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건물에서 아이들을 구해내는 팔레스타인 남성의 사진. [사진=X]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건물에서 아이들을 구해내는 팔레스타인 남성의 사진. [사진=X]

 

10월 말 X(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 '가해자 이스라엘에 고통 받는 피해자 가자지구'란 프레임을 강화시킨 한 장의 사진이 조작됐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1일 인스타그램에 '공격 받는 가자(Gaza_under_attack)이란 해시태그가 달린 채 처음 게재된 것으로 알려진 해당 사진은 어느 팔레스타인인 남성이 아이 다섯 명을 데리고 건물 잔해에서 나오는 듯한 장면을 담았다. 

사진을 보면 얼굴에 건물 잔해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흰색 분진을 뒤집어쓰고 있는 남성이 여자 아이 한 명은 무등을 태우고 남자 아이 둘은 양쪽 어깨에 짊어졌으며, 또 다른 남자 아이는 오른쪽 손으로 잡고 있다. 가장 어린 아이는 왼쪽 손으로 감싸 안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무차별적 포격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아버지와 아이들이 겨우 빠져나온 것처럼 보이는 이 사진은 트로이를 극적으로 탈출한 아이네아스(Aeneas)와도 흡사하다. 로마의 시조이기도 한 아이네아스는 그리스 연합군의 공격으로 트로이가 함락 직전이 되자 아버지 앙키세스는 들쳐업고, 아들 아스카니우스는 손을 잡고 겨우 탈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후대 예술가들에 영감이 되어 그림이나 조각상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아이네아스가 아버지 앙키세스와 아들 아스카니우스를 데리고 트로이를 탈출하는 모습을 담은 조각상.
아이네아스가 아버지 앙키세스와 아들 아스카니우스를 데리고 트로이를 탈출하는 모습을 담은 조각상.

 

이 사진은 10월 28일(현지시각)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이 자신의 공식 X계정에도 공유할 만큼 유명해졌다. 2일 현재 조회수는 10만 회이며 좋아요 수는 1270여 회, 재게시는 518회, 인용은 43회를 기록했다.

그런데 정작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이 동원돼 디지털 조작이 가해진 가짜"란 분석을 AFP통신에 전한 것으로 알려져 사진의 진위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더해 일반인이 사진을 자세히 봐도 이상한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에서 가장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남성의 무등을 탄 여자 아이 다리의 행방이다. 무등을 탄 상태를 유지하려면 남성 어깨에 걸터앉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다리가 앞으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사진에서 여자 아이의 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해당 사진은 여전히 주프랑스 중국대사관 X계정에 여전히 게시돼 있다. 

해당 사진은 지난달 28일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이 게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X]
해당 사진은 지난달 28일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이 게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X]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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