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시민단체 등의 고소·고발 따른 수사에 협조…비공개 문건도 제공“
신뢰 회복 위해, "사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 흔들림 없이 추진"
직접 고발 안했지만, 사실상 '칼자루' 역할 자처한 모습...'눈가리고 아웅' 지적도
'법원 신뢰 회복' 가장한 정치적 공세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돼

김명수 대법원장이 15일 ‘재판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향후 진행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장 명의나 사법부 차원에서 검찰에 직접 고발하는 대신 이미 여러 건 검찰에 접수된 시민단체 등의 고소‧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같은 ‘재판거래 의혹 키우기’가 정치적의도가 있는 과잉 행보라는 반발과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오히려 ‘법원에 대한 신뢰 회복’을 가장한 사법부 내 정치적 공세들이, 법에 근거한 엄중한 판단을 내려야하는 사법부 내의 정치적 쏠림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1시 40분쯤 법원 내부통신망을 통해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 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더라도, 이미 이뤄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또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며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영구 보존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법원 차원에서 직접 고발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서는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의뢰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정한 조치를 약속한 바와 같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을 포함한 13명의 판사를 징계절차에 회부하고, 관여 정도와 담당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징계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재판 업무 배제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사법부 스스로 훼손한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꾸짖음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하며, 국민의 신뢰 회복을 있도록 “사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대법관간담회 등의 약 3주에 걸쳐 법원 안팎의 의견을 청취한 뒤 이같은 결론을 냈다.

그러나 다수 법관들은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무리한 정치적 공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대법관들은 이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전원 공동 성명을 내기도 했다. 법원이 청와대와 재판을 거래했다는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청와대와 재판을 거래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는 게 다수 법관들의 주장이다.

지난 8일, 의정부지방법원의 법관대표 정원 판사는 이같은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근무해본 분들은 그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정치적 공세에 불과한 것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제가 알기로 대법원의 판단이나 의사결정 구조상 그러한 일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또한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어느덧 재판거래 의혹으로 번져가고, 비로소 언론의 적극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재판거래라는 표현은 특별조사단 조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언론에서 만들어낸 레토릭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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