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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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에 3연임을 시작한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는 그해 12월에 극단적인 제로-코로나정책을 폐기하는 등 경제 회복에 집중하여 왔다. 따라서 중국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수년간 침체되어 왔던 중국 경제가 조속히 회복될 것으로 당초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고, 오히려 경제가 더 악화되고 있다.

중국 경제는 성장의 양대 축인 수출과 소비 모두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금년 8월 수출은 전년 대비 8.8%나 줄었고, 소매 판매 증가 폭도 금년 6월 3.1%에서 7월 2.7%로 내려갔다. 미·중 갈등에 따라 외국인 직접투자도 급격히 줄고 있다. 금년 2/4분기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49억 달러에 그쳐서, 전년 동기 대비 87%나 감소했다. 금년 2/4분기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인 21.3%를 기록했다. 

그리고 최근 중국의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이 디폴트 위기를 맞으면서 중국 부동산 업계에 ‘도미노 디폴트’ 우려가 다시 번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회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중국 국내총생산의 25%를 차지한다. 비구이위안이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더욱 악화시키고, 중국 금융부문에 대한 파급 위험을 심화시킬 수 있다. 

“올해 중국 상황이 1980년대 부동산 거품이 터진 후의 일본 상황과 비슷하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최근 중국 경제를 두고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8월에는, “중국 경제는 세계를 위협하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발언하여, 중국의 경제 악화 논란에 가세했다.

그렇다면 왜 중국 경제가 당초 예상과 달리 회복되지 않는가? 첫째, 3년 간의 극단적인 제로-코로나정책으로 중국 경제의 기초가 망가졌다. 중국의 공장과 물류가 작동되지 않는 등 경제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실업률이 증가했고, 외국자본이 이탈했다. 당초 중국 정부는 코로나 봉쇄가 해제되면, 중국 경제가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다는 오판을 하고 있었다. 둘째, 중국인들이 소비를 늘리지 않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제로-코로나정책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모함을 보고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했으며, 향후의 경제적 불안 때문에 소비보다는 저축을 택하고 있다. 셋째,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그간의 사회주의적 경제정책을 완화하여 민간경제를 중시한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민간기업들은 이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넷째, 외국 투자가들은 중국의 법제도에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중국에 대한 투자를 매우 꺼리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지난 8월에는 외자기업에 ‘중국 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한다는 방침까지 내놨다. 하지만 외국 투자가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반간첩법’은 외국 투자가들을 중국에서 더욱 떠나가게 만들고 있다. 다섯째, 2010년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공세적인 대미국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불신을 초래하여,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미국은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중국에 대한 이전을 규제하고 세계 공급망을 개편함에 따라, 중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여섯째, 미·중 신냉전으로 인해 글로벌기업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으며, 그 대신 인도 등과 같은 국가들이 중국을 대신하고 있다. 

요약하면, 중국 경제의 악화가 계속되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시진핑이 주도하는 마오쩌둥 방식의 사회주의 경제체제 및 공세적인 대미국 정책에 기인한다. 시진핑의 기본적인 경제철학은 국가가 기간산업을 장악하고, 국가가 경제주체로 뛰어드는 ‘국가자본주의’이다. 이는 ‘국진민퇴(國進民退: 국유기업이 일어서고 민영기업이 쇠퇴한다)’와 ‘공동부유(共同富裕: 다 함께 잘 살기)’로 대표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경제 침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내어놓고 있으나, 이러한 조치들은 시장에서 효과가 없다. 이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중국 국민과 외국 투자가들의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시진핑은 경제회복을 위해 자신의 경제정책과 대미국 정책을 수정할 수 있을까? 시진핑은 현재 큰 딜레마에 빠져 있다. 우선 그가 경제 회복을 위해 자신의 경제정책과 대미국 정책에 중대한 수정을 해야 할 이유이다. 더 이상의 경제 악화는 시진핑 자신의 권력 유지와 공산당 자체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공산당의 최고목표는 권력의 유지이며, 공산당 통치의 유일한 의지는 경제발전이다. 지금까지 독재가 강화되고 부정부패가 만연해도 일반 국민은 참고 지내왔다. 하지만 경제가 악화된다면 국민의 반발은 강력해질 것이다. 그리고 공산당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만드는 시진핑의 경제정책에 대해 공산당 내부의 반발도 클 것이다. 

반면에 그는 기존의 정책을 유지할 이유가 있다. 시진핑은 사회주의 이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조기 실현’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만약 그가 신념을 포기하고 정치적으로 물러난다면 그의 정체성과 정치적 위상에 심대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그가 자신의 권력 유지와 공산당 자체의 생존을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할 수 있을까? 그의 12년간 통치 이념과 스타일을 볼 때, 마오쩌둥 방식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공격적인 대미국 정책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기본적으로 고수하는 가운데, 전술적으로 경제정책과 대미국 정책을 일부 수정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위대한 중국의 조기 실현’을 위한 공세적인 대미국 정책이 현재 중국 경제 악화의 핵심적인 이유이므로, 그의 신념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중국 경제의 악화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중국 경제의 악화와 관련, 이는 일시적이고 중국 경제는 조만간 회복될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도 있다. 이의 근거로는 첫째,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여러 차례의 경제적 고비가 있었지만, 모두 극복하고 경제발전을 이루어 왔다는 것이다. 즉, 이번에도 많은 인구와 거대한 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최근 중국 경제가 좋지 않지만, 미국 경제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10년 내에는 경제 총량 면에서 미국을 앞설 것이다. 향후 반도체와 전기차, 인공지능 등 산업에서 세계를 선도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이 금번 중국 경제 악화의 원인이므로, 중국 경제의 회복은 상당 기간 동안 어려워 보인다. 첫째, 중국에 인구 위기가 다가오고 있고, 재정 적자가 급증하고 있다. 둘째, 냉전 이후 초강대국인 미국이 중국 경제가 발전하는 것을 허용했지만, 이제는 미국은 중국 경제 발전을 억제하려 하고 있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시진핑이 마오쩌둥 방식의 극단적인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지난 8월 공산당 이론지인 추스(求是)를 통해, ‘공동부유’를 다시 강조하면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수 차례의 경제위기를 극복한 것은, 1992년의 남순강화 및 2001년의 WTO 가입 등 경제 자유화 조치에 기인한 것이었지, 사회주의 경제정책이 아니었다. 

넷째, 현재의 경제 위기에 대해 중국 정부는 경제 개혁 대신에 더욱 엄격한 사회통제를 시행하는 한편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를 통한 민족주의적 호소로서 대응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중국의 장기적인 경제적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의 경제적 부진과 경제적 리스크로 인해 우리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우리는 이제 중국 이외의 국가들과의 경제관계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과거와 같이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정치적 우호관계의 연장선에서 볼 것이 아니라, 순수한 경제논리로 쿨하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연상모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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