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됨에 따라 민주당 내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친명계가 ‘당권 굳히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표는 26일 오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정치적 생명이 걸린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와 친명계는 어떤 사태가 벌어진다고 해도 오히려 당권을 강화해 내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21일 체포동의안 표결에는 재적의원(298명) 중 295명이 참여해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통과시켰다. 입원 중인 이재명 대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 중인 국민의힘 소속 박진 외교부 장관, 수감 중인 무소속 윤관석 의원 3명을 제외한 전원이 투표했다. 체포동의안 가결 요건은 출석의원 과반(148명)으로, 이번 표결에서는 가결 정족수에서 딱 1표가 더 나왔다.

친명계의 태도 보니....체포동의안 가결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

이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심각하게 흔들린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와 친명계는 ‘가결파’를 배신자로 낙인찍는 작업에 돌입했다. 친명계 5선 중진인 안민석 의원은 22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은) 국민의힘을 빌어서 대표를 제거하겠다는 가결파의 ‘차도살인’이라는 본질을 띠고 있다”면서 “해당 행위를 넘어서 정치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그런 일을 한 것이다”고 단언했다.

안 의원은 “위기다. 한 지붕 두 가족, 이런 체제까지 될 것 같다”면서도 “어느 누구도 헤어질 결심은 하지 않는다. 분당 가능성은 제로라고 본다”고 밝혔다. “가결파를 이끌 만한 앞장서서 이끌 만한 용기 있는 리더가 없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이 와도 비대위 체제로 가지는 않겠다는 게 친명계의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가 21일 의원총회에서 사퇴함에 따라 공석이 된 원내대표에는 친명계 인사를 기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친명계인 조정식 사무총장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일단 업무를 지속시키는 방법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이와 관련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22일 이재명 대표가 ‘사무총장 이하 정무직 당직자들은 사의 수락 여부를 결정하기 전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22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정청래 최고위원은 “제 나라 국민이 제 나라 팔아먹었듯 같은 당 국회의원이 같은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면서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가) 끊임없이 이재명 대표를 흔들겠지만, 이재명 대표의 사퇴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이번 총선 공천장에는 이재명 대표의 직인이 찍혀 있을 것”이라며 “추석 전에 빛의 속도로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할 것이다. 비상대책위원회로 갈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를 계기로, 가결파로 낙인찍힌 비명계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어서 친명계가 당권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계산법으로 풀이된다. 친명계로서는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과 친명계의 강경 노선이 체포동의안 가결의 원인 제공자

정치권에서는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결정적인 이유로 2가지가 꼽히고 있다. 21일 채널A에 출연한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표결 전날 체포동의안을 부결해 달라는 메시지가 체포동의안 가결에 기여하지 않았나”라고 분석했다.

장 청년최고는 또다른 한 가지로 ‘이 대표의 측근과 일부 정치인들의 강경 메시지’를 꼽았다.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사무총장은 19일 유튜브 새날에서 “이번에 가결표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서 당원들이 그의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강경 메시지가 민주당 내 중도 온건파를 자극한 것이 대거 이탈표로 연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새날'에서 "가결표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서 당원들이 그들의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새날'에서 "가결표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서 당원들이 그들의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이 대표와 친명계의 초강경 방침이 체포동의안 가결의 원인 제공자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 2월의 1차 체포동의안과 비교할 때, 가결은 139표에서 149표로 늘었다. 부결은 지난번 138에서 이번에는 136표로, 오히려 2표 줄었다. 반면 기권과 무효표가 지난번 20표에서 이번에는 10표로 줄었다. 기권과 무효표를 던진 10명이 가결표로 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민주당과 야권에서는 최소 29표에서 기권 무효표를 포함할 경우, 최대 39표가 이탈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달 31일 단식을 시작하면서 동정론으로 부결 분위기가 우세하던 데서 여론이 급반전한 것으로 보인다.

‘불신의 아이콘’ 된 이재명, 오히려 당권 강화 방침 분명히 해

따라서 이 대표의 부결 호소 메시지는 최악의 선택으로 평가받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21일 채널A에 출연한 노동일 파이낸셜 주필은 “어제 이재명 대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동지들 가결시켜 주세요.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 이랬더라면 영웅이 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연이어 노 주필은 이 대표가 차라리 침묵을 지켰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침묵은 ‘부결 지시’로 풀이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SBS라디오에서 “박주민 김영진 의원이 이 대표를 찾아가 ‘가결 메시지를 내달라’고 건의했지만, 이 대표는 단 한마디로 ‘싫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 최측근 중의 한명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마저 ‘가결 메시지’를 내달라는 것을 보고, 이 대표는 당내 결집을 위해 ‘부결 지시’를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부결 메시지를 내면 당내 결집이 될 것’으로 착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여일에 이르는 단식 끝에 인지 능력이 떨어진 탓이라고 하기에는 정치 감각이 너무 떨어지는 선택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결국 이 대표의 부결 메시지는 ‘이 대표를 불신의 아이콘’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당내 비명계와 온건 성향의 비명계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게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박광온 원내대표를 통해 ‘통합적으로 당을 운영하겠다’는 메시지를 냈지만, 그 말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와 친명계는 오히려 당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비명계로 꼽히는 29명과 온건 비명계로 분류되는 15명 안팎의 의원들이 전부 가결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대표가 저렇게 쉽게 말을 바꾸는 걸 보면. 만약에 부결될 경우 이제 당이 완전히 친명당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의 이런 태도에 두려움을 느낀 비명계와 중도계가 가결을 선택하게 한 빌미는 이 대표가 제공한 셈이다.

민주당 내 ‘심리적 분당 사태’ 불가피...친명계와 개딸이 장악하는 민주당으로 전락?

이로써 당내 갈등은 노골적으로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21일 오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같은 점을 예상했다. 유 전 총장은 표결을 앞두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총장은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가결을 선언하면)정치 생명을 끊어놓겠다고 그러는데, 가결할 사람이 굳이 나가서 그런 발언을 하겠는가"라며 "다들 '잘 모르겠다' 하는데, 잘 모르겠다는 건 가결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21일 오전 CBS라디오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후 당내 갈등과 분열을 시사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21일 오전 CBS라디오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후 당내 갈등과 분열을 시사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유 전 총장은 "(이 대표의 병상) 메시지는 생각보다 역풍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저게 나온 후 저는 심리적 분당 사태로 갔다고 본다"며 당내 갈등과 분열을 시사했다.

유 전 총장은 이 대표가 지난 6월 국회에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체포동의안이 오면 가결 호소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게 상식적인 수순이라며, “저렇게 부결 호소문을 낼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라며 "(의원들도)깜짝 놀라는 분위기였다. 거기서 심한 표현은 '아이고, 본인은 더는 당 같이 못하겠다'는 이런 얘기들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 1차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압도적인 부결 분위기 상황에서도 유 전 총장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압도적인 부결이 아니라 ‘당내에는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분위기를 전해, 가까스로 부결될 것을 예상했다.

유 전 총장의 예상대로 민주당 내 분열과 갈등은 예측 불허의 수준으로 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비명계가 대안 제시를 하지 못한 채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친명계와 개딸이 장악하는 민주당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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