 국가중 가짜뉴스와의 전쟁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EU는 지난 8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발효시켜 가짜뉴스를 방치하는 플랫폼과의 전면적인 전쟁에 들어갔다.

스타노 대변인은 “EU가 1년 전 ‘전략적 나침반’이라고 불리는 EU 최초의 군사·정치적 독트린을 채택하면서 정보조작(information manipulation)을 당면한 가장 큰 도전과 위협으로 정의했다”고 밝혔다. EU는 허위 정보(disinformation)와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단어외에 정보조작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노 대변인은 “정보 조작에는 프로파간다, 허위 정보 뿐만 아니라, 가짜 뉴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정보 조작 문제를 복합적 위협(hybrid threats)으로써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중인 피터 스타노 대변인. [사진=펜앤드마이크]
인터뷰 중인 피터 스타노 대변인. [사진=펜앤드마이크]

사실 인터뷰를 하기전까지만 해도 EU가 가짜뉴스를 여러 현안 이슈중 하나쯤으로 여길 것이라 생각했으나,인터뷰를 통해 최우선적인 위협으로 느끼고 있음을 실감했다.

스타노 대변인은 “EU 27개국 회원국마다 특정 비율의 인구가 허위정보에 속을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면서 이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U가 러시아외에 중국을 가짜뉴스의 위협이라고 간주한 것도 주요한 인식전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타노 대변인은 “중국은 한국을 공격하듯이 EU를 직접 공격하지는 않지만 중국에서 왔거나 중국과 연관된 허위정보 유포자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스타노 대변인은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허위정보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러시아 내러티브를 퍼뜨리고 강화하며,특히 반미 내러티브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런게 EU체제의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노 대변인은 러시아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우크라이나,유럽연합,그리고 미국에 대한 정보전쟁에 착수했다”면서 “러시아는 유럽연합을 직접 공격하며 그 수단으로 정보를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U는 가짜뉴스 대응과 관련,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도록 국민들을 설득하는 ‘미디어 리터리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필요한 경우 강력한 처벌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피터 스타노 대변인과의 인터뷰가 이뤄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건물. 베를레몽 빌딩이라고도 불린다. [사진=펜앤드마이크]
피터 스타노 대변인과의 인터뷰가 이뤄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건물. 베를레몽 빌딩이라고도 불린다. [사진=펜앤드마이크]

EU는 이와관련,러시아 투데이,스푸트니크 및 일부 러시아 TV에 대한 방송금지 조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스타노 대변인은 중국 언론인 CCTV와 CGTN도 '페이크 미디어'라고 지칭하며 가짜뉴스를 퍼트리는데 이용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8월 시행된 디지털서비스법의 경우 아직까지 단속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스타노 대변인은 “허위정보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사이버 공간을 규제하기 위해 디지털서비스법을 제안했다“면서 ”허위정보가 확산되지 않도록 플랫폼들,특히 소셜 플랫폼과 상호교류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노 대변인은 “페이스북,구글,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 플랫폼과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소위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를 통해 허위정보를 퍼트리는 계정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소셜 플랫폼을 ‘가이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짜뉴스와 관련해 소셜 미디어에 대한 대응 ‘가이드라인’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에 커다란 시사점을 주는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확실하게 인식하게된 게 있다면,EU는 가짜뉴스를  체제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통상 거짓말 수준이라면 한두번 속아넘어가기도 하고,모른척하기도 할텐데,가짜뉴스는 거짓말과는 수준이 다른 생존의 문제로 접근해야한다는 것이다.가짜뉴스에 넘어가면 생존이 위협받고,공동체가 위협받는다.EU는 이때문에 정말 전쟁을 치르는 심정으로 가짜뉴스를 대하고 있다는 절박감을 가진듯 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건물은 베를레몽 빌딩이라 불린다. 빌딩 1층 외벽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베를레몽'이 적혀 있다. [사진=펜앤드마이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건물은 베를레몽 빌딩이라 불린다. 빌딩 1층 외벽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베를레몽'이 적혀 있다. [사진=펜앤드마이크]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충고도 잊지 않았다.스타노 대변인은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공개’라는 표현을 여러번 강조하면서 “허위정보를 공개하고,허위정보를 퍼트리는 사람도 공개하여 신뢰할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정치인들이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있는데,해결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스타노 대변인은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한국에 문제가 있다면 한국인이 해결해야 한다”면서 “유권자는 허위정보가 아닌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치인을 선택함으로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무엇을 해야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조언했다.가짜뉴스를 차단하기 위해선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스타노 대변인은 슬로바키아 출신이며,자신의 모국인 슬로바키아에 친러시아적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인터뷰 후 피터 스타노 대변인과 사진촬영을 한 천영식 펜앤드마이크 대표(오른쪽)와 박준규 기자. [사진=펜앤드마이크]
인터뷰 후 피터 스타노 대변인과 사진촬영을 한 천영식 펜앤드마이크 대표(오른쪽)와 박준규 기자. [사진=펜앤드마이크]

그는 다른 일정이 있음에도 펜앤의 인터뷰에 성의를 다했으며 ‘Slova KIA’라는 표현을 써보이며 한국의 기아자동차를 연상시켜 한국과 애정을 강조했다./브뤼셀=천영식·박준규기자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최전선에 가다]

①(브뤼셀)러시아와 중국이 가짜뉴스의 최대 위협

②-1.(인터뷰)"러시아발 가짜뉴스, EU 27개 회원국에 맞게 '맞춤 제작'“

②-2.(인터뷰)"핀란드·발트3국에 가짜뉴스가 안먹히는 이유는...“

②-3.(인터뷰)"러시아 투데이,스푸트니크,CCTV,CGTN은 페이크 미디어“

②-4.(인터뷰)"가짜뉴스의 근본적 해결책은 유포자 신원 공개로 고립시켜야"

③(후쿠시마)괴담이긴 후쿠시마 주민들,힘의 원천은 과학

④(인터뷰)"중국의 후쿠시마 가짜뉴스는 돈벌이 목적"

⑤(도쿄)괴담 진정시킨 일본,딥페이크에 '화들짝'

⑥(인터뷰)“현실로 다가온 A.I 가짜뉴스,일본에선 징역5년”

⑦(성주)6년만에 가짜뉴스 수렁에서 빠져나와 참외가 ‘주렁’

⑧(인터뷰)"성주의 반전,진실은 승리한다“

⑨(여론조사)정치인과 유튜버가 가짜뉴스 최대 확산자

⑩김어준,가짜뉴스 교주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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