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강선우 대변인을 통해 갑작스레 단식을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녹색병원 입원 후에도 ‘수액 단식’을 이어갈 뜻을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더 이상 단식은 안 된다는 의료진의 강력 권고에 따라' 24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지난 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더 이상 단식은 안 된다는 의료진의 강력 권고에 따라' 24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민주당, 환자 건강 훼손을 우려한 의료진의 강력한 권고를 강조

지난 1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방문해서 단식 중단을 권유한 상황에서도 ‘고려해보겠다’라고 답해, 당신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재차 밝힌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의 얼굴을 무색하게 만들면서까지 단식 강행의 의지를 내비쳤던 이 대표가 갑작스레 단식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단식 24일 만이다.

강선우 대변인은 23일 오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의료진이 오늘 이 대표에게 즉각적인 단식 중단을 강력히 권고했다”며 “더 이상의 단식은 환자 건강을 심각히 해칠 수밖에 없다는 게 의료진의 소견”이라고 밝혔다. 단식을 중단함에 따라, 이 대표는 회복 치료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맥영양 주사 TPN은 모든 영양분 공급하는 뷔페?

이처럼 이 대표가 갑작스레 단식을 중단한 배경에는 ‘TPN’으로 알려진 정맥영양 주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오후 강 대변인이 단식 중단을 발표하기 약 30분 전 쯤, 조선일보는 ‘이재명 대표가 입원 중인 녹색병원에서 인체에 필요한 모든 영양 성분이 포함된 수액을 맞고 있다는 일부 의사들의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들은 언론 사진에 나타난 이 대표의 수액줄에 보이는 수액이 투명하지 않고 흰색이라는 점을 들어 이것이 ‘고영양 수액 요법’으로 불리는 ‘TPN(total parenteral nutrition·인체에 필요한 하루의 영양 성분 전부를 정맥으로 공급하는 완전비경구영양법)’이라고 주장했다.

내과 전문의인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는 23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님, 일어나세요. 대표님께서 맞고 계신 하얀색 수액은 탄수화물·지방·단백질·전해질 심지어 비타민까지 다 들어있는 TPN으로 그거 맞으면 아무 것도 안 먹어도 충분히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며 “그렇게 누워만 계시면 엉치에 욕창 생긴다. 건강 챙기시라”고 꼬집었다.

일반 수액은 3만원선, 불투명한 TPN은 평균 20만원 이상

펜앤드마이크가 취재한 다른 내과 전문의들도 이 대표가 민주당 관계자들과 이야기 하는 언론 사진을 지적하며 “수액 봉지는 커튼으로 가려져 있는데, 수액줄이 흰색”이라며 TPN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반 5% 포도당 수액은 최소 3만원선이지만, TPN은 평균 20만원 이상 된다고 밝혔다.

내과 전문의들은 이재명 대표의 수액이 커튼에 가려져 있어 잘 확인이 되지 않지만 수액줄이 흰색이라는 점을 들어 'TPN 수액'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과 전문의들은 이재명 대표의 수액이 커튼에 가려져 있어 잘 확인이 되지 않지만 수액줄이 흰색이라는 점을 들어 'TPN 수액'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 의사들은 포도당이나 아미노산 수액은 투명하고, 비타민이 들어갔다면 노란색을 띠지만 이 대표의 수액줄처럼 하얗고 불투명한 것은 모든 영양소가 들어있는 TPN이라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팔에 수액을 맞고 있는 것을 근거로 중심 정맥으로 투여하는 TPN이 아닌 ‘PPN(peripheral parenteral nutrition·영양섭취가 충분하지 못한 환자에게 말초의 정맥에서 영양을 보충하는 방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투여 방식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정맥으로 필수 영양소를 공급 받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가 TPN 맞았다면 혈관으로 뷔페를 먹은 셈...수액 사진 촬영은 통제 당해?

박은식 대표와 일반 내과 전문의의 지적에 따르면, 이 대표는 ‘수액 단식’을 한다면서, 혈관으로 뷔페를 먹는다는 비판에 직면한 셈이다. 의사들 커뮤니티에는 “혈관으로 뷔페를 먹는 저런 단식이라면 나는 100일도 하겠다”거나 “TPN을 달고 단식을 한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의학적으로는 단식이 아니라 ‘금식’이다”라는 비판의 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이 대표의 병실 사진에서는 어떤 수액을 맞고 있는지 확인이 잘 되지 않는다. 언론사 기자들이 수액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통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사진에서는 수액이 커튼에 가려진 모습도 확인된다.

다만 지난 21일 오전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방문한 박광온 원내대표와 손을 잡고 있는 사진에서는 이 대표의 팔에 꽂혀 있는 수액줄이 투명하다. 반면 22일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 등과 대화를 하는 모습에서는 수액줄이 흰색으로 보인다. 이 사진에서 수액 자체는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 커튼이 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22일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와 대화를 하고 있는 가운데, 흰색 수액줄이 보인다. 빨간색 원 안이 흰색 수액줄이다.  수액은 보이지 않고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표가 지난 22일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와 대화를 하고 있는 가운데, 흰색 수액줄이 보인다. 빨간색 원 안이 흰색 수액줄이다.  수액은 보이지 않고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이 대표가 실제로 TPN을 맞았는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23일 조선일보가 TPN 의혹을 보도한 시점은 오후 1시 경이다. 강선우 대변인이 단식을 종료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로부터 불과 30여분 뒤이다. 따라서 조선일보의 보도를 보고, 부랴부랴 단식을 중단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박광온 당시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는 투명한 수액줄이 보인다. 이때는 커튼으로 수액이 가려져 있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박광온 당시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는 투명한 수액줄이 보인다. 이때는 커튼으로 수액이 가려져 있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표는 TPN 단식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24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 대표의 이같은 행동을 비판했다. 전 전 의원은 박은식 대표의 글을 인용하며 “수액 단식도 웃긴데 ‘영양 단식’을 한 거였다”며 “TPN(비경구영양수액) 단식이란 새 장르를 개척했다”고 꼬집었다.

전 전 의원은 또 “그 좋은 여의도성모병원 놔두고 20킬로미터 달려 녹색병원으로...”라며 “녹색병원 개명해야겠다. ‘녹색단식원’이 딱이다. 전문분야는 ‘영양단식’ 진짜 소문난 단식원 되겠다”고도 했다.

이어 “단식 24일이면 얼굴 해골 되던데 세수 안 해 꼬질꼬질할 뿐이다. 진짜 더럽고 악취진동 사기 단식 질리게 봤다. 그것도 24일이나”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24일간 단식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그간 숱한 의혹에 시달렸다.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오후 10시에 퇴근하는 ‘반반 단식’ ‘출퇴근 단식’을 하는 동안 12시간 동안 이 대표가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 혹은 수액을 맞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후 당대표실로 옮긴 이후에는 24시간 확인이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후 이 대표를 향해 “수염만 안 깎았을 뿐, 피부 상태는 너무 좋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 18일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직전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로 갔다가, 곧바로 녹색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녹색병원 의료진보다 여의도성모병원 의료진의 실력이 더 낫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기 때문이다. 번번이 상식을 뒤엎는 이 대표의 단식 행보가 ‘TPN 의혹’으로 정점을 찍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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