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1700만 촛불정신 받들라"며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고 민주화 大개혁 이뤄야" 요구
"일선 법관들의 진정성있는 개혁 노력에서 사법부 희망 볼 것" 공언…사법독립 '무색'
김명수, 의혹규명 앞서 "통렬히 반성하고 사과" 반복…"신속하게 규명" 가이드라인도
'2019년 건국 100주년說' 제기해 오던 文 "사법주권 회복 70주년" 언급해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자신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 측에서 '셀프 조장'해 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위 '사법농단 의혹' 등을 지목해 "반드시 규명돼야 하며, 만약 잘못이 있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개입했다.

전임 대법원장 체제를 겨냥한 이른바 '사법농단 프레임'은 북한 정권과 추종세력 등이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 당 강령과 '이석기 RO 내란선동 사건'에 따른 구(舊)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을 부정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현안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종전의 사법부를 줄곧 '불신의 대상'으로 전제하며 이른바 '개혁' 명분을 세워 온 현 여권(與圈)의 논리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사법부 설립을 기념해야 할 이날 대통령 기념사에서는 공정한 사법을 상징하는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이라는 어휘가 등장했지만, 현 정권발(發) 구호인 '촛불'과 '민주화' 등 정치적 용어가 따라붙었다.

문 대통령은 "삼권분립에 의한 사법부 독립과 법관의 독립은 독재와 국가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라고 운을 뗐지만, 이후 이른바 '민주화 운동'에 입각한 관점에서 사법부 역사를 논했다.

문 대통령은 "군사정권 시절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상황 아래 사법부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이 훼손된 때도 있었으나,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염원과 함께 사법권의 독립을 향한 법관들의 열망 역시 결코 식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1971년 대법원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배상청구 제한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역사는 헌법적 가치를 세운 획기적 판결로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새로운 헌법을 탄생시켰고 사법부 개혁에도 힘을 줬다. 1988년 2월 소장 판사 430여명은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는 힘에 맞서 '법원 독립과 사법부 민주화'를 선언했다"며 "1993년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 판사 40여명은 사법부의 자기반성을 촉구하며 법원의 독립성 확보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법원은 재심 판결 등을 통해 스스로 과거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아왔다"며 "군부독재와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국가기관이 저질렀던 범죄의 청산도 지속적으로 이뤄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그와 함께 발전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아가 "1700만개의 촛불이 헌법정신을 회복시켰고 그렇게 회복된 헌법을 통해 국민주권을 지켜내고 있다"며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 그리고 저를 포함한 공직자 모두는 국민이 다시 세운 법치주의의 토대 위에 서 있다"고 규정했다.

또한 "저는 '촛불정신'을 받든다는 게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절감하고 있다. 그 무게가 사법부와 입법부라고 다를 리 없다"며 "우리는 반드시 국민의 염원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지금까지 사법부가 겪어보지 못했던 위기"라고 사법부 불신을 거듭 부추기는 언급을 내놨다.

그러면서 "온전한 사법독립을 이루라는 국민의 명령은 국민이 사법부에게 준 개혁의 기회"라며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며 만약 잘못이 있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날 법원 내부의 용기가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왔듯이 이번에도 사법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 낼 것이고 나아가 '사법부의 민주화'라는 대(大)개혁을 이뤄낼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대법원이 '사법발전위원회'와 함께 국민의 뜻을 담아 사법제도 개혁을 이뤄낼 것이라 믿는다"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사법개혁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뜻에 따라 입법을 통해 사법개혁의 버팀목을 세워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아울러 "일선 법관들"을 거론하며 "그들의 진정성 있는 개혁 노력에서 사법부의 희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법관 한명 한명 마음에 살아 숨쉬고 있는 법관 선서가 어느 법정, 어느 사건에서나 자유롭게 펼쳐질 수 있도록 저도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을 철저히 보장할 것"이라고 '사법부 독립'을 거론했으나, 기념사 전체 맥락과 어긋났다는 지적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 정권 사법부 요직을 대거 차지한 좌파성향 법조인단체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전신) 회장 출신인 김 대법원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최근 현안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사법부의 대표로서 통렬히 반성하고 다시 한 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전임 대법원장 체제를 공격하고자 현직 대법원장의 지위를 내세워 미확인 의혹에 대국민 사과부터 하는 종전의 행태를 반복한 셈이다.

한술 더 떠 그는 "현안(사법농단, 재판거래 의혹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필요하다는 게 제 확고한 생각"이라며 "이런 폐단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혁을 이루는 게 지금 제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라고 사견을 드러냈다.

이어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일선 법관의 재판에는 관여할 수 없으나"라고 전제한 뒤 "현 시점에서도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 협조를 할 것이며, (의혹 관련)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분들이 독립적으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실을 규명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하달했다.

한편으로는 이날 문 대통령이 "사법주권 회복 70주년을 맞는 오늘"을 상기하며 "사법개혁의 새 역사가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해 주목된다. 

집권 이후 대통령과 여당이 앞장서서 '2019년은 건국 100주년'이라는 주장을 펴 왔지만, 70년 전인 1948년 8월15일 건국 이후에야 사법주권이 회복됐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 대법원장도 "오늘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미군정으로부터 사법권을 넘겨받아 사법주권을 회복한 지 70년이 되는 날"이라며 "대한민국이 비로소 '독립국가'의 모습을 온전히 갖추게 된 것을 기념하는 뜻깊은 날"이라고 밝혔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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