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늦은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장심사 후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26일 늦은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장심사 후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27일 새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청구됐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이 스스로 패착을 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구속영장 발부에 명운을 건 결과 기각이 됐을 때의 후폭풍이 지나치게 커져버렸다는 것이다.

구속영장 기각 직후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엔 스스로를 전관 출신이라 밝힌 법조계 종사자가 "무난하게 기각 예상했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물론 이재명이 무죄란 것은 아니고, 공소사실 중 위증교사는 확실하고 백현동·대북송금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면서도 "문제는 위 범죄들이 순전히 개인적 비리라기보단 어찌보면 정치적 결단의 문제들과 상당히 결부돼 있고, 현재 (그가) 야당의 총수란 점, 인용에 따라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예상되는 점 등에 따라 충분히 기각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큰 이유는 현재 법원은 '불구속 재판의 원칙'이 정착되고 있는 중"이라며 "과거엔 검사의 청구에 의해 일단 인신 구속부터 출발하는 것이 형사사법 절차의 통상적 모습이었다면, 현재 법원은 이원칙에 따라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것에 상당 부분 방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전처럼 기소 전 구속, 1심 법정구속의 원칙이 잘 적용되지 않는데 검찰은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기각이 되면 언플(언론 플레이)로 법원을 압박하려는 것이 현재 검찰의 모습이고 이러한 흐름에서 형사 사법 절차는 현재 과도기적인 통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그가 말한 '불구속 수사의 원칙의 보편화'에 대해서는 법무법인 동인의 정혁진 변호사도 "'피고인 방어권 보장'이라는 전체적인 추세가 있다"며 동의한다고 밝혀 검찰이 세심하지 못했단 비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익명으로 글을 남긴 한 스누라이프 사용자의 지적 댓글도 추천을 받고 있다. 이 사용자는 "정작 중요한 건 재판인데, (검찰이) 너무 과하게 영장에 집착하고 있다는 인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처럼 재판 결과 나오기 전에 인신구속 문제로 온 관심이 집중되는 나라가 있느냐"며 "당장 범행을 저지르고, 심하게 증거인멸이나 도주 위험이 있지 않는 한 재판 결과가 중요한 것일텐데, 구속영장이 유·무죄 판단하는 것처럼 이벤트를 하는 나라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재판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이고, 법원보다 검찰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벤트 같다"며 "온 나라가 여기에 집중하는게 맞는(지) 의문이다. 그러다보니 결과를 두고 불필요한 오해도 생기고 영장 발부된 후에 무죄 받아도 유죄처럼 생각되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전처럼 청구만 하면 심사도 없이 발부하던 것에서 진전이 되긴 했지만, 영장 발부가 무슨 유무죄 판단처럼 생각되는 경향이 강하다"고도 했다.

이 두 지적의 공통점은 검찰이 영장 발부가 아닌 실제 재판에서의 혐의 입증에 치중해야 한다는 것, 또 그러한 추세가 '피의자 방어권 보장'이란 원칙 속에서 강화되어 간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검찰은 영장 발부에도 실패했고,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보기에 이 대표의 혐의를 충분한 입증해내지도 못한 상황이다.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셈이다.

특히 구속영장 발부에 성공함으로써 이 대표가 '유죄'라는 확실한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려 했던 검찰의 시도는 현재로서는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 대표가 죄가 없는데 부당하게 검찰의 조사를 받아왔다'에 공감하는 국민이 늘어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져 버렸다. 이미 어느 국민들의 마음 속에서는 '검찰의 부당한 사법적 탄압에도 굳건히 버텨낸 이재명'이라는 새로운 신화가 막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실제 재판 결과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한 장관이 입은 피해도 작지 않다. 이 대표를 구속 수사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던 검찰은 두 차례에 걸친 체포동의안 통과 시도 끝에 이 대표의 '국회 방탄'막은 벗겨냈다. 이 과정에서 한 장관은 국회 본회의에 직접 출석해 이 대표 구속 수사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설파했을 뿐만 아니라 구속영장이 틀림없이 발부될 것으로 확신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행적으로 인해 한 장관은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정치 잠재력을 상당 부분 잃는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민주당은 한 장관 탄핵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른 것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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